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총, 장애인정책리포트 417호 발간 …779일간 지속된 소송과정 조명
“장애인 이동권 현실 답보 상태… 교통약자 위한 개선책 마련돼야”

779일간의 서울지하철단차 차별구제청구 소송 과정,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를 담은 리포트가 발간됐다.

지난달 31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장애인정책리포트 제417호’를 발간했다.

지난 2019년 4월 2호선 신촌역에서 휠체어 바퀴가 지하철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틈으로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 당사자는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생명에 위협을 받는 시설을 방치하고 있다는 현실을 고발하고, 앞으로 장애인 승객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요구했다. 

약 2년간 진행된 소송 결과 원고는 1·2심에서 패소했으며, 패소한 장애인 당사자가 1,000만 원 정도의 소송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하철 승하차, 장애인에겐 일상이 ‘사투’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열차와 승강장 간격을 ‘크레바스(빙하나 눈 골짜기에 형성된 깊은 균열)’라 부른다. 

간격이 넓은 승강장에서 발빠짐 사고가 잦은 것은 당연한 일로, 1~9호선 역사에서 2004년 이전 지어진 268개역 1만8,856곳 승강장 중 연단 간격이 법정 기준인 10㎝가 넘는 곳은 151개역(56.3%) 3,607곳에 달한다. 

장애인들은 넓고 깊은 단차로 인해 전동휠체어 바퀴가 걸려 바닥으로 나동그라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하며, 일상적인 공간이 돼야 할 지하철로부터 생명·안전에 대한 위협을 받고 있다.

끝나면 안될 싸움… 지하철 장애인 이동권 ‘답보 상태’

사투의 현장인 지하철, 하지만 법원은 장애인 당사자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지난 2019년 시작된 서울지하철단차 차별구제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안전발판’ 등의 설치 여부가 차별의 근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당한 사유’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서울교통공사가 지금까지 해왔던 신촌역, 충무로역 등 일부 고무발판 설치, 직원들의 이동식 발판 서비스 도입 등을 정당한 사유로 인정했다.

이에 대해 한국장총은 “실제 서비스 이용 실태를 점검해본 결과, 안전은 고사하고 편의를 담보할 수 없는 상태.”라며 “장애인의 입장에서 정당한 편의가 제공되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건의 실마리를 갖고 있는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의 지하철은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된 일상의 이동에 있어서 여전히 예산과 의지를 논하고 있으며, 지난 2020년 법개정을 통해 근거를 마련했으나 기술 도입 등 직접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시도는 수년간 답보 상태에 놓여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흔히 지하철은 도시의 인식 수준을 드러내는 지표라고 표현한다. 교통약자들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경과규정’, ‘과도한 부담’,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라는 그림자 뒤에 숨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장애인정책리포트는 장애인 당사자가 겪는 불편한 사례와 이슈를 주제로 선정해 심도있게 풀어나가도록 구성, 지난 1999년 3월 29일 창간을 시작으로 매월 1회 발간해왔다. 리포트는 한국장총 누리집(kodaf.or.kr) 발간자료에서 상시 열람이 가능하며, 관련 문의는 전화(02-783-0067)로 하면 된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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