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재활협회

[성명] 발표 미루고 수정·보완 과정 거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1년 간 늦춘 결과가 장애인 인권 축소?

· 내실 없는 장애인 인권 정책으로 인한 인권 공백 우려

· 인권정책 이행 위해 인권정책기본법 제정해야

한국장애인재활협회(회장 김인규)는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이 국제인권기구 권고의 국내 이행 조치를 과제로 삼았음에도 국제협약기구의 권고인 UN장애인권리위원회의 제2·3차 최종견해마저 반영하지 않은 정부에 유감을 표하며,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제4차 NAP의 보완을 요구한다. 더불어, 향후 권정책종합계획의 정례적인 수립·시행과 국제기구, 시민단체의 의견 수렴 과정을 체계화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 제정을 요구한다.

정부는 인권을 위한 국가의 중장기적 종합계획이 부재한 상황을 초래하면서까지 1년 가까이 수정·보완 과정을 거쳤음에도, UN장애인권리협약과 동떨어진 형태의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2023~2027)’(이하 제4차 NAP)을 발표하였다.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tional Action Plans for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Human Rights)은 인권과 관련된 법·제도·관행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한 국가 인권정책의 청사진이다. 1993년, 세계인권회의(The World Conference on Human Rights)에서 채택된 비엔나 인권선언 및 행동계획(Vienna Declaration and Programme of Action)의 권고에 따라 우리나라는 2006년 대통령훈령 제383호, 국가인권정책협의회 규정에 따라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2007년 제1차 NAP(2007~2011년)를 시작으로, 제2차(2012~2016년), 제3차(2017~2022년) NAP를 수립해 시행해 왔다.

그 뒤를 잇는 제4차 NAP는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제4차 NAP(안)을 바탕으로 1년 전 인 2023년 1월부터 시행됐어야 하지만 여전히 최종안이 확정나지 않은 상태이다. 지난 8월, 초안을 발표한 이후 이제야 수정안을 공개하며 국민의견수렴을 오늘 2월 21일까지 실시한 후 확정 계획을 발표한다.

제4차 NAP 수정안은 6개 영역, 31개 주요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수정안이 과연 장애인을 포함한 전 국민을 아우르는 범국가 인권정책이라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인권 보호 강화’ 영역에서 국제인권규범에 대한 논의가 인종, 피부색, 성, 장애 및 연령,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 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이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에 대한 과제는 삭제되어 있는 상태이다.

협회는 지난 2023년 10월, 제4차 NAP 수립을 위한 인권분야별 정부·시민사회단체 간담회에 참여하거나 2024년 1월 18일, RI Korea 신년정책포럼을 통해 제4차 NAP 초안과 장애인 정책을 살펴보고 지속적으로 의견을 전달해왔다.

하지만 제4차 NAP를 살펴본 결과, 분명 수많은 정책과제를 제시하고 있으나 인권감수성에 기반하여 계획을 수립한 것인 지 의문스럽다. 장애인 탈시설 정책 지원 강화가 빠져있다거나 1번 과제로 거주시설 장애인 인권 보호를 내세우는 등 국가인권위원회의 제4차 NAP(안), UNCRPD 제2·3차 최종견해와 동 떨어진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장애인활동지원제도 확대 및 급여 내실화를 위한 ‘노인성 질환자에 대한 활동지원 확대’ 등을 확인하고, 만65세 미만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수급 장애인의 활동지원서비스 신청 자격 제한이 위헌이므로 법률을 정비하고 서비스 확대를 요청했으나, 수정본에서는 해당 문구가 아예 삭제되어 있었다.

관련 제도 개선, 대상자 확대, 인력 충원 등의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었던 장애아동 복지지원 서비스 개선의 경우, 수정본에서는 세부 대안이 삭제되었다.

무엇보다, 장애인 고용·문화·건강·사회통합·자립생활 등 삶 제반을 다루는 제4차 NAP에 장애인의 자격취득 제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포괄적 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하나의 세부 서비스인 ‘변호사 시험 장애인 시험장 확대 운영’을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다른 주요한 내용은 삭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내용이 여전히 과제로 제시 되어있는 점은 의문이다.

또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정신장애인이 편입되었음에도 이들을 위한 별도의 인권정책은 찾아보기 어려우며, 장애인건강권보장도 법 시행 7년째임에도 시범사업 및 연구를 넘어선 이후의 과제는 구체적이지 않다.

법무부는 제4차 NAP 수립 배경을 통해 “새로운 인권 수요와 국제기준에 부응할 수 있도록 국민 인권을 보호하고 민주적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NAP를 수립”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1년의 인권 공백을 야기하면서까지 보완 과정을 거친 수정안은 장애인 인권을 오히려 축소하는 데 앞장 서는 등 목적과 방향을 잃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계획이 시행되어도 인권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제4차 NAP는 모두를 위한 권리를 실현하고, 모두를 위한 사회를 구현해나가는 청사진이다. 정부는 인권 정책 로드맵을 수립하는 데 있어 시민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작년 간담회에서 전달한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적극적인 인권 실현을 위한 정책 과제를 수립하기를 바란다.

또한 향후 NAP 수립 지연 등을 예방하고, 정부가 인권 정책 이행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수 있도록 장애인 등 모든 국민을 포괄하는 인권정책기본법의 제정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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