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고운 모래사장 위에 매트를 설치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그러자 모래사장을 지나 철썩이는 파도 앞까지 이어지는 무장애길이 완성됐습니다.

지난 22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무장애 해변체험 개소식이 열렸습니다.

모래나 자갈 때문에 바다에 가까이 접근하기 힘든 휠체어 장애인을 위해 휠체어 통행이 가능한 매트를 깔아 길을 만든 겁니다.

인터뷰) 조창용 회장 / 부산장애인총연합회

바닷물이 자작거리는 곳까지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가서 물에 정말 발도 담그고 손도 담글 수 있는, 이름 있는 바다에는 장애인이 다 갈 수 있는 무장애 해변을 만들고자 하는 게 제 꿈입니다.

이번 행사는 당초 지난 8월 부산에서 개최된 2023부산세계장애인대회의 일부 행사로 치러질 예정이었지만, 태풍 카눈으로 인해 일정이 연기돼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인터뷰) 신은주 과장 / 부산시 장애인복지과 

원래는 우리 세계장애인대회 할 때 이런 행사를 해서 모든 세계 장애인들이 부산 바다를 즐길 수 있는 행사를 준비했었는데 날씨 관계로 연기가 돼서...

바다조차 마음껏 즐길 수 없는 장애인들에게 여행이나 관광은 ‘그림의 떡’입니다. ‘2021 장애인의 삶 패널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10명 중 8명은 1년 간 여행 경험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4조에 따르면 국가와 지자체, 관광사업자는 장애인이 관광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열린 관광지’ 조성 사업을 펼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무장애 공원 18곳을 조사한 결과, 장애인화장실에 청소도구나 쓰레기가 쌓여있거나 음성 안내 버튼이 작동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확인됐습니다.

여행을 떠나고 싶어도 장애인을 위한 이동시설과 편의시설이 제대로 마련된 곳은 부족한 현실. 이날 행사에서 휠체어 장애인들은 새로 조성된 무장애길을 자유롭게 거닐며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바다를 마음껏 즐겼습니다.

인터뷰) 하말숙 / 부산 사구 

모래사장 안에 들어오는 건 처음이거든요. 그래서 오늘 매트를 밟고 오는데 매트가 쿠션도 있고 너무너무 좋아요.

그간 먼발치에서만 바라봐야 했던 바다를 바로 눈앞에서 마주하자 물밀듯 감동이 밀려옵니다.

인터뷰) 신연하 / 부산 진구 

제가 고등학교 이후로 바닷가에 직접 이렇게 가까이 와 보는 건 처음이거든요. 그래서 바닷물을 보니까 눈물이 나요. 

장애인이 쉽게 접근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은 결국 모두가 쉽게 접근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인 만큼, 우리 모두를 위해 장애인의 관광 접근성 개선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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