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지켜지지 않은 약속 문제”… 오세훈 “지하철 시위는 중범죄” 입장차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 들어 달라”… 지하철 행동 재개 여부는 3일 발표 예정

면담을 마치고 인사를 나누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서울시
면담을 마치고 인사를 나누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서울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만남이 이뤄졌으나, 실제 합의점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지난 2일 서울시청에서 전장연과 오 시장의 ‘단독 공개면담’이 이뤄졌다.

올해 전장연은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이동권 보장을 외치며 ‘지하철 행동’에 돌입했다. 지난달 4일에는 냉각기를 갖자는 서울교통공사의 제안을 수용하며 오 시장과의 면담 논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서울시는 탈시설 등과 관련된 다양한 장애인단체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공동면담을 요청했고, 전장연은 이를 거부하며 면담은 결렬됐다.

이후 지난달 20일 오이도역 휠체어 리프트 참사 22주기를 맞아 지하철 행동을 재개했고, 오 시장은 조건 없는 단독면담을 제안할 것을 지시하며 단독 공개면담에 합의했다.

이날 서울시는 전장연과 면담을 시작으로, 다른 장애인단체와의 단독면담을 릴레이 방식으로 진행했다.

지하철 행동 중단을 요청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
지하철 행동 중단을 요청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

오 시장, 전장연에 ‘지하철 행동 중단’ 재차 요청

면담에 나선 오 시장은 전장연에 지하철 행동 중단을 거듭 요청했다.

오 시장은 “전장연에서 주장하는 탈시설, 이동권 등과 관련한 논제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서울시는 전향적으로 예산을 배정해왔고, 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며 “중앙정부에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시위도 이해한다. 하지만 그 방법이 서울시 지하철을 지연시키는 일이여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특히,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현행 시위 방식의 변화를 강조했다.

오 시장은 “전장연이 굉장한 사회적 강자가 됐다고 생각한다. 정시성을 큰 생명으로 하는 지하철을 84번 운행 지연시켰기 때문.”이라며 “이는 철도안전법에 위반되는 중범죄.”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최초에 지하철을 세우거나 지연시키는 형태의 시위를 했을 때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굉장한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하지만 오랜 시간 반복되다보니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시민들의 출근길을 보장하는 책무를 안고 있는 시장으로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는 단계에 왔다.”고 설명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면담 관련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면담 관련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

전장연 “당사자 목소리 외면된 현실”…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건의’

이에 대해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당사자를 외면한 현실을 규탄하며, 오 시장과의 평행선을 달렸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2001년 오이도역 휠체어 리프트 참사 이후, 22년간 장애인 당사자들은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할 것을 요구해 왔다. 매번 약속은 반복됐으나,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며 “오랜 시간 지켜지지 않은 약속의 문제에 답을 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헌법에 국민을 위한 권리를 보장할 것을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장애인들은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이것은 정파의 문제도, 권력의 문제도 아니다. 사회적 약자로서 우리들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덧붙였다.

탈시설 관련 의제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탈시설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된 부분이다. 이에 대한 단체들간의 소모적인 논쟁은 불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난해 9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탈시설 가이드라인을 통해 협약 당사국이 모든 형태의 시설 수용을 폐지하라고 명시한 바 있다.”며 “차라리 해당 문제를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를 불러서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의견을 지닌 단체들이 참여해 갈등을 권리적 차원에서 풀길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서울시장으로서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건의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진심으로 부탁한다. 서울시장으로서 내년도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요청해 줄 것을 건의한다.”며 “서울시마저 이것을 외면한다면 어디에서 하겠는가. 장애인 권리 보장에 대한 부분들이 담긴 만큼, 다음달 23일까지 기획재정부에 해당 예산안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우리는 처음부터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감옥 같은 시설이 아닌 지역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를 주장해 왔다. 기조는 한 순간도 변하지 않았다.”며 “진짜 강자인 기획재정부에 대화로 풀어갈 것을 이야기해 달라. 이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오 시장에 건의했다.

한편, 지하철 행동 재개 여부는 3일 오전 혜화역에서 진행되는 지하철 선전전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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