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간의 대장정 마무리… 전 세계 농인의 인권과 삶, 농사회의 발전 모색
세계농아인연맹, 농인을 위한 기본권 증진과 실현 강조하는 ‘결의안’ 채택

ⓒ한국농아인협회
ⓒ한국농아인협회

위기의 시대, 인류 모두의 권리보장을 위한 제19회 세계농아인대회가 15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지난 1일~15일까지 열린 이번 대회는 팬데믹과 기후위기, 자연재해, 전쟁 등 여러 위기 상황에서 전 세계 농인들이 언어적 장벽과 사회경제적 차별, 오디즘(청능주의) 등으로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다. 

공식 행사의 마무리를 알리는 폐회식에서 세계농아인연맹(WFD)는 미래를 기약하며 제주 세계대회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WFD는 언제, 어디서나 특히 위기의 시기에 농인을 위한 기본권의 증진과 실현을 강조하며 ▲수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과 농인의 수어사용의 기본권 보장 ▲양질의 수어 교육 보장 ▲사회의 다양한 분야와 신기술 영역 등에서 수어 접근성 보장 ▲국제개발 프로그램을 포함한 국제 협력 강화 ▲분쟁, 건강위기, 기후변화의 위기 상황에서 인권 강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농인의 권리 증진 등을 촉구했다. 

또, 차기 세계대회는 UAE(아랍 에미리트)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대회장인 한국농아인협회 채태기 회장은 폐회사에서 “전 세계 농 지식인들의 발표 내용을 각자의 나라에서,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공유하고 널리 알릴 것.”을 당부하며 차기 개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세계대회 개막식에 축하 영상을 보내온 UN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는 “수어를 포함한 언어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증진돼야 하며 의사소통 장벽이 제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계대회는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제주도에서 열린 행사로 대한민국의 국격과 위상을 높이고, 전 세계 135개국에서 참여한 2,000여 명의 농인들과 대회 참여자들에게 감동을 줬다. 

향후 한국수어의 법적 위상과 우리나라 농인들의 권익증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폐회사를 전하고 있는 한국농아인협회 채태기 회장. ⓒ한국농아인협회
폐회사를 전하고 있는 한국농아인협회 채태기 회장. ⓒ한국농아인협회

세계대회는 사전행사와 본행사로 나눠 진행됐다. 지난 2일~10일까지 진행된 사전행사에서는 청년캠프와 WFD 이사회·총회, 워크숍 등이 열렸다. 

청년캠프는 세계 42개국 200여 명이 참여해 미래지향적 네트워크 강화 활동과 제주도의 자연·문화를 체험하는 활동을 진행했고, WFD 이사회·총회와 워크숍에서는 국제사회에 있어 중요한 사안을 상호교류·소통하고, 심의하는 활동을 가졌다.

본행사는 지난 11일 개막해 5일간 진행됐으며, 농아인의 삶과 연결된 여러 이슈에 대한 협력 방안 모색과 구체적 대안 수립을 위한 분과별 발표와 토론이 열렸다.

기조 강연을 맡은 명예대회장인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은 “위기의 시기에도 우리 모두는 인권, 포용, 권한 부여, 지속 가능성에 근거한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농인의 리더십과 참여로 인해 인권을 바탕으로 모든 장애인을 위한 20230년 개발계획의 구현을 강화해 아무도 뒤처지지 않는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회에서는 다양한 주제 이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수어 및 농인 연구’에서는 전 세계 모든 농사회가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 수화언어가 그 자체로 모든 농인의 기본적인 인권임이 강조됐다. 

수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성이 농인들의 사회적 접근성을 높이고, 사회 일원으로 융합을 가능하게 할 수 있어 수어로의 소통을 촉진하고 수어의 법적 지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의 강구가 제시됐다. 

‘다국어를 포함한 양질의 교육 달성’ 이슈에서는 농인아동이 모국의 수어로 된 교육과정이 마련되어 완전한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는 교육환경 조성이 강조됐다. 특히 질 높은 통합교육을 위해서는 농 정체성과 또래집단의 지지 형성의 중요성을 언급됐다.

‘인도주의의 비상사태와 위기 속의 인권’ 이슈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정보와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다양한 결과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향후 농사회가 재난 위기 계획을 수립하는데 농인의 주류화를 위한 방안 모색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됐다. 

이밖에도 기술 접근성과 고용, 국제 협력·개발, 농사회 속의 교차성 등 다양한 국제적 이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으며, 100여 명의 전문가들이 발표와 토론에 참여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특별세션으로 박준영 재심 전문변호사의 ‘사회적 약자의 인권과 삶’을 주제로 한 특별강연과 각국의 농아인 정책·수어 관련 포스터 세션 전시, 제1회 수어로 즐기는 영화축제, 한·캐나다 수교 60주년 기념 전시회 등 다양한 전시와 국내·외 참가 단체들의 부스가 설치돼 전 세계 농인들에게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됐다.

한편, 이번 세계대회에는 WFD 조셉 머레이 회장, 한국농아인협회 채태기 회장, 전 UN사무총장 반기문 이사장, 오영훈 제주도지사, 보건복지부 이기일 차관 등 국내·외 인사와 제주도의회, 국내·외 장애인단체 대표 등 2,000여 명이 참여했다. 

한국농아인협회와 WFD가 주최하고, 세계농아인대회조직위원회와 제주특별자치도농아인협회가 주관하며, 보건복지부와 제주특별자치도가 후원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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