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장애인 차별한 코레일은 각성하라’

"주말 휴일이라 입석 손님이 너무 많아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기차를 탈 수 없다"라며 승차를 거부한 코레일은 각성하라.

지난 4월 14일 토요일 수원역에서 무궁화호 전동휠체어석 열차표를 예매하고, 승차하려던 한 장애인이 승차를 거부당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탑승은 당연히 역무원이 경사로 설치를 해 주어야 탑승이 가능하고, 별도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더라도 발매가 되면 탑승에 필요한 정당한 편의 제공이 당연히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열차 입석 승객이 많아 비좁아 휠체어 탑승이 어렵다며 역무원은 손짓으로 거부 의사를 밝혀 탑승을 거부한 것이다.

이 장애인은 수원역에 미리 도착하여 고객지원실에 가서 휠체어 탑승 장치인 리프트 신청을 했다. 역에 도착하기 전에 전화로도 휠체어 이용자임을 밝히고, 11:38분 서울행 무궁화 1282열차를 탈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렸다.

리프트 신청을 하면 역무원은 휠체어 사용자가 탑승할 열차의 승무원과 미리 연락을 취하여 대비를 하게 한다.

휠체어를 사용 장애인은 역무원과 함께 승강장으로 갔다. 얼마 후에 기차가 도착하고 많은 승객이 내렸다. 그리고 승강장에서 기다리던 일반 승객들이 탑승했다. 휠체어 사용 승객의 리프트 탑승을 도와주기 위해서 함께 왔던 역무원이 기차에서 내린 승무원을 만나고 나서 장애인에게 다가오더니 이렇게 전했다. “여객전무가 그러는데, 오늘은 주말이라 손님이 너무 많이 타서 객차 안이 복잡하니 휠체어는 승차할 수 없답니다”라고 전했다.

휠체어 사용 장애인은 “아니 이럴 수가 있느냐? 동등한 권리가 있는데 장애인을 거부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그러나 역무원은 “여객전무가 승차를 거부하면 어쩔 수 없다”며 매표실에 가서 환불을 받으라고 했다.

휠체어 사용 장애인은 강력하게 승차 의사를 밝히고 여객전무에게 직접 항의도 했지만, 그 여객전무는 휠체어 사용 승객을 열차로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결국 열차는 떠나고 장애인은 승강장에 버려지듯 남게 되었다. 그리고 하루의 모든 일정은 엉망이 되어버렸다.

휠체어를 사용한다고 특별대우를 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승차권을 정식으로 구입하고도 기차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다. 동등한 이동권을 보장하지 않고, 장애인을 거부한 것이기 때문이다.

객차가 아무리 복잡했더라도 휠체어 승객이 탈 것이라고 역무실에서 미리 연락을 받았으면 승무원은 당연히 지정된 휠체어 공간에 서 있는 승객을 다른 쪽으로 유도하는 등 준비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한 공간을 도저히 확보할 수 없을 만큼 입석 손님이 빽빽하게 가득 차 있었다면 분명히 입석표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을 뜻한다.

그리고 휠체어 사용 승객이 도저히 탑승할 수 없을 만큼 불가항력적이 상황이 생겼다면 미리 휠체어석이 발매가 되지 않도록 조치를 했어야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입석 손님이 많다는 이유로 휠체어석 발매를 막는 것 또한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다.

무궁화호의 휠체어석은 대부분 3호차에 있다. 따라서 탑승할 일반 승객은 2호차나 4호차 출입문 쪽으로 유도하고 승객이 모두 내리면 3호차 출입문에는 바로 리프트를 연결해도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휠체어 탑승으로 인한 출발지연 사례도 없어지고 열차 운행도 원활해질 것이다. 그러나 승무원이나 역무원이나 그런 일에 나서지 않으려고 한다. 이는 그들의 직무태만이다. 이런 불합리한 관행은 개선되지 않고 굳어버린 지 오래다.

이번에도 수원역에서 많은 손님이 내렸기 때문에 곧바로 리프트부터 연결했더라면 휠체어 탑승이 불가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은 이처럼 승무원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 등 정상적인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음으로써 장애인은 엄청난 차별과 피해를 받게 됐다.

그리고 사후 처리가 더욱 가관이다. 코레일의 처사가 언론에 보도되자, 변명에 급급하여 보도자료를 내보내 해명하기에 바빴다. 사전 고객지원 교육과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으로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지만, 많은 승무원 중 한 사람 정도 실수는 있을 수 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앞으로 더욱 세심히 지원을 하겠다고 하면 사과도 되고 국민은 코레일을 더 이상 문제삼지 않을 것이다.

CCTV 동영상 자료가 있음에도 거짓으로 뒤엎은 사과문을 앞세워 책임 회피에 급급하여 사전 안내가 없었을 뿐 한사코 열차 탑승을 막은 적은 없다고 되레 맞섰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19일 전동휠체어 이용 장애인 승차 거부와 관련한 사과문에서 “해당 무궁화호 열차는 3량으로 편성된 열차에 입석 승객 188명 포함, 약 400명이 승차해 차내 혼잡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었으며, 전동휠체어 이용 고객과 입석 고객의 안전을 위한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고자 혼잡이 덜한 14분 후 도착하는 다음 열차에 승차토록 안내했다”고 밝혔다. 이어 “후속 열차 승차에 대한 동의를 사전에 구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사과드리며, 앞으로 입석 고객을 분산 유도 안내하고, 출·퇴근 시간, 주말 등 일부 이용객이 많은 무궁화호에 대해서는 입석발매 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열차 내 혼잡도를 완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당시 승차거부는 없었고 다음 열차 안내도 했다는 얘기다. 그리고 앞으로 혼잡하면 장애인 승차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한가한 주중이나 장애인은 철도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옷에 몸을 맞추라는 것이다. 정당한 편의제공을 하지 않은 것이 거부인데, 코레일은 강제로 못타게 하지 않았으면 거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다음 열차를 안내해 주었다고 하지만, 사실은 후속 열차 안내도 코레일에서 자발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열차가 떠난 후 현장에 남아 있던 역무원이 별말 없이 그냥 가려고 하길래 다음 열차 탑승 가능 여부를 물었더니 종착지가 다르다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장애인이 사정이 급해 그 열차라도 타야겠다고 하니 그제서야 마지못해 다음 열차 승무원에게 연락을 취했다. 안내를 한 것이 아니라 요구에 의해 마지못해 응했을 뿐이다.

장애인을 동등한 인간으로 여기지 않고, 이동권리를 무시하고 고객의 편리가 아닌 코레일의 편리에 의해 운영되는 후안무치한 코레일의 진면목을 다시 확인했다. 코레일 홍보문화실 관계자는 “앞으로 열차 내 혼잡도 완화와 고객 안전을 위해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혼잡도 완화를 위한 노력은 구체성이 없는 형식적 답변이고, 편의제공 요구에 대해 안전 운운하는 것은 장애인은 안전을 해치니 혼잡시에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아예 발매를 하지 않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코레일 사장과 국토부 장관은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과 이동권 보장에 대해 확실한 입장과 계획을 밝히고, 장애인계에 진정한 사과를 하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해야 하므로, 혼잡을 이유로 철도 이용을 제한하는 일이 없도록 방안을 마련하기를 촉구한다. 우리는 코레일의 비인도적 대응과 사후 처리에 있어 책임 회피식 변명을 강력히 성토하며, 이는 장애인을 두 번 울리는 행위임을 강력히 경고하는 바이다. 안전을 위해 승무원의 권한을 강화할 것이 아니라 국민 편의를 위해 제대로 권리를 사용하는 태도를 교육시켜야 할 것이며, 같은 편이 되어 나서서 변명할 것이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한 사과를 하는 것이 장애인이 입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임을 지적하며 이번 사건에 대해 각성하기 바란다.

2023년 4월 21일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교통장애인협회,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한국장애인인권포럼, 한국장애인연맹(DPIKOREA), 한국근육장애인협회, 한국청각장애인협회, 한국척수장애인협회, 한국장애인녹색재단, 한국장애인기술진흥협회, 한국장애인농축산기술협회, 장애인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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