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시설 설치조차 지켜지지 않는 사회… 현 실태 되돌아 봐야”

17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남대문경찰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체포영장 신청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17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남대문경찰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체포영장 신청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헌법에 명시된 ‘누구도 차별받지 아니한다. 법 앞에 모두 평등하다’는 그 법은 왜 지키지 않냐고 묻고 오겠습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투쟁해 온 역사가 있어서 매우 기쁘고 힘이 됩니다. 끝까지 가겠습니다.”

수차례 경찰에 출석 요구를 거부했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스스로 철창 속에 들어가며 자진 출두했다.

17일 전장연은 서울경찰청 앞에서 박 상임공동대표에 대한 ‘남대문경찰서 체포영장 신청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동안 전장연은 장애인권리예산 반영과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지하철 행동’을 벌여왔다. 이로 인해 전장연 관계자들은 도로 점거, 열차 운행 지연 등에 대해 도로교통법,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방해 등에 대해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서울경찰청은 전장연 활동가 27명을 입건, 총 24명을 송치한 바 있다.

박 상임공동대표에 대해서도 지난해 8월부터 소환을 통보했으나, ‘서울경찰청 산하 31개 경찰서에 정당한 편의시설 계획과 예산이 먼저’라고 강조하며 18차례 출석 요구를 거부해 왔다.

이후 지난 15일 남대문경찰서는 박 상임공동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고, 다음날인 16일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하기에 이르렀다.

기자회견에 나선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기자회견에 나선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철창 속의 호소 “22년을 외쳐도 바뀌지 않는 현실 봐 달라”

이날 박 상임공동대표는 몸에 쇠사슬을 두르고, 스스로 이동형 철창 속에서 들어간 채로 입장을 밝혔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우리는 장애인을 지속적으로 차별해온 사회, 장애인 등 편의시설조차도 지켜지지 않는 사회에 저항하고 있다.”며 “그들은 법률로 처벌하려고 하지만, 우리는 헌법과 유엔장애인권리보장법 등을 갖고 이야기하겠다. 헌법에 명시된 ‘누구도 차별받지 아니한다. 법 앞에 모두 평등하다’는 그 법은 왜 지키지 않는가 묻고 오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특히, 그동안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이어졌던 현실을 규탄하며, 체포영장 이전에 현 실태를 정부와 기획재정부, 서울시가 함께 되돌아 볼 것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서울시에 적군이 아니다. 표적수사하며 협박하지 말아 달라. 윤석열 대통령, 집권 여당, 기획재정부 장관. 우리를 불법분자로만 몰지 말고 22년을 외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을 봐 달라.”며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이 얼마나 장애인들에게 지독한 차별을 가해왔는지 봐주길 바란다.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조차도, 비장애인들의 배려로만 조금씩 던져져야 하는 하찮은 것들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우리들은 도망갈 수도 없고, 도망갈 수단도 없다. 그렇기에 당당히 싸우겠다.”며 “전장연은 불법을 저지른 게 아니라 차별에 저항하며 중증 장애인, 장애인이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리겠다.”며 투쟁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박 상임공동대표에게 체포영장이 집행됐으며, 이후 남대문경찰서로 이동하는 호송차량에 탑승해 조사 절차에 들어갔다.

호송차량에 휠체어 리프트를 보고 있는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호송차량에 휠체어 리프트를 보고 있는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 호송차량에 타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 호송차량에 타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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