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추진한 대한재활의학회의 ‘뇌병변장애등급판정기준 개선 연구 용역’ 결과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장애계단체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뇌병변장애등급판정기준에 적용되는 수정바델지수는 일상생활동작(개인위생, 목욕, 식사, 용변, 계단오르내리기, 착·탈의, 대변조절, 소변조절, 이동, 보행, 휠체어이동 등)의 수행능력을 기초로 전체 장애기능 정도를 판정하는 지수로, ‘장애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편의만 추구하는 행위’라는 장애계단체의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대한재활의학회의 결과보고서를 살펴보면, 등급별 점수가 기존 점수보다 5~15점 높아진 것을 제외하고는 기존과 크게 달라진 점을 찾아볼 수 없다.

기존 뇌병변 1급 기준 타인의 도움이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지속적인 비가역적 혼수상태로 수정바델지수가 24점 이하인 사람에서, 연구용역 결과보고서 뇌병변 1급 기준 보행과 모든 일상생활동작의 수행에 전적으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며 수정바델지수가 32점 이하인 사람으로 명시하고 있다.

2급 기준 수정바델지수 점수는 기존 25∼39점에서 33∼53점, 3급은 40∼54점에서 54∼69점, 4급은 55∼69점에서 70∼80점, 5급은 70∼84점에서 81∼89점, 6급은 85∼94점에서 90∼96점으로 수정됐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1급 기준 ‘독립적인 보행이 불가능하여 전적으로 도움과 보호가 필요한 사람’, ‘한쪽 팔과 한쪽 다리의 마비로 일상생활동작을 거의 할 수 없어, 전적으로 도움과 보호가 필요한 사람’ ▲2급 기준 ‘한쪽 팔의 마비로 이를 이용한 일상생활동작의 수행이 불가능한 사람’ ▲3급 기준 ‘마비와 관절구축으로 한쪽 팔의 모든 손가락 사용이 불가능한 사람’이 추가됐다.

박은수 의원은 지난 11일 성명서를 통해 “복지부가 개정 추진 중인 뇌병변장애등급판정기준은 대한재활의학회 연구용역 결과로, 기존 수정바델지수를 그대로 사용한 채 점수만 10점 내외에서 조정하고 편마비 장애인 관련 기준만 다소 수정한 수준.”이라며 “복지부가 약속했던 전면수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출처/ 대한재활의학회 ⓒ2011 welfarenews
▲ 출처/ 대한재활의학회 ⓒ2011 welfarenews
출처/ 대한재활의학회 ⓒ2011 welfarenews
▲ 출처/ 대한재활의학회 ⓒ2011 welfarenews

“복지부가 약속한 전면수정과는 거리 멀다”

수정바델지수는 지난해 11월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11년 예산안’에 민주당 박은수 의원이 제시한 ‘수정바델지수 전면 개정(의학적 기준 외 복지서비스 욕구 및 근로능력 상실률 등을 고려해 등급 판정제도를 개선한다)’ 내용을 부대의견으로 채택·의결된 바 있다.

박 의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이미 지난 11월에 대한재활의학회에서 내놓은 결과를 다소 수정한 것에 불과하다. 오히려 당시 연구 보고서가 수정바델지수의 측정 지표 중 계속 논란이 돼 왔던 배변·배뇨 지표를 삭제하는 것으로 최종 수정안을 내놓은 데 반해, 최근 연구안은 ‘배변·배뇨를 제외한 판정안의 경우 과상향의 우려가 있다’며 배변·배뇨 지표를 존치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이는 연구 과정에 복지부의 입김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박 의원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토론자 섭외를 공청회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하고, 발제 원고는 불과 공청회 이틀 전에야 토론자의 손에 전달되는 등 공청회 준비 역시 제대로 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이하 한뇌협) 역시 같은 날 성명서를 통해 “실질적으로 장애등급 판정에 기준이 되는 수정바델지수 조항을 살펴보면, 소변이나 대변이 마려운 것을 느낄 수 있는지의 여부가 있다. 뇌병변장애는 신경마비로 감각을 느낄 수 없는 척수장애와 달리 감각적 느낌은 비장애인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배뇨 감각을 판정 기준으로 내세워 감각을 느낄 수만 있으면 10점을 배정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휠체어를 이용해 스스로 이동할 수만 있어도 5점을 배정한다. 이는 복지부가 뇌병변장애인에게 휠체어는 신체의 일부와 같다는 보편적인 인식조차 갖고 있지 않은 것임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뇌협 류흥주 회장은 이번 대한재활의학회의 뇌병변장애등급판정기준 개선 연구 용역 결과보고서에 대해 ▲수정바델지수는 점수를 높여서 등급을 하향 조정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예측하게 하며, ‘전혀 할 수 없음’과 ‘많은 도움 필요’ 사이에 문항 추가 및 배점이 할애돼야 한다 ▲화장실, 배뇨·배변 조절이 너무 유사한 항목에 30점 배점이 높아 1급이 불가할 수 있는데, 간병인이 아닌 활동보조인이 필요한 뇌병변장애인의 요구사항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휠체어가 전동인지 수동인지에 따라 10점이 좌우되기 때문에 구분이 명시돼야 한다 ▲어느 정도 보행이 가능하나 불안정해 디스크 및 골절 등의 위험이 뇌성마비에게서 많이 발생하지만, 보행에 있어 높은 배점처리로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류 회장은 “뇌병변에 해당되는 뇌성마비, 뇌졸중, 외상성뇌손상 등은 판정기준과 방법을 처음부터 전혀 다르게 구분해 놓고 적용하는 것이 판정의 ‘공정성’과 ‘형평성’ 시비를 예방할 수 있다.”며 “중복장애가 있을 경우 합산해 등급을 상향시켜주는 효과를 주고 있는데 뇌병변장애 특성 중 하나인 언어장애를 평가해 등급합산에 넣을 구체적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연구안의 문장을 그대로 신뢰한다면 1급(전적으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며)~2급(대부분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며)은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입장에서는 동일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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