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지원제도개선자문단 “체험홈 입소자 ‘공동체’ 아닌 ‘개인’으로 봐야”
활동보조노조, 장총련·한자연 반대로 회의 참석 못해

체험홈 입주 장애인을 독거로 인정하는 문제에 있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오는 20일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지난 3일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열린 활동지원제도개선자문단회의에서는 ▲체험홈 입주 장애인에 대한 독거 인정 문제와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이하 활보노조)의 자문단 회의 참석 문제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체험홈 입주 장애인에 대한 취약가구 또는 독거가구로의 인정 문제는 최근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사에서 활동지원서비스 수급 자격 재갱신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사 측은 ‘체험홈 입소자들은 혈연관계로 맺어진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취약가구로 인정할 수 없고, 독립가구형태가 아니므로 독거인으로도 인정할 수 없지 않느냐’며 복지부에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더불어 대구지사 측은 ‘체험홈에는 이미 지원인력이 배치돼 있으므로 개개인 모두에게 활동보조인이 꼭 필요하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복지부는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사 측의 입장에 동의하며 ‘장애인활동지원 지침에 따라 체험홈을 취약가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대구시에 송달하려 했으나,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이하 한자협)의 만류에 이날 회의에서 논의한 후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한자협 박홍구 활동보조위원장은 “지역사회 체험홈 입주자들은 ‘개개인’이 자립생활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므로 독거로 인정하거나 자립생활을 위한 추가급여가 신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자립체험홈은 시설운영체험홈과 달리 상주인력이 없다. 간혹 순회인력이 있는 경우가 있으나, 이들의 역할은 코디네이터와 프로그램 연결, 공간에 관한 관리 뿐.”이라고 설명하며 “시설체험홈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해선 안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복지부는 시설체험홈과 자립체험홈의 차이는 인정하면서도 “상주인력이 있는 자립체험홈도 있다. 4인이 모두 외출을 하면 모를까 모두 집에 있다면 보조인이 4인이나 같은 공간에 필요한 지는 모르겠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를 두고 박 활동보조위원장은 “복지부 말대로라면, 4인의 입주 장애인에게 1인~2인의 상주인력 지원에 의존해서 생활하는 데 익숙해지라고 강요하는 꼴.”이라고 지적하며 “자립체험홈은 자립생활에 익숙해지는 공간이자 기간이므로 이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보기에 앞서 ‘개인’으로 인정해야 한다. 이들 스스로 활동보조서비스를 어떻게 이용할지 계획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데 익숙해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이하 장총련)·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연합회(이하 한자연)·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대전 한밭장애인자립생활센터·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 역시 이같은 입장에 동의했다.

장애계의 강경한 입장에 복지부는 “의견은 잘 알겠으나, 이번달 급여량은 이미 결정됐으므로 종전대로 유지하고, 다음 달 급여를 결정하기 위해 오는 20일경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장총련·한자연 ‘활동보조인, 자문단 회의 참석 거부’… 활보노조 ‘제도의 질적인 발전 위해 노동자 목소리 반영 필수’

한편, 활보노조의 자문단 회의 참석 여부 문제에 있어서는 장애계의 입장이 나뉘었다.

전장연과 한자협 측에서는 “현재 회의 구성에 장애인 당사자 입장, 사업기관 입장, 복지전문가 등이 있지만, 활도보조인 대변 단체가 없고, 사회복지시스템의 문제에 관한 전문가도 없으므로 이 부분이 보강돼야 한다.”며 “앞으로 주요 논의주제가 제도 시스템의 문제인만큼 활동보조인도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장총련과 한자연 측에서는 “장애인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 이념을 훼손할 우려가 있고, 수당이나 근로기준법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으므로 활동보조인 당사자의 참여는 시기상조.”고 주장하며 “활동보조인의 입장은 전장연에서도 대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자연 박정혁 실장은 “올해부터 활동지원이 2급에까지 확대되면서 활동보조인들이 보조하기가 수월한 2급 장애인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들이 회의에 참석할 경우, 장애인 이용자보다는 자신들의 권리적인 측면을 강하게 주장할 것이므로 제도 개선 방향이 틀어질 우려가 있다.”고 바라보며 “일부 사안별 참여는 동의하지만, 전반적인 참여는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활보노조 고미숙 사무국장은 웰페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장총련과 한자연 두 단체가 장애인의 권리와 관계없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참여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사회적 권리는 어느 한 쪽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실현되는 것이므로 제도 개선에 있어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고 사무국장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활동보조서비스를 활동지원제도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복지부는 ‘활동보조인의 수당을 올릴 것인지, 당사자의 시간을 늘릴 것인지 정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장애계와 활보노조 측에서는 ‘둘 다 동시에 이뤄져야 하므로 하나를 택할 수는 없다’고 입장을 밝혔고, 복지부는 ‘이미 확정된 예산으로는 동시에 개선할 수가 없으니 위원회를 꾸려 다시 논의하자’고 해서 꾸려진 것이 바로 ‘활동지원제도개선위원회’다.

올해 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가 팀으로 승격하면서 ‘위원회’가 ‘자문단’으로 변경됐으나, 제도 개선을 위한 취지는 변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와서 전장연과 한자연이 ‘이용자 중심 서비스’라는 명목 아래 활보노조의 참여를 반대하는 것에 대해 고 사무국장은 개탄을 금치 못했다.

고 사무국장은 “활보노조는 노동자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장애인 이용자의 권리와 활동지원제도의 취지를 벗어나는 주장을 한 바 없으며, 이용자의 이익을 침해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고 강조하며 “제도의 질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육체노동과 감정노동을 모두 수행하며 현장에서 하루하루 살고 있는 노동자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예산을 함께 나눠야하는만큼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는 노동자들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함께 참여해서 개선해나가자.”고 당부하며 장총련 대표를 만나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회의를 폐쇄적으로 운영할 생각은 아니다.”며 “현재 참여단체들이 반대하지 않는다면 활보노조의 참여를 반대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우선은 반대 의견이 있으니 참여를 결정하기는 어렵고, 긴급보호대책 등의 안건에는 활보노조가 참여할 필요가 없으니 사전에 기존 위원들의 양해를 구해 사안별 참가를 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고 제안했다.

심야·공휴일할증수가 120%에서 150%으로 인상… 기타 안건은 ‘추후 논의’

이밖에도 이날 회의에서는 회의 위상을 ‘자문단’이 아닌 ‘위원회’로 하자는 안건이 제기됐으나 복지부는 ‘안된다’고 답했으며, ‘예산 책정’에 대해서는 ‘5월 말~6월 초에 예산안이 편성되므로 그때 다시 얘기하자’고 답했다.

또한 ‘바우처시스템 개선’ 요구에 대해서는 ‘긴급보호대책마련을 위한 5억짜리 연구용역이 다음 주에 결정날 예정이므로, 추후 종합적으로 다뤘으면 좋겠다’다고 답했으며, 심야·공휴일할증수가를 120%에서 150%로 인상해 예산을 편성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복지부도 동의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음 회의는 다음 달 14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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