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 수어표현 뒤집어 누른 의료계… 장애계 “명백한 수어 모독” 질타
의대협, 챌린지 중단 의사 표명… 장애벽허물기 “재발 방지책 마련해야” 차별진정 제기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수어를 희화한 의대생들의 ‘덕분이라며 챌린지’에 대해, 장애계가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25일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이하 장애벽허물기)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에 수어 왜곡과 비하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차별진정을 제기했다.

“덕분이라며 챌린지는 명백한 수어 모독”… 의대협, 챌린지 중단 의사 밝혀

지난 6일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이하 의대협)가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 정책에 반발하며 ‘덕분에 챌린지’를 패러디한 ‘덕분이라며 챌린지’를 시작했다.

이들은 왼쪽 손바닥 위에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세운 ‘존중’이라는 의미의 수어를, 엄지손가락이 바닥으로 향하게 한 모습으로 임의로 변경해 포스터를 제작·배포했다. 이로 인해 챌린지에 동참한 많은 의대생들의 사진이 SNS에 올라오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장애계는 해당 수어는 사전에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수어에 대한 모욕’이라며 강도 높게 질타하고 나섰다.

지난 21일 한국농아인협회는 ‘의대생들은 수어를 모독하지 마라’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성명서를 통해 “존경을 뒤집은 형태는 사전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면 존경이라는 단어의 반대 의미를 넘어서 남을 ‘저주한다’와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며 “대한의사협회의 의료파업에 동참한 의대협에서 ‘저주한다’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엉터리 수어를 자신들의 파업상징으로 사용하고 있어 우리 농인들이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농인에게 ‘수어’가 갖는 위상과 가치는 국어의 그것보다 더 높다. 그러한 농인들의 수어를, 생명을 구하는 의사가 될 의과대학생들이 미래의 이익을 지키겠다며 끌어다 쓰고 모독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파장이 커지자 지난 22일 의대협은 ‘상심했을 농인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사과문을 발표하며 ‘덕분이라며 챌린지’ 중단 의사를 전했다.

이들은 “수어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손 모양일지라도 기존의 수어와 대비되어 여러분께 상처를 안겨드릴 수 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짧은 식견으로 인해 상심하셨을 모든 분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의대협에서 올린 ‘덕분이라며 챌린지’ 사과문.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SNS
의대협에서 올린 ‘덕분이라며 챌린지’ 사과문.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SNS

“수어 왜곡·비하 반복되지 않아야”… 장애벽허물기, 재발 방지 ‘차별진정’ 제기

이에 대해 장애벽허물기는 환영의 뜻을 밝히는 한편, 수어에 대한 왜곡과 비하에 대해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차별진정에 나섰다.

많은 농인들이 모욕감과 상처를 받았을 뿐더러, 일부 사과를 했다고 했지만 재발 방지책이 미흡하다는 것.

장애벽허물기는 “이것으로 끝날 문제는 아니다. 무엇보다 이 챌린지는 수어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챌린지를 진행한 학생들만이 아닌, 사회적으로 이러한 문제가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방안들이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은 많은 농인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게시물을 게시하고 있다. 더 나아가 그동안 병원에서 수어통역 등을 지원하지 않는 등 소통에 의한 차별이 있어 왔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진정 취지를 밝혔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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