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 장애청년 ‘재기’의 삶 다뤄… 이동권, 활동보조 등 사각지대 담아내
“기본적 권리 보장되지 않는 현실… 불편함 없는 장치 마련돼야”

영화 '복지식당' 메인 포스터. ⓒ인디스토리
영화 '복지식당' 메인 포스터. ⓒ인디스토리

“나는 반드시 중증 장애인이 되어야만 합니다”

장애인 복지제도의 모순, 그리고 장애인 당사자가 마주한 현실을 담은 영화가 찾아온다.

6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장애인 당사자 정재익 감독과 비장애인 서태수 감독이 함께한 영화 ‘복지식당’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복지식당은 현행 제도의 모순으로, 생의 사각지대에서 기본권조차 누리지 못하는 장애인 당사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지난해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제4회 제주혼듸독립영화제, 제16회 런던한국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돼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두 감독은 “복지식당은 우리 사회에서 말하는 복지 제도와 현실, 생존과 일상이 교차하는 식당의 의미를 담았다.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단적으로 설명하게 위해 노력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이번 영화를 통해 규정이나 절차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사각지대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영화를 통해 장애인 당사자가 겪는 현실, 그리고 앞으로 좋은 복지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고로 후천적 장애인이 된 '재기'. 장애등급 판정을 위해 팔을 들어올리고 있다. ⓒ인디스토리
사고로 후천적 장애인이 된 '재기'. 장애등급 판정을 위해 팔을 들어올리고 있다. ⓒ인디스토리

사고로 장애인이 된 청년의 삶, 그리고 수많은 ‘문턱’

영화는 사고로 후천적 장애인이 된 청년 ‘재기’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순간의 사고로 장애인이 된 재기는 중추신경이 손상된 중증 장애인이나, 의학적 기준만 반영하는 제도의 모순으로 경증 장애로 분류돼 5급으로 영구판정을 받는다.

이로 인해 재기는 장애인 일자리 지원, 장애인활동지원 등 여러 복지정책에서 제외된다.

특히 절박한 ‘이동권’에서 많은 제약을 경험하게 된다. 경증 장애인의 경우 장애인 콜택시, 휠체어 할인, 취업지원서비스 등의 혜택에서 제외된다.

재기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 장애등급을 바꾸기 위한 행정 소송에 나서지만,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 사회 내에서 권력을 이용해 다른 장애인들을 착취하는 ‘병호’, 장애인의 가족으로써 함께 고군분투하는 ‘은주’, 약자를 도와주려 하지만 결국 권력 앞에 굴복하는 ‘봉수’ 등 장애인으로 살아가며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 당사자의 힘겨운 싸움과 인간 군상을 담담히 표현했다.

영화 '복지식당'을 연출한 정재익 감독. 자신의 경험담을 전하며 기획 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영화 '복지식당'을 연출한 정재익 감독. 자신의 경험담을 전하며 기획 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이번 영화는 정재익 감독의 경험을 담아내 그 깊이를 더하고 있다.

과거 정재익 감독은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남자 간호사로 근무했었다. 2010년 10월 교통사고로 경추 손상을 입었고, 12년째 장애인 당사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정재익 감독은 “장애인으로써 살아가며 장애등급의 문제를 경험하고, 잘못된 복지 정책으로 사각지대에 처한 실상을 목격하게 됐다.”며 “이러한 실태를 장애인 당사자로써 고발하고 싶었고, 장애인의 삶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영화 속 주인공에게 자신을 투영한 만큼, 휠체어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모습뿐만 아닌 심리적인 부분까지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무엇보다 당사자로써의 삶을 녹여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영화 '복지식당'을 공동 연출한 정재익 감독(왼쪽)과 서태수 감독(오른쪽)
영화 '복지식당'을 공동 연출한 정재익 감독(왼쪽)과 서태수 감독(오른쪽)

정재익·서태수 감독 “모두를 위한 복지 생각하는 계기되길”

이날 두 감독은 ‘모두를 위한 복지’를 강조했다.

장애등급을 바꾸려는 주인공의 시도를 통해, 단순한 의학적 기준이 아닌 모두를 위한 장애인 정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서태수 감독은 “영화 속 주인공이 법적으로 왜 중증 장애인이 되고자 하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현재 장애인 당사자가 마주하는 불합리한 상황들을 마주할 수 있다.”며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당사자 한 명에게 그치지 않는다. 이동권 보장, 활동지원서비스 제공 등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지 않아 그 가족들도 함께 약자의 위치에 서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으로 살아가려면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 분명 존재하고, 사회는 그들이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장치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며 “영화를 통해 모두에게 가장 좋은 복지가 무엇이고, 이를 위해 어떤 점이 필요한지 고민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재익 감독도 “비장애인일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는 많이 보인다.”며 “영화를 본 관객들이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시선을 갖고, 세상의 편견을 깨는 새로운 시야를 가질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영화를 통해 장애인 관련 문제를 알리겠다는 뜻도 전했다.

정재익 감독은 “나는 장애인 감독이다. 앞으로 장애와 관련된 내용을 계속해서 만들고, 영화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태수 감독 역시 “앞으로 정 감독과의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새로운 이야기들을 지켜봐 달라.”고 의지를 밝혔다.

장애등급제의 실태와 우리 사회의 복지 현주소를 담은 작품, 영화 ‘복지식당’이 오는 14일 극장을 통해 관객들을 찾아간다.

영화 '복지식당' 정재익 감독, 서태수 감독, 출연진들이 포토존에서 웃음을 보이고 있다.
영화 '복지식당' 정재익 감독, 서태수 감독, 출연진들이 포토존에서 웃음을 보이고 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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