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계획에서 제외된 의료급여 두고 ‘논란 계속’
장애계, 부양의무자 완전 폐지 투쟁 돌입… “우리의 기다림 응답하라” 한 목소리

7일 장애인과가난한사람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 이형숙 집행위원장은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하는 삭발 투쟁을 진행했다.

“문재인 대통령님!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저의 인생은, 어릴 때는 어머니의 짐으로 나이가 들어서는 자식들의 짐이 되고 있습니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꼭 폐지해서 더 이상 짐덩이 취급을 받지 않고 싶습니다. 오늘 저의 머리를 삭발해 문재인 대통령과 박능후 장관에게 보내겠습니다. 중증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밖에 없습니다.”

장애인과가난한사람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 이형숙 집행위원장은 정부를 향해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하며,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삭발 투쟁을 이어갔다.

그는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것은 가만히 앉아서 죽으라는 것이다.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지 않으면 국가는 살인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정부를 향해 외쳤다.

이어 “슬픔이 아니라 분노로, 한 번 더 같이 싸웠으면 좋겠다. 반드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로 함께 하자.”라며 투쟁의 의지를 드러냈다.

7일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장애인과가난한사람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은 서울시 광화문 지하 해치마당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광화문 농성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삭발 투쟁’을 결의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가 정부 로드맵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질타하며, 올해 발표될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 의료급여까지 이어지는 완전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통해 빈곤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모습.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장애계와 정부의 약속… 우리의 목소리 외면하는가” 규탄

지난 2012년 8월 21일 장애계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촉구하며 광화문 지하 해치마당에서1,842일간 천막 농성을 이어갔다, 이후 2017년 8월 25일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직접 농성장을 방문해 해당 기준을 폐지할 것을 약속하며 길었던 천막 농성을 끝마쳤다.

이러한 약속에 많은 기대감을 품었지만, 장애계는 다시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부양의무자 단계적 폐지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

앞서 지난달 17일 정부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발표를 통해 2022년까지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겠다고 밝혔으나, 장애인과 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필요한 의료급여는 제외돼 반쪽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는 지난달 31일 열린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논의하는 제60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이하 중생보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장애계에 따르면, 이날 중생보위 회의 안건에 의료급여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아닌, 중·장기적으로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는 후퇴안이 담겼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문 대통령은 2017년 제19대 대선 후보 시절 부양의무자 기준 단계적 폐지를 공약했으며, 2017년 8월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광화문 농성장에 방문해 2020년 발표될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담겠다고 약속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오는 10일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이 결정될 제61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열리게 된다. 단순히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조치가 담긴다면 문재인 정부의 약속은 달성될 수 없다.”며 정부에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5년의 농성과 3년의 기다림… 이제는 약속을 지켜야 할 때” 한 목소리

이날 투쟁에 나선 장애계는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약속을 외면한 정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이들은 의료급여를 제외한 정부 로드맵에 대해 ‘명백한 살인행위’라고 강도 높게 질타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박영아 변호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박영아 변호사는 “그동안 부양의무자 기준은 공공부조 사각지대 주범으로 인식돼 왔다. 더군다나 이번 발표에서 의료급여는 단순히 연구용역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만 담고 있어, 취약계층들은 다시금 의료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선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주요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내용은 지난 1차에 비해 명백히 후퇴한 내용.”이라며 “이번 종합계획에서 반드시 의료급여에 대한 폐지 계획이 포함돼야 한다. 취약계층을 빈곤의 사각지대로 몰아넣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노들장애인야학 박경석 교장은 “20년 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만들어지면서 정부는 가난한 이들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빠져 있는 부분이 바로 부양의무자 기준.”이라며 “장애인과 노인 등 취약계층들이 잘못된 조항으로 인해 죽어나가고 있다. 우리는 빈곤의 사슬 속, 재난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지난 2017년 8월 25일,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우리에게 말한 약속을 아직 기억한다. 이번 중생보위에서 문건으로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계획을 수립한다’는 내용을 넣어주길 바란다.”며 “더는 우리의 목숨으로 장난치지 말고, 존엄한 생명을 가진 한 사람으로 존중받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강조했다.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하며 삭발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장애인과가난한사람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 이형숙 집행위원장.
광화문 광장에서 투쟁의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는 참가자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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