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불성실교섭 지연으로 일관하는 교육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교육부는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 조인식을 즉각 개최하라!

장애로부터 오는 고통은 근본적으로 개인적인 것이므로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고통을 온전히 나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고통이 사회 구조적 폭력이나 배제, 또는 사회 시스템의 부재나 미흡에 기인할 때, 우리 사회 공동체는 그 고통의 원인을 해부하고 치유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차별에 의한 고통은 당사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그 비극은 결국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전이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학교는 그동안 장애인 차별을 없애거나 줄이기 위한 노력을 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장애인 차별을 묵인하고 방조했다. 우리 모두는 2021년에 폭로된 진주교대 장애학생 입시 성적 조작 사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교육청과 교육부는 민관 모든 부문을 통틀어 장애인 고용률이 가장 낮다. 대한민국의 학교와 교육계 전체는 장애인을 악질적으로 차별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계의 뿌리깊은 장애인 차별을 조금이라도 들춰내 치유하기 위하여 장애인교원들이 분연히 일어나 2019년 장교조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2020년 8월, 역사적인 교육부와의 단체교섭을 시작하였다. 장애인교원들은 단체협약을 통하여 대한민국의 학교가 조금이라도 변화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 꿈은 이제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

장교조는 2020년 8월 5일 제1차 본교섭을 시작으로 장애인교원의 근무 환경 개선과 권익 향상, 학교 내 장애 차별 해소를 위해 긴 시간 성실히 교섭에 임했다. 교육부 담당자들의 장애에 대한 몰이해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설득과 인내, 양보로 많은 부분에서 접점을 이루었고, 2022년 7월 제23차 실무교섭을 끝으로 요구안의 모든 조항을 잠정 합의하여 어느덧 조인식을 눈앞에 두는 듯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마지막 실무교섭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며 기 합의한 조항 중 일부에 대하여 철회를 요구하였다. 이에 따라 장교조는 22년 8월 22일에 2년여간 진행해 온 교육부와의 실무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이를 교육부에 통지한 후 노동쟁의 상태를 해결하고자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를 거쳤다. 이 때 중앙노동위원회는 장교조의 입장과 명분을 명백하게 인정한다는 판단과 함께, 그럼에도 교육부와 지속적으로 교섭을 이어나갈 것을 권고하였고, 장교조는 통 큰 양보를 통해 해당 조항 철회를 결정했다. 그 대신 교육부에도 조속한 단체협약 체결을 통하여 실질적인 장애인교원 근로조건 및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교육부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이후에도 모든 단체교섭 사항에 대하여 잠정 합의에 이르렀음에도 2022년 1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5개월이 흐르도록 여태껏 단체교섭 체결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

장교조는 2022년 11월, 2023년 1월, 2023년 3월, 세 차례에 걸쳐 교육부에 잠정 합의안에 대한 단체협약 체결 조인식 개최를 요구하였지만 교육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교육부는 4월이 되어서야 마지못해 3일과 6일, 두 차례에 걸쳐 ‘잠정합의안 검토서’를 보내왔으나 해당 검토 의견서마저 또다시 기 합의한 다른 조항들을 번복하여 축소·변경·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는 2년 반 이상 상호 합의를 기반으로 이어온 단체교섭에 대한 철저한 기망이자 신의성실의 원칙을 깨는 비겁한 행동이다. 현 단계는 교섭대상 선정이나 구체적인 조항 논의 단계가 아니다. 합의된 사항에 대한 자구 조정을 거쳐 단체협약 체결 조인식을 추진해야 하는 단계이다. 교육부가 뒤늦게 보내 온 검토 의견서는 교육부가 단체협약 체결을 통하여 장애인교원의 고충을 완화하고 학교 현장을 장애인 친화적 근로환경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교육부와 교육청에 부담을 주는 단체협약을 지연시키고 교육부와 교육청의 책임을 최대한 회피하는 방향으로 단체협약의 내용을 축소시키려는 의도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기 합의된 안에 대하여 내용 변경이나 축소, 삭제를 요구하는 교육부측의 수정 의견에 대하여 장교조는 수용할 수 없다. 본 단체교섭은 ‘교육부-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단체교섭 절차 및 방법 등에 대한 합의서(2019.12.20)’에 따라 안건별 축조 심의를 하기로 교섭 절차와 방법을 정하였으며, 기 합의된 안에 대하여 담당자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내용의 변경, 축소, 또는 삭제를 요구하는 것은 단체교섭의 원칙을 위배하는 행위이다. 장교조는 이를 단체교섭의 진행 및 단체협약의 체결을 지연하고 해태하는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한다.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서 불성실한 교섭으로 일관하는 교육부를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교육부는 17개 시도교육청 소속 장애인 교원들의 염원이 담긴 단체교섭안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성실한 자세로 조속히 교섭 타결 및 조인식 개최에 임하라!

하나, 교육부는 교육 현장에서 장애 차별적인 제도와 위계를 강화하는 잘못된 제도를 개선하고, 장애인 교원을 무능한 존재로 치부하는 교육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고충 해결 및 편의지원 방안을 마련하라!

장애인이기 때문에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차별받기 때문에 장애인이 되는 것이다. 교육부는 장애인교원의 염원이 담긴 단체협약을 외면함으로써 대한민국 5천여 장애인교원에게 차별받는 장애인의 삶을 강요하고 있다. 단체협약은 학교에서의 장애인 차별과의 전쟁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교육부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속히 장애인 차별과의 전쟁을 시작하라.

2023년 4월 27일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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