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전국 최초 ‘고립·은둔청년 실태조사’ 실시
고립·은둔 계기에 ‘실직·취업 어려움’… 55.6%는 주로 집에서만 생활
‘고립‧은둔청년 종합 지원계획’ 수립 예정… 3월부터 지원 정책 추진

서울시청 외경. ⓒ웰페어뉴스DB
서울시청 외경. ⓒ웰페어뉴스DB

“생활비가 제일 고민이죠. 돈이 떨어지면 뭐라도 해야 되니까 제일 고민이고요. 그런데 걱정인 게, 돈이 떨어지면 취업을 나가야 되는데 취업을 해도 1년 넘게 다녀본 적이 거의 없어요.”

서울시는 최근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을 위해 지난해 5월~12월까지 ‘고립·은둔청년 실태조사’를 전국 최초로 실시하고, 18일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지난 2021년 12월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이번 조사는 해당 조례를 근거로 이뤄졌다.

서울시는 조사과정에서 정밀한 기준 설정을 위해 고립, 은둔청년의 개념부터 정의했다. 

‘고립’은 현재 정서적 또는 물리적 고립상태에 놓인 자로 고립 상태가 최소 6개월 이상 유지되는 경우로, ‘은둔’은 현재 외출이 거의 없이 집에서만 생활하며 은둔 상태가 최소 6개월 이상 유지되고, 최근 한 달 내 직업·구직 활동이 없던 경우로 규정했다.

조사는 고립·은둔청년의 규모 추정을 위한 가구조사(5,221가구)와 고립·은둔청년의 전반적 생활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청년조사(5,513명)로 나눠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또한 실제 고립·은둔 생활을 하는 당사자와 지원기관 실무자 대상으로 심층조사까지 실시해 조사 결과의 정확성을 높였다. 

서울시 거주 청년 4.5% ‘고립·운둔 상태’

조사 결과, 서울 청년 중 고립·은둔청년 비율은 4.5%로 추정되며, 이를 서울시 인구에 적용할 경우 최대 12만9,000명에 이를 것으로 산출된다.

이를 전국 청년(만 19세~39세 기준) 대상으로 범위를 넓힐 경우, 국내의 고립·은둔청년은 약 61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립·은둔 생활을 하게 된 계기는 ‘실직 또는 취업에 어려움’이 45.5%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나타냈으며, 뒤이어 ‘심리적, 정신적인 어려움(40.9%)’, ‘다른 사람과 대화하거나 함께 활동하는 등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움(40.3%)’ 순으로 조사됐다.

고립·은둔 생활을 하게 된 계기. ⓒ서울시
고립·은둔 생활을 하게 된 계기. ⓒ서울시

고립·은둔청년은 서울시 청년 전체 평균보다 성인기 전후로 더 많은 부정적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기 이전에는 ‘가족 중 누군가가 정서적으로 힘들어했던 경험(62.1%)’, ‘집안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진 경험(57.8%)’, ‘지인으로부터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했던 경험(57.2%)’ 등이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기 이후에는 ‘원하던 시기에 취업을 못했거나(64.6%)’, ‘원했던 직장에 들어가지 못했던 경험(60.7%)’ 등 주로 취업 실패 등에 대한 경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도 고립·은둔청년 중 55.6%는 거의 외출을 하지 않고, 주로 집에서만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생활의 지속기간은 ‘1년 이상~3년 미만(28.1%)’, ‘3년 이상~5년 미만(16.7%)’, ‘10년 이상(11.5%)’ 순으로 나타나, 은둔 생활이 5년 이상 장기화 된 청년 비율도 28.5%로 높게 나타났다.

고립·운둔청년 64.7% ‘사회경제적 수준 낮다’ 응답

고립·은둔청년 중 본인 가구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보통보다 낮다고 응답한 비율이 64.7%로 집계됐다. 이는 일반청년의 응답 31.4%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또한 본인의 경제적 수준도 ‘매우 부족함(51.6%)’, ‘약간 부족함(33.5%)’으로 나타나 일반청년(각 15.2%, 35.6%)보다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고립·은둔청년의 주관적인 가구의 사회경제적 수준. ⓒ서울시
서울시 고립·은둔청년의 주관적인 가구의 사회경제적 수준. ⓒ서울시

이와 함께 고립·은둔청년은 자신의 신체적 건강상태에 대해 43.2%가 나쁘다고 응답해, 일반청년(14.2%)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 관련 약물 복용 여부에 고립·은둔청년은 18.5%가 복용한다고 답해 일반청년 8.6%보다 2배 이상 높고, 10명 중 8명은 ‘가벼운 수준 이상의 우울(중증 수준 이상은 57.6%)’을 겪고 있어 지원정책의 연계 필요성을 확인했다.

절반 이상은 ‘극복 의지’ 나타내… 경제적 지원 요구 가장 높아

고립·은둔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10명 중 5명(55.7%) 이상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4명(43%) 이상은 실제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해 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위해 시도한 활동은 ‘취미활동(31.1%)’, ‘일이나 공부(22%)’, ‘병원 진단 및 치료(15.4%)’, ‘심리상담(10.2%)’ 순으로 나타났다.

고립·은둔청년에게 필요한 지원방안으로 ‘경제적 지원’이 57.2%로 가장 높았으며 ‘취미, 운동 등의 활동(44.7%)’, ‘일자리나 공부 기회(42%)’, ‘심리상담(36.8%)’ 순으로 조사됐다.

한편, ‘경제적 지원’의 의미에 대해 당사자와의 심층 인터뷰로 조사한 결과, 고립·은둔생활 극복을 위해 필요한 ‘의식주 차원의 지원’을 언급했다. 지원방식은 단순 현금 지급보다는 바우처 형태의 지원을 희망했다.

또한 고립·은둔청년 자녀를 둔 가족에게 필요한 지원방안으로 ‘고립과 은둔에 대한 이해 프로그램(22.4%)’, ‘부모와 자식 간 가족 상담(22.1%)’이 높게 나타나, 가족의 경우에는 고립·은둔청년 자녀를 이해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상담이나 교육을 주로 희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고립·은둔청년 종합 지원계획’ 수립 박차

서울시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립·은둔청년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프로그램 등을 기획해 지원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먼저 대학 전문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으로, 이에 따라 지금까지 단순 상담에 의존해왔던 고립·은둔사업을 과학화하고 체계화된 사업 형태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이를 토대로 청년 마음건강 정책과 통합하고 사업을 고도화한다.

기존에 개별적으로 추진되던 마음건강 지원사업과 고립·은둔청년 사업 등을 모두 하나의 체계로 묶어 체계적 초기진단과 유형분류, 심화상담, 프로그램 제공, 사후관리 등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고립·은둔청년을 위한 종합 컨트롤타워로서 ‘마음건강 비전센터(가칭)’를 운영할 계획이다. 센터에서는 사업 참여자의 지속적 사후관리, 사업 성과평가, 전문가 자문 등을 제공하게 된다.

서울시는 이러한 방향성 아래, 실태조사 결과 등을 담아 사업을 설계해 오는 3월 중 종합적인 지원계획을 마련·시행할 방침이다.

서울시 김철희 미래청년기획단장은 “고립·은둔청년의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당사자 중심의 섬세한 정책설계가 필요해졌고, 이에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실태조사를 시행해 유의미한 결과 값을 확보했다.”며 “이제 고립·은둔청년이 실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해, 청년들이 다시 사회로 나와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업을 마련해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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