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로드맵에서 멀어진 장애계와의 약속… “가짜 정책으로 무마하지 말라”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탈시설 정책 마련하라” 한 목소리

21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계단체들은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장애계와의 약속을 외면한 정부를 규탄하고, 조속한 정책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계가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자 완전 폐지 등 약속을 외면한 정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21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등 장애계단체들은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장애계와의 약속을 외면한 정부를 규탄하고, 조속한 정책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자리는 지난 2012년 8월 21일 장애계가 3대 적폐 폐지(장애등급제, 부양의무자 기준, 장애인거주시설제도)를 촉구하며 1,842일간 목소리를 내던 곳이다. 이후 2017년 8월 25일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직접 방문해 해당 기준을 폐지할 것을 약속하며 긴 천막 농성을 끝마쳤다.

농성 8주년을 맞이한 이날, 장애계는 “장애등급제는 가짜 폐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의료급여에서 제외, 장애인거주시설은 더욱 공고한 감옥이 되었다.”고 다시금 목소리를 높였다.

1,842일간 장애계가 농성을 이어간 광화문역사 지하에 설치된 기념동판.
1,842일간 장애계가 농성을 이어간 광화문역사 지하에 설치된 기념동판.

“광화문 지하에서의 장애계와의 약속… 우리와의 약속은 말 뿐이었나” 규탄

지난해 7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가 시작되면서 기존 장애등급으로 대상을 제한했던 활동지원서비스 신청 대상을 모든 장애인으로 확대했다.

더불어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새롭게 도입해 서비스 신청인의 일상생활 수행능력, 인지·행동특성, 사회활동 등 종합적인 평가로 1~15구간으로 분류, 최대 16시간까지 활동지원서비스를 지원토록 했다.

반면, 이름만 바뀐 반쪽 자리에 불과하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새롭게 바뀐 종합조사가 여전히 의료적 기준을 고집하고 있어 필요에 맞는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이 장애계의 주장이다.

실제 지난해 7~11월 4개월간 종합조사를 통해 갱신조사를 받은 19.52%, 총 2,473명에 달하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활동지원급여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는 최초 1회(3년) 급여를 보전하는 산정특례를 통해 급여 하락자를 구제하고 있으나, 기간 종료 후 구제방안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문제는 부양의무자 기준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2일 발표된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서 의료급여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서 제외된 것.

이에 따라 종전 교육급여, 주거급여에 이어 2022년 생계급여까지 부양의무자 기준이 사라지지만,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가 아닌 ‘개선’으로 방향이 맞춰졌다.

장애계는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약속했으며, 취임 후에도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광화문 농성장에 방문해 거듭 폐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결국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며 “불완전한 폐지로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는 탈시설 정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100대 공약 과제에 탈시설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혔음에도, 현재까지 명확한 로드맵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1,842일간 농성을 지켜온 광화문 지하차도에서 정권 3년차에 이른 문재인 정부의 공약 이행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가짜 폐지로 우리의 요구 외면 말라”… 정부에 공약 이행 ‘촉구’

이날 장애계는 약속을 외면한 정부를 규탄하며, 조속한 정책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투쟁을 시작한지 8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결국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정부는 이전보다 예산이 늘어났다고 말하지만, 장애인의 필요를 제대로 측정하지도 않는 지금의 상황을 우리는 ‘가짜 폐지’라고 말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는 우리에게 지역사회의 완전한 참여와 통합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이제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며 “5년의 농성과 3년의 기다림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 우리가 지역사회에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도록 귀기울여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우리에게 직접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했다. 하지만 3년간의 기다림 속에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라며 질문을 던졌다.

이어 “이는 폐지에 대한 이야기만 무성했을 뿐, 실질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은 많은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라며 “빈곤 사각지대 없이 모든 국민이 지원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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