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겨운 장단과 어우러지는 신명나는 북소리, 민첩하고 화려한 춤사위까지 더해져 흥과 멋의 극치를 이룹니다.

인터뷰) 이경화 이사장 / 오연문화예술원

어렸을 때 걷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춤추기 시작한 게 벌써 꽤 오래됐죠. 모든 걸 춤과 연관해서 해나가는 무용가이기도 하고, 지도자이기도 하고 또 무용수이기도 합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과 제27호 승무 이수자이면서 한국무용을 전수하는 시대의 ‘춤꾼’. 이경화 씨는 약 70년째 춤길만을 고집해 왔습니다.

양손에 채를 쥐고 북을 치는 진도 북춤 연습이 한창입니다. 어려서부터 춤에 재능을 보인 이경화 씨는 우리나라 전통춤이 가진 멋과 아름다움에 반해 한국무용에 뛰어들었습니다.

인터뷰) 이경화 이사장 / 오연문화예술원

발레도 했고 현대무용도 했고 한국무용도 했지만, 저의 적성에는 한국무용이 가장 잘 맞았고요. 그리고 여러 나라를 다녀보니까 그들이 우리와 견줄 수 없는 것이 바로 ‘우리 것’이라고 생각해서...

많은 국제 행사에서 개폐막식 안무를 맡아 우리 춤을 널리 알리기도 했습니다. 특히 88 서울올림픽 폐막식에서 최연소 안무자로 나서 ‘등불의 안녕’ 안무를 선보이며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러던 중 그녀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 놓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인터뷰) 이경화 이사장 / 오연문화예술원

89년도에 심장 수술을 하게 됐어요. 심장수술을 하고 나서 혈전이 생긴 게 제 뇌를 막아서, 박사 논문 프로포절을 며칠 앞두고 나서 제가 반신불수가 돼버렸어요. 그래서 한 쪽이 마비됐었죠.

더 이상 춤을 출 수 없다는 생각은 한순간에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렸습니다.

인터뷰) 이경화 이사장 / 오연문화예술원

정말 내가 몸을 못 움직이는데 이럴 때는 무엇을 해야 하나, 정말 죽고 싶은 생각까지도 들었어요. 

하지만 꾸준한 재활 끝에 다시 춤을 출 수 있게 됐고, 이를 계기로 장애학생들에게 춤을 가르치며 치유 무용의 선구자로 나섰습니다. 

인터뷰) 이경화 이사장 / 오연문화예술원

제가 장애를 가진 분들의 심정을 알기 때문에 장애인들을 위해서 앞으로 나머지 주어진 삶을 그분들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가...

이경화 씨가 계원예술고등학교에서 무용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인연을 맺어온 제자들도 함께 힘을 보탰습니다.

인터뷰) 최예진 / 제자 

저희는 장애학생들에게 이경화 선생님이 사사하신 진도북춤을 가르치고 있고요. 예술 활동이라든지 무대에서 장애학생들과 장애예술단체들이 무대를 이끌어나갈 수 있게 도와주고 있습니다.

장애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쉽지 않지만 그만큼 보람도 큽니다.

인터뷰) 조보경 / 제자

반복 학습을 많이 해요. 오늘 하면 그다음 날 다시 같은 걸 여러 번 반복해야 하거든요. 그게 사실 수십 번이 될 수도 있고 한 두 번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럴 때 한 번에 여러 명이 같이 맞춰서 해냈을 때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이경화 씨는 학생들이 가진 장애가 아니라 가능성에 집중했습니다.

인터뷰) 이경화 이사장 / 오연문화예술원

뛰는 동작을 자기는 절대로 못 한다고 하는 거예요. 너 다리 하나 있잖아, 한 번 뛰어보자 한 다리로, 그러면서 뛰기 시작하는데 점프까지 했어요. 가능성을 보고 계속 용기를 주고 하니까 뛰더라고요. 

춤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인도네시아, 중국, 독일 등 해외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습니다. 이를 계기로 파독간호사무용단이 세워져 고국의 땅, 한국에서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이경화 이사장 / 오연문화예술원

파독 간호사분들이 그렇게 우리 문화를 즐기시면서 그걸 하나의 향수로 달래는 걸로 쓰고 계시더라고요. 그분들이 춤을 배우길 원했을 때 제가 그냥 날아가서...

현재 오연문화예술원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전통문화 확산과 후학 양성에 힘을 쏟고 있는 이경화 씨는 봉사활동도 꾸준히 이어가며 진정한 나눔의 삶을 온전히 실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경화 이사장 / 오연문화예술원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봉사, 그 길이 정말 내가 살아가는 길이 아닐까...

그런 그녀에게는 아직도 이루고 싶은 꿈이 많습니다.

인터뷰) 이경화 이사장 / 오연문화예술원

저는 정말 하고 싶은 게 있었어요. 장애예술단이 국립, 시립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그러한 일 쪽으로 많이 하고 싶은데...

춤이 있기에, 함께 하는 동료들과 선후배가 있기에, 이경화 씨의 뒤를 잇고 있는 제자들이 있기에, 이경화 씨는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역동적으로 몰아치다가도 부드럽게 풀어내는 춤사위는 이경화 씨의 삶 그 자체입니다.

인터뷰) 이경화 이사장 / 오연문화예술원

춤은 내 삶이자, 같이 갈 수 있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춤을 추면 행복하고 즐거워집니다.

나눔을 실천하는 시대의 춤꾼 이경화의 세계는 더 넓은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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