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도움 안내서 펴내… “민법 개정 전까지 빚 대물림 방지 소송 무료지원”

2021년 초 A(11)의 모친은 함께 살던 A에게 많은 빚을 남긴 채 사망했다. A의 부친은 그 전에 이미 사망했고, 이복언니(20대 초반)가 A를 위탁모로서 돌보게 되었다. A는 만14세 미만이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법정대리인이 없이 안심 상속 원스톱 서비스나 상속인금융거래조회를 이용할 수 없었고, 모친이 남긴 상속재산과 채무의 규모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A는 모친이 남긴 채무를 청구하는 소장을 받았고, A의 언니는 서울가정위탁지원센터를 통해 서울시복지재단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이하 공익법센터)에 법률지원을 요청했다.

공익법센터는 먼저 A의 언니를 A의 미성년후견인으로 선임하는 결정을 받았고, 이후 A의 모친이 재산 없이 부채만을 남긴 것을 확인한 후, 법원으로부터 피미성년후견인의 재산관리와 관련한 허가를 받아 A의 상속포기 심판을 받았다.

미성년자의 빚 대물림을 방지하기 위한 안내서가 발간된다.

서울시복지재단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서울특별시 아동·청소년 상속채무에 대한 법률지원 조례’에 따라 지난해 2월부터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24세 미만 아동·청소년이 빚을 대물림하지 않도록 무료법률지원 업무를 수행 중이다.

업무 개시 1년을 맞아 그동안의 사례에 기초해 ‘미성년자 빚 대물림 방지 안내서(이하 안내서)’를 발간했다고 24일 밝혔다.

안내서를 발간한 취지는, 만19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빚을 상속하지 않기 위해서는 친권자의 존재 여부 및 친권 남용 여부, 미성년자의 시설 거주 여부 등 여러 상황에 따라 기간 내에 밟아야 하는 법률절차가 매우 많고 복잡하다는 실무상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미성년자 역시 빚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서는 성인과 마찬가지로 법원의 상속포기 또는 상속한정승인 심판을 받아야 하지만, 성인과 달리 부모(친권자)나 미성년후견인 등 법정대리인에 의해서만 법원에 상속포기 또는 상속한정승인의 심판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정대리인의 상황에 따라 대응해야 할 법률절차와 유형이 복잡해진다.

공익법센터 이상훈 센터장(변호사)과 성유진 변호사가 공동집필한 안내서는 54쪽 분량 A5 사이즈의 소책자며, 미성년자의 상속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 및 개별 상황에 따른 대처방법을 개관한 1부와, 구체적인 법률서면 작성례를 제시한 2부로 구성돼 있다.

공익법센터 성유진 변호사는 “현행법상 성년자의 의사나 이익과는 무관하게 법정대리인에 의해 채무상속 여부가 좌우되고,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할 시기를 놓치는 경우에는 미성년자가 파산을 해야만 상속채무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며 “이번에 발간한 안내서는 미성년자 본인 또는 미성년자를 돌보고 있는 성인들이 안내서를 참고해 실제로 빚을 대물림하지 않을 수 있도록 최대한 상세하게 작성했으며, 미성년자들이 빚의 대물림 위험에서 벗어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에만 서울시에 사는 만24세 미만 아동·청소년 85명이 공익법센터의 무료법률지원을 통해 빚을 상속하지 않았고, 이를 통해 확인된 전체 채무탕감액은 9억7,900만 원에 이른다(채무액 확인 없이 상속 포기한 경우 포함하면 그 이상).

공익법센터는 올해에도 무료법률지원을 이어갈 것이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관련 법 개정을 위한 활동도 해나갈 계획이다.

현재까지 국회에서 4개의 관련 민법 개정법률안이 발의되어 계류 중인데, 공익법센터는 지난해 7월 송기헌·최기상 국회의원실과 공동해 ‘미성년자 빚 대물림 방지를 위한 민법 개정 필요성과 개정방향’을 주제로 하는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2014년 7월 서울시민의 사회보장분야 법률상담, 공익소송, 공익입법, 제도개선을 위해 서울시복지재단 내에 설치한 단체다. 현재 센터장을 포함한 변호사 6명과 사회복지사 등 총 10명이 근무하고 있다. 마포구 공덕동 서울복지타운 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표상담번호는 1670-0121이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정두리 기자]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