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문제로 사업종결된 성남시 학교사회복지사 김수민 씨 인터뷰

전국 최초로 ‘학교사회복지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던 성남시의 제178회 시의회 임시회가 잇따라 파행을 맞으면서, 학교사회복지사업이 중단되는 상태에 이르렀다.

학교사회복지는 2002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기획 사업으로 지정해 3년간 운영을 지원하면서 태동기를 맞았다. 학교사회복지는 시간이 갈수록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2005년 학교사회복지사 자격제도가 시행, 전국적으로 대학에 학교사회복지론이 개설되는 등 높은 관심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학교사회복지라는 말은 낯설기만 하다. 학교사회복지란 대체 무엇이고, 전국 최초 조례 제정이라며 대서특필했던 성남시는 왜 현재의 상황까지 이르게 됐을까.

성남시 학교사회복지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학교는 모두 21개교. 지난 달 30일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학교사회복지사 21명 중 한 사람인 김수민(가명) 씨를 만나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김수민 학교사회복지사가 성남시 학교사회복지 소식지 ‘꿈틀’ 창간호를 펼쳐보고 있다.
▲ 김수민 학교사회복지사가 성남시 학교사회복지 소식지 ‘꿈틀’ 창간호를 펼쳐보고 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

“아이들이 학교 밖에 나오면 잘 웃고 밝은 모습을 보이는데, 학교 안에 있을 때는 침체돼 있거나 기가 죽어있어요. 학교 안에서는 자기표현을 많이 못하는데, 지역기관과 함께 만나면 화사해지더라고요. 대학생 때 학교사회복지사업론 강의 조 발표를 준비하면서 학교사회복지사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학교사회복지사가 무엇인지 깊이 있게 알게 됐어요. 그래서 ‘학교사회복지사가 있으면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도 밖에서도 밝게 생활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으로 시작했죠.”

김수민 학교사회복지사는 지난 해 5월부터 13개월간 모 중학교에서 학교사회복지사로 일했다.

학교사회복지사는 학생인권 옹호 활동, 심리·정서적 문제 해결 및 욕구 충족, 지역사회 연계 구축, 가족개입 활동, 진로·여가·문화 활동 등을 한다.

얼핏 보면 상담교사와 별 다른 점이 없는 것 같지만, 학교사회복지사는 아이의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해결하고자 하는 방향 자체가 다르다.

김 학교사회복지사는 “상담교사는 미시적인 관점에서 아이를 대하고, 상담교사와 아이만의 관계 속에서 치료를 시도해요. 하지만 학교사회복지사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아이를 대하죠. 아이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단지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문제로 폭넓게 바라봐요. 가정, 지역사회와 함께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게 상담교사와 학교사회복지사의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아요.”라고 차이점에 대해 설명했다.

“1차적인 상담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게 사후관리에요. 1:1 상담만으로 끝낸다면 아이를 끝까지 봐줄 수 없는 부분도 있고, 상담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도 굉장히 많잖아요. 학교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사라는 개념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아요. 단지 대상이 학생에 맞춰져 있다는 게 특징이죠. 복지관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놀토 프로그램이 있는 날 학생들과 만나요. 아무리 복지관에서 몇 회기라고 하지만, 나는 잠깐 왔다 가는 학교 밖의 사람이기 때문에 일회성에 지나지 않죠. 학교사회복지사는 학교 안에서의 소소한 것까지 함께 나눌 수 있고,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아이의 본질적인 문제와 상황까지 볼 수 있다는 게 중요하죠.”

학교사회복지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과 변화는 어느 정도일까. 김 학교사회복지사 역시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과연 많이 올까’라는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걱정과는 달리 공간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새로운 공간과 사람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 많은 학생들이 다가왔고, 교실의 심상과는 달리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는 쉼터의 개념으로 찾아오는 학생들이 많았단다. 

눈 마주치기, 손잡기… ‘관심’이 가진 놀라운 힘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이에요. 꼭 기술적으로 치료하기 보다는 좀 더 눈을 마주쳐주고, 이름을 불러주고, 손을 잡아주고, 이야기를 나눠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크게 변해요.”

김 학교사회복지사는 “집 말고 다른 장소에서는 말을 하지 않는 학생이 있어요. 처음에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머리카락을 커튼처럼 내리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어요. 관심을 가져준 이후 머리카락도 스스로 정돈하고 친구들이랑 웃으면서 장난도 치고 그러더라고요. 물론 아직까지도 그 아이는 자신의 아버지 외에 다른 사람과는 이야기하지 않아요. 친구들과도 문자로 대화하죠. 하지만 성적도 평균 20점이 오르는 등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아버지를 통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칭찬 받고 싶어서 약속 지켰다’고 하더라고요.”라고 회상했다.

김 학교사회복지사는 요즘 어린이·청소년은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앞서 말한 학생의 경우가 특이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린이·청소년 문제를 좀 더 깊이 있게 바라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보통 공부를 잘하거나 눈에 띄게 사고치지 않으면 평소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잖아요. 꼭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야 관심을 갖고, 관심을 갖는다 해도 ‘아이들만의 문제’로 취급해요. 사회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방안이나 제도는 마련돼 있지 않죠. 우리나라 자체가 아이들을 위한 사업은 돈벌이도 되지 않고, 화젯거리도 되지 않으니까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보육제도 또한 보육하는 부모의 표심을 사기 위한 것이지 진정으로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거든요. ‘24시간 보육’이라는 게 있어요. 이 말은 아이가 24시간 동안 부모와 떨어져서 지낸다는 이야기에요. 부모의 입장에서 편리할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돌봐지는 아이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속상하고 소외받는 느낌이 드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사회는 이러한 것들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 지난 4월에 발행된 ‘꿈틀’ 창간호. 김 학교사회복지사는 창간호이자 마지막호가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 지난 4월에 발행된 ‘꿈틀’ 창간호. 김 학교사회복지사는 창간호이자 마지막호가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원스톱 지원 안 돼, 사례·사후관리 등 어려움 많아

김 학교사회복지사는 학교사회복지사로 일하는 데 어려운 점 또한 털어놓았다.

그는 “일했던 학교의 학생 수가 적은 편이라 ‘좀 더 관심 있게 볼 수 있겠구나’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일해 보니 힘들더라고요. 한 번도 이름을 못 불러준 친구가 생각보다 많았고, 찾아오기를 꺼려하는 아이들도 꽤 있었어요. 또한 많은 사례관리를 혼자 다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복지관과 같은 기관과 연계해 같이 하는 경우도 있죠.”라고 말했다.

또한 “학교 안에서의 사후관리는 쉽지만, 가정 문제에 대한 사후관리는 많은 어려움이 있어요. 아이의 가정을 방문하고 환경을 살피는 게 매우 중요한데, 학교와 가정이 함께 만나고 교류하는 게 부족하다보니 가정 방문을 불편해하시는 부모님이 많이 계세요. 알코올중독이라든지 심리·정서적 치료가 필요한 부모님이 ‘학교사회복지사가 나를 때렸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어요. 학교사회복지사가 현장에 나가 어떤 행동을 했다고 증언해줄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없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웬만하면 가정 방문은 피하라고 이야기하죠.”라고 덧붙였다.

김 학교사회복지사는 “이러한 모든 과정들이 원스톱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상담을 통한 정보의 원칙은 비밀보장이기 때문에 공개나 공유가 쉽지 않아요.”라고 전했다.

김 학교사회복지사와 만난 이날은 이미 성남시 학교사회복지사업이 공식적으로 종결된 상태였다.

성남시는 27일 ‘2011년 학교사회복지사업 종결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21개 학교에 보냈다. 공문에는 ‘성남시의회 임시회가 5월 26일 현재까지 개회조차 못하고 있어 제2회 추가경정예산에 요구한 6월 이후 학교사회복지사업비 확보가 예측할 수 없음에 따라, 부득이 계약기간 만료일인 2011년 5월 31일자로 일단 종결 통보하오니 널리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있다.

김 학교사회복지사는 “학교사회복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고 봐요. 사회복지계에서 일하는 사람조차도 ‘학교사회복지사는 뭐하는 직업이냐’고 묻거든요. 우리는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홍보도 했는데, 정작 밖에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부족했던 게 아닐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다면 한순간에 종결되는 상황까지는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여러 가지 회의감이 들죠.”라고 운을 띄웠다.

학교사회복지사업의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김 학교사회복지사는 지난 해 11월, 2011년 3월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는 소식을 듣고 불안했지만, 그래도 조례가 있고 집행부에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기 때문에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학교사회복지사의 노동권은 ‘밥그릇 챙기기’라는 왜곡된 시선

학교사회복지사의 노동권에 대해 묻자, 김 학교사회복지사는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려스러운 부분에 대해 짚고 넘어갔다.

“일부에서 ‘학교사회복지사가 사회복지사 직업의 범위를 넓히려는 것 아니냐’는 말을 많이 해요. 모든 일이 일하는 사람의 노동권과 함께 가야되는 것이잖아요. 우리가 자신감을 갖고 당당히 일해야 되는데, 이렇게 기본적인 노동자 대우도 안 해주고 없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서도 많이 움직이고 싶지만, 학교사회복지사가 노동권을 취하려고 하면 학교사회복지사업 본질 자체가 많이 훼손될 수 있어요. 사회복지사는 무료로 봉사한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에 ‘결국 아이들이 아니라 네들 밥그릇 때문에 그러는 것 아니냐’는 왜곡된 시선이 많거든요.”

▲ 성남시가 학교사회복지사업이 운영되고 있는 21개의 학교에 보낸 ‘2011년 학교사회복지사업 종결 통보’ 공문.
▲ 성남시가 학교사회복지사업이 운영되고 있는 21개의 학교에 보낸 ‘2011년 학교사회복지사업 종결 통보’ 공문.
김 학교사회복지사는 “21명의 사회복지사 중 단 한 명도 1년만 일하고 쫓겨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조례 또한 하나의 법이기 때문에 성남시는 많은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여기라면 학교사회복지를 제대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경상도, 전라도, 울산광역시 등 먼 곳에서까지 왔어요.”라고 성남시 학교사회복지사들의 첫 모임을 떠올렸다.

그는 “학교사회복지사로서의 입장도 있지만, 노동자의 입장이라면 많이 당황스럽고 화가 나요. 계약서상에도 사업이 해지되면 30일 이전에 통보한다고 돼 있는데, 4일 전에 통보가 온 거잖아요. 집행부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이렇게 없어질 수밖에 없었다면 정리할 시간을 줬어야죠. 어느 누가 자신의 자리가 불안하다고 아이들을 팽개치고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겠어요.”라고 분개했다.

김 학교사회복지사는 현재 학교사회복지사들의 상황에 대해 “저는 지난 해 11월 이후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제가 맡아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5월에 끝나도록 잡아놨어요. 지난주 목요일에 프로그램은 모두 끝났고, 동아리 활동과 사후관리가 남았어요. 대부분이 프로그램을 못 끝내고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에 대한 방안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학교사회복지사가 운영 기간까지 책임지고 맡겠다고 해도 학교 측에서 반대하죠. 학교 측도 이제는 저희들이 학교 소속이 아닌 외부인이기 때문에 아이를 맡길 수 없는 입장이에요.”라고 설명했다. 

‘사랑받은 아이가 사랑할 줄 안다’

김 학교사회복지사는 아직 학생들에게 이별의 인사를 전하지 못했다. 학생들이 먼저 묻기도 했지만 정확하게 대답해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작지만 쉴 수 있는 하나의 공간이 갑자기 사라지는 데 대해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받을까봐서다.

“대학교 다닐 때 교수님께서 ‘분명히 너희들이 졸업할 때가 되면 학교사회복지는 더 중요해질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중요해진 것은 맞아요. 학교사회복지사업이 시작된 10년 전만 해도 아이들이 외롭다고 자살을 하거나 성매매를 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아니었으니까요. 10년 동안 어린이·청소년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는데, 사회는 아무런 변화가 없어요.”

김 학교사회복지사는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자신과 함께 했던 학생들을 어떻게 끝까지 도울 수 있을지, 정확한 방법이 나오지 않기 때문.

김 학교사회복지사는 “누군가가 ‘학교사회복지사가 꼭 있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아이들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줄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학교에 있다면 꼭 학교사회복지사업이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아요. 누군가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다는 게 필요한 것이지, 학교사회복지사냐 상담사냐가 중요한 문제는 아니거든요. 단지 가르침만으로는 아이들의 문제를 바로잡을 수 없기 때문에 교사 외에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당부했다.

성남시 학교사회복지사업은 중단됐지만, 학교사회복지사들은 아직 어떻게 해야 될지 많이 고민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나의 인격을 가진 사람과 관련된 일이다보니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해도 마음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 김 학교사회복지사는 회의 등을 거쳐봐야 미흡하게나마 앞으로의 계획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제일 뿌듯했던 일이요? ‘사랑받은 사람이 사랑할 줄 안다’는 말이 있잖아요. 제가 아이들을 챙기는 입장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힘들어 보이면,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서 ‘선생님, 무슨 일 있어요? 힘내세요’라고 위로해줘요. 처음에는 무기력하게 위축돼 있던 아이가 말이죠. 타인의 어려움마저 살필 줄 알게 됐을 때, 그때 제일 뿌듯함을 느껴요. 오늘이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어린이·청소년이 어려보이고 사회의 아주 작은 부분일 수 있지만, 이를 무시하고 넘어가면 안 돼요. 아이들의 문제는 결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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