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아인협회

[성명]수어방송에 대한 농인의 분노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마라

- 시청자미디어재단은 그릇된 수어방송으로 수십 년간 고통을 겪고 있는 농인의 고충에 귀 기울여라.

- 계속되는 방송사고에 손 놓고 있는 시청자미디어재단은 농인 시청자들에게 사과하고 대책을 강구하라.

한국농아인협회(이하 ‘한농협’)는 장애인방송의 품질로 인해 수십 년간 고통을 겪어온 농인들의 분노에 책임을 통감하기는 커녕, 적반하장식 농인당사자를 비난하는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처사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농인의 수어시청권 보장을 요구하는 민원제기와 개선 요구에 동문서답식 답변으로 장애인방송의 품질을 후퇴시키고 있다.

한농협은 지난 1월 초 장애인방송의 품질과 농인 시청권 보장을 위해 공중파 수어방송의 모니터링 결과를 공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첫 모니터링으로 EBS방송의 뉴스, 문화, 교양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였다. 모니터링은 방송 원문내용이 수어로 전달되는 내용과 비교해 수어방송이 어느 정도로 정확하게 전달되는지, 또 누락되는 내용은 없는지 등을 점검했다.

모니터링 평가 결과는 2월 5일부터 대통령실과 국가인권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시청자미디어재단, 국민신문고 등의 게시판과 고객센터 등에 평가요원들이 ‘농인의 올바른 수어 시청권을 보장해 주십시오’라는 내용으로 게재되었다. 하지만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수어방송 품질에 대한 농인들의 평가에 대한 공감이나 대책 마련의 시급성보다는 수화통역사 자격증 관리의 문제라는 취지의 글로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

이는 시청자의 방송참여와 권익증진을 위해 설립된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취지를 망각한 것이다. 무엇보다 장애인의 미디어접근성 보장은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주요한 사업이다. 또 시청자미디어재단은 미디어 소외계층인 장애인의 이용 격차 해소를 위해 접근성 확대와 서비스 제공 강화를 전략적 목표와 과제로 세워 추진하고 있다. 결국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장애인 방송 품질 제고에 대한 정책적 책무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송출되고 있는 공중파를 비롯한 수 많은 방송사업자들의 수어방송 품질에 대한 보장과 관리에 있어 한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수어방송 상황은 어떤가. 장애인실태조사(2020년)에 따르면 농인의 문화ㆍ여가활동은 주로 TV시청(88.6%)이다. 그러나 볼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 장애인방송의 프로그램 편성 시간대가 제한되어 있고, 부정확한 수어와 자막, 프로그램의 다양성 부재 등의 문제로 가장 기본적인 문화ㆍ여가 활동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농인들은 그리고 한농협은 방송 수어통역사들에 대해서 그동안 지속적으로 품질 문제를 제기하고, 방송통신위원회와 시청자미디어재단에 계속 문제의 개선을 요구해 왔다. 그 대표적 요구사항으로 방송 전문 수어통역사 자격 제도화를 요구해 왔다. 이러한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대안 마련을 회피해 왔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수어통역사 자격증 관리를 운운하는 것은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스스로의 책무를 회피하고 책임을 당사자들에게 전가하는 파렴치한 행위에 불과하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이제라도 수어방송의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계속되는 방송사고에 대해 농인 시청장들에게 사과하고, 대책 마련에 매진하기를 바란다.

2024. 2. 13.

한국농아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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