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어린이, 새벽녘 시설에 ‘홀로’ 있다 사망
장애어린이, 새벽녘 시설에 ‘홀로’ 있다 사망
  • 안서연 기자
  • 승인 2012.12.04 10:40
  • 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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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시각장애어린이거주시설서 중복 장애 여아 방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사인불상’으로 판명

▲ 새벽녘, 김주희 학생(시각장애1급·뇌병변장애4급)이 지도 교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사망했다. 시설 측에서는 ‘의자 등받이와 팔걸이 사이에 목이 끼어 사망한 것’이라고 했으며, 국과수 부검 결과 ‘사인불상’으로 판명났다.
▲ 새벽녘, 김주희 학생(시각장애1급·뇌병변장애4급)이 지도 교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사망했다. 시설 측에서는 ‘의자 등받이와 팔걸이 사이에 목이 끼어 사망한 것’이라고 했으며, 국과수 부검 결과 ‘사인불상’으로 판명났다.
충북 충주에 위치한 한 시각장애어린이거주시설에서 12살 김주희(시각장애1급·뇌병변장애4급) 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달 8일 새벽녘 지도교사가 1시 30분~5시 30분까지 4시간여 동안 자리를 비우고 돌아왔을 때, 홀로 방에 있던 김주희 학생은 무릎을 꿇고 앉은 상태에서 의자 등받이와 팔걸이 사이에 목이 끼어 있었으며, 사지가 창백하고, 호흡이 없었다.

구급차에서 CPR 시행 후, 근교에 위치한 건국대학교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김주희 학생은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해도 장애 이외에 별다른 증상이 없던 딸을 싸늘한 시신으로 마주하게 된 부모는 시설 측의 진술번복과 김주희 학생의 몸 곳곳에 있던 상처, 벽에 묻은 혈흔 등을 이유로 ‘사망 원인’에 이의를 제기했다.

고 김주희 학생의 부모는 “시설 특성상 교사들이 3교대로 장애어린이들을 24시간 관찰·보호 하는 것이 마땅한데, 교사가 아이를 홀로 두고 근무지를 이탈해 숙소에서 잠을 잤다.”면서 “업무상 의무를 다 하지 못한 과실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시설 측은 반성은 커녕 책임을 회피하는 데만 급급해 있다.”고 꼬집었다.

경찰의 사고 경위 수사 과정에서, 시설 측은 처음에는 ‘잠을 자다가 자연사로 사망했다’고 진술 했으나, 두 번째 진술에서는 ‘책상과 벽 틈 사이에 끼어 사망한 것’이라고 했으며, 세 번째 진술에서는 ‘의자 등받이와 팔걸이 사이에 목이 끼어 사망한 것’이라고 밝혔다는 것.

뿐만아니라 당시 김주희 학생을 진료했던 담당의사의 소견에 따르면, 내원 당시 악관절이 경직돼 있고, 안면부에 울혈이 나타났으며, 우측 경부에 눌린 흔적이 존재했다. 이외에도 귀 밑에 4cm 가량 상처가 나있었으며, 등에는 움푹 패인 자국과 멍자국이 있었다.

하지만 시설 측에서는 이러한 상처에 대해 사전에 어떠한 조취도 취하지 않았을 뿐만아니라 어떤 경위로 생긴지조차 모르고 있었으며, 환자의 상태를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고 김주희 학생의 부모는 “철저한 수사로 과실점을 가려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면서 “장애가 심해 홀로 두면 안되는 장애어린이를 소홀히 대한 것에 대해 시설 측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경찰 측은 사망 다음 날인 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으며, 부검 결과, 정확한 사망 원인을 알 수 없어 ‘사인불상’으로 판명났다. 다만 2008년도부터 김주희 학생이 간질을 앓아 온 것을 고려해 ‘간질로 인한 사망’이 아닐까 추정했다.

아울러 경찰 측에서 처음에 우려했던 ‘약물복용으로 인한 사망’ 또한 전혀 사실 무근인 것으로 증명됐으며, 김주희 학생의 담당의였던 서울아산병원 고태성 의사 또한 “처방대로 정확히 약물복용을 했다면, 약복용으로 사망에 이르는 일은 가능하지 않다.”면서 “난치성간질환자가 갑자기 사망하게 됐다면, 사건 당시의 정황을 자세히 수집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충주경찰서 측은 “국과수의 부검결과에 따라 외압은 없던 것으로 판명났지만, 관리소홀에 대한 시설 측의 과실은 분명하다.”면서 지난달 30일 해당 사건을 검찰에 입건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는 이 사건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서를 냈으며, 인권위에서는 서류 검토 후 사건 기초조사를 나가기로 했다.

인권센터 관계자는 “처음 가졌던 의혹과 국과수의 부검 결과가 많이 달라서 의아심이 들긴하지만, 증명된 부분인만큼 더 이상 의혹은 제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일을 번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해당 시설을 전반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故 김주희 학생의 몸 곳곳에 있던 상처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가혹 행위’에 있어서는 여전히 의혹이 풀리지 않은 상태며, 유가족들은 온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과 시설 측의 미지근한 사과 등으로 인해 아직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