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지원 지침상 취약가구 기준 ‘모호’… “체험홈에 대한 이해 필요”

재가장애인 및 장애인거주시설 거주인이 지역사회 내에서 자립생활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동체 주거형태로 마련된 ‘장애인 자립생활 체험홈(이하 체험홈)’.

하지만 체험홈의 입소자들이 소득이 어려운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가족’이 아니란 이유로 ‘취약가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사람자립생활센터 노금호 소장에 따르면, 얼마 전 대구지역 체험홈 입소자 활동지원 재갱신 조사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사측은 ‘체험홈 입소자들은 혈연관계로 맺어진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취약가구로 인정할 수 없고, 독립가구형태가 아니므로 독거인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해서는 활동지원서비스가 필수며 취약가구로 인정받을 경우 인정점수 400점 이상 최저 253시간, 400점 이하 20시간 정도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활동지원 지침에는 ‘인정점수가 400점 이상으로 수급자를 제외한 가구 구성원이 1~2급 장애인, 18세 이하 또는 65세 이상인 가족으로만 구성된 가구’를 ‘취약가구’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체험홈은 그 대상이 아니라는 것.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사측은 ‘체험홈에는 이미 지원인력이 배치돼 있는데, 개개인 모두에게 활동보조인이 꼭 필요하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또한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사 측의 입장에 동의하며 ‘장애인활동지원 지침에 따라 체험홈을 취약가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대구시에 송달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 출처/보건복지부 2013년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지침.
▲ 2013년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지침에 명시된 추가급여 산정 기준. 출처/보건복지부 2013년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지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은 “거주시설에서 운영하는 체험홈에는 지원인력이 배치돼 있지만, IL센터나 현재 서울시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체험홈에는 지원인력이 없는 실정이다. 간혹 자원봉사활동가나 공익근무요원이 배치된다고는 하나 이들은 집에 대한 관리 인력일 뿐, 사람에 대한 지원인력은 아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지원인력이 있다는 이유로 체험홈 입소자들에게 활동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복지부의 일방적인 해석.”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난해 故 김주영 활동가의 죽음으로 인해 국회에서 활동지원서비스의 필요성을 깨닫고는 조금이나마 시간을 늘렸다. 하지만 복지부에서는 화재 시 대피할 수 있는 긴급대책만 마련할 뿐, 근본적인 문제는 들여다보지 않고 있다.”며 “복지부는 활동지원제도 및 자립생활의 취지와 목적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홍구 활동보조위원장 역시 “복지부의 태도는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한다는 체험홈의 취지에 반하는 행동.”이라며 “지침상 인정이 어렵다면 체험홈을 특례조항으로 넣어서 취약가구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활동보조제도개선회의에서 분명 체험홈을 취약가구로 보겠다고 약속했는데, 이제 와서 입장을 달리 취하는 것은 장애인서비스팀이 과로 승격되면서 담당자들이 바뀌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추측했다.

한편, 장애계단체는 다음 달 3일 오전 복지부 회의장에서 활동보조제도개선회의를 진행할 예정으로, 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는 박 활동보조위원장의 통화 끝에 ‘체험홈을 취약가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공문 발송을 제도개선회의 때까지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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