“청각장애 진단 1차 관문 이비인후과, 의사소통도 안 돼”
“청각장애 진단 1차 관문 이비인후과, 의사소통도 안 돼”
  • 정두리 기자
  • 승인 2020.06.2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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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에 차별 진정… 전공의 과정에 청각장애 특성 교과목 포함하라

청각장애 진단을 받고 보청기 처방을 위해 이비인후과 병원은 1차 관문이나 마찬가지다. 의사 진단을 받아야 장애등록을 할 수 있고, 보청기 구매 과정에도 의사의 처방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

그런데 의사소통이 되지 않고, 장애특성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면 병원을 찾은 이들의 심정을 어떨까.

이런 문제를 호소하는 차별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제기됐다.

24일 청각장애인 당사자 3명을 진정인으로 하는 차별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됐다.

이들은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보건복지부를 향해 ▲전공의 수련과정에 청각장애인 특성에 대한 교과목 포함 ▲청각장애 진단 등으로 내방 예약시 소통지원방안 마련(수어, 필담 등) ▲긴급구제조치를 통해 행정예고 된 장애인보조기기 고시(안) 철회를 요구했다.

더불어 이날 차별진정에 앞서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UN장애인권리협약이행연대’, ‘원심회’, ‘공유&공익 플랫폼 에이블업’은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소통 안 되고 일방적인 진료… 차별 넘어 위압감 느껴”

청각장애가 있는 40대 여성 황OO 씨는 보청기 구매와 장애 재판정을 위해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았다가 여러 차례 답답함을 느꼈다.

4년 전 황씨는 보청기를 새로 맞추기 위해 보청기 판매점을 찾았다 이비인후과 진단을 받아와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지정병원 안내를 받아 이비인후과를 방문했지만, 의사는 말로만 설명할 뿐이었고, 필담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보호자를 데려오라는 것이었다. 보호자를 데려오기 어려웠던 황씨는 어절 수 없이 그냥 진료를 받고 수납처 근처에 앉아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자신을 부르지 않아 물었더니 ‘이름을 불렀는데 대답이 없어 없는 줄 알았다’는 것. 다시 접수 신청을 해야 했고, 답답함을 넘어 서글프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시간이 흘러 올해 청각장애 재진단 1차 검사를 받기 위해 이비인후과를 다시 찾았다. 청력검사를 받았고, 청능사가 필담으로 친절하게 기초상담을 해줬다. 하지만 진료를 위해 의사를 만나면서 다시 상황이 반복됐다. 말이 빠른 의사의 입을 읽을 수 없어 필담을 요청했다. 의사는 간호사에게 적으라고 했고, ‘간호사가 대강 적어줬다’는 것이 황씨의 설명이다.

한 달 뒤 2차 검사도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1주일 뒤 3차 검사가 진행됐다. 의사는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쓴 채 진료를 했고, 필담 요청에 ‘별 내용이 없다는 듯’ 간호사에게 손짓을 했다.

이런 과정들을 거치며 황씨는 ‘청각장애인을 투명인간 취급한다’는 생각에 울컥 눈물이 났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가 본인만의 어려움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

황씨는 차별사례 원고를 통해 “수어가 가능한 이비인후과 의사가 없고, 심지어 청각장애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의사도 많지 않다.”며 “병원 특성상 상담을 오래할 수 없어 보청기에 대한 추가적인 문의 뿐 아니라, 이해가 안 되거나 궁금한 내용을 물어볼 수도 없다. 청각장애로 인한 신체적 병변(상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의 장애상태는 또는 발생할 수 있는 문제, 보청기 착용에 대한 것까지 기초적으로 병원에서 정보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소통이 안 되고, 일방적으로 진료하는 모습에 차별을 넘어 위압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기초적인 의사소통도 소홀… 청각장애 특성도 이해 못한 차별”

이날 차별진정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의사소통에 대한 이해조차 부족한 의료 환경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청각장애인 당사자 이대천 씨는 “내 주변에서도 이비인후과 병원에 갈 때마다 불편하다고 한다. 의사나 간호사와 소통이 안 되기 때문인데, 대부분 청각장애인들은 눈치껏 따라한다.”며 “이것은 청각장애인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병원의 태도 뿐 아니라 정부를 향한 지적도 이어졌다.

정부는 장애진단과 보청기 건강보험 적용 진단을 위해 지정병원을 통하도록 하고 있지만, 정작 청각장애인과의 소통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김철환 활동가는 “지정된 병원이라면 청각장애인이 왔을 때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를 염두에 둬야 하는데 전혀 생각도 없는 것 같다.”며 “문제는 이를 방치해 온 보건복지부.”라고 꼬집었다.

이에 이들은 △이비인후과 전공의에 대해 청각장애인 특성에 대한 교과목을 포함할 것 △청각장애 진단 등으로 내방 예약 시 수어, 필담 그림 등 소통지원 여부를 체크하고, 이에 따른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보청기 판매업소에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포함돼 데 따른 문제제기도 진정에 포함됐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초 ‘장애인보조기기 보험급여 기준 등 세부사항’을 행정예고 하면서, 다음달 1일부터 보청기판매업소의 자격기준에 ‘이비인후과 전문의 1인 이상’을 포함했다.

이에 대해 기자회견 주최측은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보청기에 대한 처방만이 아니라 판매까지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청각장애 특성을 인지하고 서비스해야 함에도 기초적인 부분부터 소홀한 상황에서 보청기 판매도 허용하려는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내며 관련 고시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정두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