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 학대 외면한 판결 “대법원은 잘못 바로잡아야”
장애아동 학대 외면한 판결 “대법원은 잘못 바로잡아야”
  • 박성용 기자
  • 승인 2020.11.2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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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재판부 ‘교육적 의도 참작’ 무죄 판결… 장애계 “미필적 고의도 학대라는 판례 무시해”
“피해자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상황… 더 이상의 학대행위 막아야” 강조
장애학대 가해자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2심 재판부를 규탄하고 나선 기자회견 참가자.

“웃는 모습이 예쁜 하나뿐인 아이를 혼신을 다해 키웠습니다. 가해 교사를 만나고 난 후, 아이의 정신적 충격은 일상생활에서 늘 그늘진 얼굴과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 양치질에 대한 두려움, 비슷한 외형의 어른을 보면 숨는 전에 없던 행동을 보였습니다. 부디 더 이상 장애아동 가정에게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길 간절히 바랍니다.”

뒤바뀐 장애아동 학대 판결에 대해, 장애계가 이를 바로잡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26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장애아동 학대 사건에 대해 “장애아동 학대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규탄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당사자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교육적 의도라는 이유로 아동학대의 면죄부를 주고 있다.”며 “대법원에선 부디 이 모든 잘못이 바로 잡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미필적 고의도 학대’ 판시… “교육적 의도 참작 판결은 위법 소지 있어” 지적

사건은 지난 2017년 유치원에서 발생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피해아동 보호자 A씨에 따르면, 당시 유치원에서 근무하던 특수교사는 B의 입을 한 손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 숟가락을 입에 밀어 넣고 뱉어내지 못하게 입을 강제로 막았다.

또한 양치를 거부하며 화장실에서 발버둥 치는 B의 어깨를 한 손으로 강하게 붙잡은 채, 칫솔을 억지로 집어넣어 강제로 양치를 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를 전해들은 학부모들은 해당 특수교사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출장 등을 이유로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해 약식재판이 열렸다. 

그 결과, 두 행위 모두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로 인정돼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후 특수교사 측에서 정식재판을 청구했으나, 1심과 같은 취지로 벌금 300만 원과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받았다.  

26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장애인차별금지연대는 대법원 앞에서 장애아동 학대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규탄하고 나섰다.<br>
26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장애인차별금지연대는 대법원 앞에서 장애아동 학대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규탄하고 나섰다.

이후 특수교사는 항소를 제기했고, 지난 6일 2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교육적 의도가 있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학대행위와 차이가 있다는 것.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아동학대죄에 해당되는지, 아동학대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피해자와 검사측은 지난 13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특히 장애계는 해당 판결에 대해 대법원의 판례를 반하는 위법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나동환 상근변호사.<br>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나동환 상근변호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나동환 상근변호사는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의 행동이 교육적 목적에서 비롯됐고, 피해아동을 괴롭히려는 의도가 아니기에 학대의 고의성을 입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단은 대법원의 판례를 잘못 해석함으로써 위법 소지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15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아동학대죄와 관련해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란 현실적으로 아동의 정신건강과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한 경우뿐만 아니라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발생한 경우도 포함되며, 반드시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의 목적이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있음을 미필적으로 인식하면 충분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즉, 미필적 고의에 따라 아동학대죄의 고의 여부를 판단한다는 뜻이다. 이와 달리 2심 재판부는 독자적인 판단을 했다는 것이 장애계의 주장이다.

나 변호사는 “2심 재판부는 교육적 의도라는 기준만으로 판단했다. 이러한 판결에 기초해 아동학대행위가 확산되고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대법원에서 공정한 판결을 통해 항소심의 잘못을 바로 잡아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김종옥 대표는 “이번 판결은 교사에 의해 강압적인 행위가 있어도, 그것이 학대 의도가 없었다면 학대가 아닌 것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교육이 아니다.”며 “이제 우리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판결이 반드시 바로 잡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더 이상 장애아동과 부모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라.”고 목소리 냈다.

“강압적 행위는 교육이 될 수 없어… 올바른 판결로 바로잡아야” 호소

상고심을 앞둔 대법원을 향해, 올바른 판결을 촉구하는 외침도 이어졌다.

서울장애인부모연대 강지향 강동지회장은 “이 사건은 아이가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공간에서 발생한 일이다. 과연 아이를 막 대해도 된다는 것이 어떻게 교육으로 볼 수 있는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1심에서 벌금형을 받았다고 들었을 때, 적어도 정의는 살아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판결이 변한 것에 대해선 납득할 수 없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상황.”이라고 질타하며 “도움이 필요한 장애아동의 학대행위에 대해, 올바른 판결이 이뤄지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요청했다.

피해아동 보호자 A씨는 “4년이라는 시간동안 검찰과 법원을 오가며 최선을 다했고, 그때마다 이 사건을 되새기는 것이 마음이 아렸다. 그런데 이런 결과를 만나게 돼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것이 학대가 아니라면, 장애아동만이 아닌 비장애아동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동학대에 대한 판단이 될 수 있는 중요한 판결.”이라며 “대법원이 우리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정의로운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