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회의 복지부 앞 교차로 점거, “강력한 투쟁으로 우리의 제도를 만들 것”

장애계단체가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와의 장애인활동지원제도 고시안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장애인활동지원제도고시안개정을위한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2일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보신각에서 ‘장애계 동의 없는 활동지원제도 강력 규탄 대회’를 열었다.

연대회의는 결의문을 통해 “복지부 TFT 실행위원회 회의에서 복지부는 장애인 당사자의 생존권과 활동보조인의 노동조건의 개선 등을 담고 있는 연대회의의 요구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장애인의 서비스를 잘라 심야와 공휴일에 추가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에 명백하고도 강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장애인의 급여량을 화폐량이 아닌 시간량으로 보장하고, 추가수당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장애계와 연대회의의 의견을 무시하고, 시간량을 병기하겠다는 꼼수만을 답변으로 줬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안진환 상임대표는 “복지부의 자세는 소통하겠다는 건지 들어만 주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고시안을 보면 많은 반찬을 놓은 것 같지만, 실상 먹을 게 없다. 학교·직장 다닐 때 추가급여 서비스 중복을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장애인의 현실을 바라볼 때) 얼마나 배우고 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야말로 장애인을 갖고 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동희 소장은 “밥 먹고, 잠자고, 똥 싸는 것은 개·돼지도 하는 것이며, 최소한의 인간다운 시간이 아니다. 정부는 우리를 개·돼지로 바라보지 말고, 인간다운 생활시간을 보장하라.”고 질타했다.

▲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원교 회장(왼쪽)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안진환 상임대표(오른쪽).
▲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원교 회장(왼쪽)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안진환 상임대표(오른쪽).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이번 복지부의 장애인활동지원제도 고시안 문제점과 함께 서울시의 본인부담금에 대해 지적했다.

최 회장은 “서울시가 부자 아이와 가난한 아이를 편 갈랐다. 복지부도 부자 장애인과 가난한 장애인을 편 가르더니, 이제는 서울시까지 ‘중앙정부와의 형평성 때문이다’, ‘수익자 부담 원칙이다’라는 말도 되지 않는 소리로 장애인을 억압하고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장애인들이 사회참여하고 싶다고 만들어낸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필요한 만큼 받지 못하고 있다. 대상제한에 걸리고, 시간제한에 걸리고, 본인부담금에 걸리고, 끊임없이 개선할 것을 요구해왔던 부분이지만 관철시키지 못했다. 이번 장애인활동지원제도 고시안은 기회·시간이 많지 않다. 강력한 투쟁으로 우리의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서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광훈 소장은 “복지부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시범사업이 끝나기도 전에 고시안을 공고했고, 시행령·시행규칙을 만들었다. 시범사업은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에 대한 개선 방안을 내놓는 등 제대로 만들어가기 위한 과정이다. 권리는 당사자들이 참여하고 당사자들이 누릴 때 빛이 난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원교 회장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의 생활과 삶은 공무원에 의해 시간으로 잘리고 난도질을 당해야만 하는가. 왜 우리는 ‘너는 몇 등급 받았냐’, ‘너는 활동보조 몇 시간 쓰냐’고 해야 하는가. 왜 우리는 한 달에 180시간 밖에 살 권리가 없다고 이야기해야 하는가.”라고 분노했다.

이 회장은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노력해라’, ‘비가 오니 나가지 마라’, ‘네가 뭘 할 수 있느냐’, ‘예산이 없다’, ‘기다려 달라’는 말을 지겹도록 들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우리의 목숨이 달린 제도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우리의 생존권은 복지부 장관이 결제 도장을 찍는 순간, 다시 시설로 가 비참하게 살아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연대회의는 결의문을 낭독한 뒤 복지부까지 행진, 4시경 복지부 앞 교차로를 점거했다.

경찰 측의 3차 해산명령이 있었으나 큰 마찰은 없었으며, 연대회의는 한 시간 만에 점거를 풀고 복지부 앞에서 마무리 집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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