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아인협회

[성명]  “수어 관련학과”에 대한 대학의 책임 있는 대책과 지원을 촉구한다

- 수어 관련학과 신설에 충분한 준비와 수어·농 전문가 인프라 대책을 수립하라 -

- 학과 개설에 농인 당사자와 관련단체 간의 협력과 사전협의 체계를 마련하라 -

한국수화언어법 시행(‘16년 8월) 이후 한국수어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위상이 강화되고 있다. 한국수어는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공용어로 인정 받으면서 농인의 언어접근성 뿐아니라 수어 및 수어통역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복지와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와 필요성, 공감대를 확산하고 있다.

정책환경의 빠른 변화에 한국수어는 관련 제도의 운영 기반을 확대하고 내실화를 강화하고 있다. 또 수어 교육이 증가하고, 사용환경이 개선되는 등 다양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우려 또한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수어에 대한 학문적 이해를 높이고 수어 통번역전문가 및 한국수어교원을 양성하기 위한 대학(학부 과정: 나사렛대, 한경국립대 / 대학원 과정: 강남대, 나사렛대, 안양대, 조선대, 총신대)이 설립되어 있다. 일부 대학은 한국수화언어법 제정 이전에 관련학과를 신설하여 농인과 농인의 언어 그리고 농인의 삶과 농문화에 대한 이해와 농인의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전문가를 양성하여 왔다.

상당수 대학은 한국수화언어법 제정 이후 수어 전문가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고, 언어학적 지식을 갖춘 수어 연구자 및 교육자 양성을 목표로 수어 관련학과를 신설했다. 한국수어를 대중화하고 확산하는데 대학들의 학과 신설은 농인과 수어권 신장에 기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수어 발전의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대학들이 학과를 신설하고 목적에 맞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여 현장에 배출하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어 관련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단순히 언어학이나 장애인복지, 특수교육 등의 자격을 갖춘 학위 뿐아니라 농인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필요하다. 즉 수어에 대한 이해와 농인 그리고 농문화, 농사회, 농정체성 등 전반적인 농인에 대한 식견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수어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는 상당수 대학이 수어전문가를 교수로 초빙하고 있지 못하며, 또 수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다수의 교수들이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다. 물론 수어를 알지 못한다고 하여 가르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어는 농인에게는 인권이자 정체성이며, 다양성이다. 그리고 농인의 존재성이자 가치관이라 할 수 있다. 

대학이 수어 관련학과를 신설한 이유는 사회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인재를 양성하여 한국수어의 학문적 발전과 시대에 맞는 한국수어의 사용환경 조성을 이해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사전 준비와 인프라를 마련하여 학과를 개설했어야 한다. 또 그 과정에서 농인 당사자와 관련 장애인단체 간의 긴밀한 협력과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수어는 제도의 변화, 교육 수요의 증가, 공공영역의 수어통역 지원,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수어의 정보화 수요 증대 등 양적·질적 성장기에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대학 교육이 한국수어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중추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자구책 마련과 그에 맞는 준비가 적실하다. 지금 한국의 농인들은 한국수어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차별을 온몸으로 감당해 내고 있다.

2023년 7월 24일

한국농아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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