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탈시설 정책, 앞으로의 개선책 논의

밀알복지재단은 지난 9일 밀알아트센터 도산홀에서 서울사회복지법인협회 주최로 ‘장애인 거주시설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밀알복지재단 홍정길 이사장과 정형석 상임대표, 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 김종인 이사장 등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토론회는 우리나라의 장애인 탈시설 정책의 현황을 살펴보고 개선책을 도모하고자 마련됐다.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은, 장애인 거주시설에 머무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자립기반을 마련하고 이주를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는 오는 2041년까지 거주시설을 완전히 폐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밀알복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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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참석자들은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과 자립을 돕는 탈시설 정책의 취지와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추진 과정에서 장애인과 가족들의 의사가 존중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다양한 장애 유형과 특성을 고려한 요양서비스와 자립정책이 추진돼야 하며, 당사자의 욕구를 반영한 다양한 형태의 시설을 장애인과 가족이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봤다. 

그 예시로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정부의 자립생활지원서비스를 통해 비교적 순탄하게 자립의 과정을 밟을 수 있으나, 의사표현과 자기결정 능력이 부족하고 돌발 행동이 잦은 최중증 장애인까지 지역사회로 전환시키는 것은 오히려 이들을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 김종인 이사장은 “돌봄과 보호가 필요해 거주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중증 발달장애인이나 무연고 장애인 등의 어려움을 충분히 고려해 시설 중심에서 사람 중심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탈시설 정책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 큰 곤란을 겪을 장애인들을 위한 심도 있는 논의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박대성 고문은 “시설에서 잘 지내고 있는 이들이 탈시설 정책으로 나와야 한다는 것은 ‘장애인이 특정 주거 형태를 취할 것을 강요받을 수 없다’고 게재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를 위반한 행위로 볼 수 있다.”며 “탈시설을 일괄적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장애의 특성과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엔젤스헤이븐 조준호 대표는 “탈시설이 최우선 정책이 아니라, 시설이 필요하지 않도록 영유아부터 노년기까지 각각의 생애주기에 맞는 서비스가 지역사회에서 제공되도록 만드는 것이 선행 과제.”라며 “탈시설 정책이 지역사회 돌봄서비스 등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가 갖추어지기 전에 시행되면 장애인 가족들의 비극은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거주시설도 권리 중심의 이용시설로 변화돼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밀알복지재단은 “토론회에서 나온 문제점과 개선책을 바탕으로 현 탈시설 정책이 장애인들의 유형과 특성, 욕구 등 다양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장애계 관계자들로 구성된 ‘장애인 탈시설 범사회복지 공동대책위원회’와 연대해 목소리를 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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