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장성아 씨 추모제 함께 치러져… “장애인이 이용·학대 당하지 않는 세상 만들자”

▲ 주 귀래 사랑의집 사건의 피해자 故 장성희 씨가 원주의료원 냉동고에 안치된 지 12년 만에 지난 22일 장례를 치뤘다.
▲ 주 귀래 사랑의집 사건의 피해자 故 장성희 씨가 원주의료원 냉동고에 안치된 지 12년 만에 지난 22일 장례를 치뤘다.
“2002년 11월, 그녀는 33세의 나이로 사망했습니다. 장애를 이유로 학대와 이용당하는 삶을 살았고, 죽어서도 편하지 못했습니다. 영안실 냉동고 차디찬 곳에서 12년을 있어야 했습니다. 그녀가 우리에게 묻습니다. 왜 장애인은 누군가에게 맡겨져야 하는지, 부모나 가족과 함께 살 수 없는지, 학대 속에서도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았는지……그녀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그녀의 질문에 하나씩 대답해야 합니다. 인간의 존엄이, 장애인의 인권이 보장되도록 목소리를 내고, 행동할 것입니다. 故 장성희, 이제 편안히 잠드소서.”   

귀래 사랑의집 사건 피해자 故 장성광(본명 이광동) 씨의 유가족 이미화 씨

23일 오후 광화문 해치광장에 추모곡과 함께 슬픈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미신고 장애인 시설에서 방임과 학대 속에서 억울하게 사망한 원주 귀래 사랑의집 사건의 피해자 故 장성희 씨가 원주의료원 냉동고에 안치된 지 12년 만에 지난 22일 장례가 치러졌다.

이어 23일 원주귀래사랑의집사건해결을위한공동대책위(이하 대책위)는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故 장성희씨의 추모제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지난 2012년 6월 귀래 사랑의집에서 벗어나 겨우 인간다운 삶을 시작했지만 당시 직장암 말기였음이 발견돼 지난해 세상을 등졌던 故 장성아 씨의 1주기 추모제도 함께 진행됐다.

▲ 귀래 사랑의집 사건 피해자 故 장성광(본명 이광동) 씨의 유가족 이미화 씨
▲ 귀래 사랑의집 사건 피해자 故 장성광(본명 이광동) 씨의 유가족 이미화 씨

故 장성희씨는 여성지적장애인으로 1978년 귀래 사랑의집 사건의 가해자 장OO 씨에게 친자로 등록됐으나, 실제 출생과 연고에 대해서는 전혀 밝혀진 바 없다. 그는 귀래 사랑의집에서 거주하던 중 욕창 등으로 투병했으며, 병원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집안에서 방치되다 2001년 5월 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 측은 故 장성희 씨의 치료를 논의하기 위해 장씨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가해자 장 씨는 ‘나에게 연락하지 말라’며 거부했고, 2002년 11월 故 장성희 씨가 사망하자 병원 측의 의료과실을 운운하며 10여년이 넘도록 시신을 인수하지 않았다.

긴 시간이 흐른 뒤 2012년 6월 귀래 사랑의집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故 장성희 씨와 마찬가지로 충주의 한 병원 안치실에 방치돼 있던 故 장성광(본명 이광동) 씨가 친부모가 찾아와 9월 장례를 치뤘다.

이후 가해자 장 씨에 대한 1심 재판에 이어 지난 8일 2심에서까지 3년 6개월의 실형 확정 판결을 선고하자, 원주 의료원이 법률상 오빠이자 사건 피해자 중 한 명인 장성O 씨에게 시신을 인도하겠다고 결정했다.

12년이 지나서야 차가운 냉동고를 나와 영면에 든 故 장성희 씨. 그의 안타까운 죽음에 많은 이들이 눈물로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장애해방열사 단 박김영희 대표는 “장애인으로 태어나 낙인 같은 삶을 살다 죽음 뒤에도 시신 조차 떠나지 못했던 그의 삶이 처참하고 비참하다.”며 슬픔을 토로했다.

이어 “그가 우리에게 장애인을 이용해 잇속을 채우는 사람을 용서하지 말아달라고 말하는 것 같다.”며 “이제는 추운 곳이 아닌 따뜻한 곳에서 평안하길 바라며, 장애를 이유로 이용당하고 학대당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하는 책임이 우리에게 남았다.”고 다짐했다.

▲ 대책위 이현귀 공동집행위원장
▲ 대책위 이현귀 공동집행위원장
대책위 이현귀 공동집행위원장은 장례의 슬픔과 함께 2012년 6월 가해자 장씨와 함께 살고 있다 구출됐던 피해 장애인 네 명 중 생존해 있는 세 명에 대한 소식을 전했다.

이 공동집행위원장은 “장례를 위해 2012년 6월 가해자 장 씨에게서 구출했던 장성O 씨가 오빠로서, 상주로써 시신을 인도받았다. 그는 장 씨에게서 구출된 뒤 1년 6개월이 지나는 동안 한글 공부를 해서 자신의 이름으로 서명을 하고 동생의 장례를 치렀다.”며 “처음 그들을 봤을 때는 치아가 없어 음식을 먹는 것도 어려웠고, 머리는 모두 삭발 당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제는 공부도 하고 친구도 사귀며 사회와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세 명의 삶은 평안해 졌고, 몇몇 생존자들을 확인하기는 했으나 장애인을 학대하고 사망에 이르게 했던 가해자 장 씨는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하나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죽음에 이르러야 했던 안타까운 피해자들을 따뜻하게 보내드리고 있다. 그리고 이제 앞으로는 귀래 사랑의집과 같은 사건이 다시는 절대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해당 사건은 30여년 동안 장애인 21인을 입양한 것으로 속여 ‘천사아버지’라는 심상을 만들었던 가해자 장 씨가 폭력과 학대는 물론 수급비 횡령을 숨겨온 사건이다.

▲ 억울안 죽음 앞에 추모곡이 울려퍼졌다.
▲ 억울안 죽음 앞에 추모곡이 울려퍼졌다.
▲ 헌화하는 장애인들.
▲ 헌화하는 장애인들.
▲ 미신고 장애인 시설에서 방임과 학대 속에서 억울하게 사망한 원주 귀래 사랑의집 사건의 피해자 故 장성희 씨가 원주의료원 냉동고에 안치된 지 12년 만에 지난 22일 장례를 치뤘다.
▲ 미신고 장애인 시설에서 방임과 학대 속에서 억울하게 사망한 원주 귀래 사랑의집 사건의 피해자 故 장성희 씨가 원주의료원 냉동고에 안치된 지 12년 만에 지난 22일 장례를 치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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