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 신형 장애인 기표대 제작…장애유형 없이 제작돼 이용 불가 ‘소송 진행할 것’

▲ 28일 오전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유형을 고려하지 않은 신형 장애인용 기표대 제작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두리 기자
▲ 28일 오전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유형을 고려하지 않은 신형 장애인용 기표대 제작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두리 기자
6·4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작된 신형 장애인용 기표대가 정작 장애유형이 고려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더불어 신형 기표대가 공용이 아닌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눠 제작된다는 점에서 ‘장애인을 배제하고 차별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8일 오전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유형을 고려하지 않은 신형 장애인용 기표대 제작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신형 기표대를 공개했다. 기존 가림막으로 기표대 안에서의 부정행위가 우려된다는 취지에서 가림막이 제거된 개방된 형태의 신형 기표대는, 일반형 7만8,700개와 장애인용 3만 개가 다음달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 신형 장애인 기표대 제작안
▲ 신형 장애인 기표대 제작안
하지만 신형 장애인용 개표대가 장애유형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추련이 제공한 신형 장애인 기표대 사진을 살펴보면, 일반 기표대는 기표탁자가 앞쪽에 있는 것과 달리 기표탁자가 우측에 위치해 있어 상체를 90도 가량 틀어야 투표용지에 표기를 할 수 있다. 이는 상반신 활동이 자유롭고 양손과 양팔을 사용할 수 있는 장애인만 투표가 가능한 설계라는 지적이다.

더불어 일반 기표대는 기표탁자가 앞쪽에 있어 사람이 서면 기표 상황이 보이지 않지만, 장애인 기표대는 기표탁자가 우측에 있어 기표 상황이 공개되기 때문에 비밀투표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장애계에서는 신형 장애인 기표대의 전면 수정과 참정권 확보를 위한 정당한 편의 제공을 촉구하고 있다.

장추련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장애인들은 자기의 참정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 접근에서부터 정보접근 등 까지 정당한 편의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고, 선거가 실시 될 때 마다 기자회견을 하고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전달해 봤지만 변하는 것이 없다.”며 “편의가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장애인이 투표하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일’, ‘유난 떠는 일’처럼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장애인의 어려운 참정권 속에서 새로운 기표소가 제작된다고 해 기대 했지만 ‘역시나’라는 한숨 뿐.”이라며 “기표소에 들어가 몸을 돌려야 하는 이유로 장애유형에 따라 투표가 여전히 불가능 하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투표가 공개된다. 장애유형도 참정권도 고려되지 않은 신현 기표대를 전면 수정하고 다시 제작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신형 기표대 제작에 있어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눠 배제하고 분리하는 차별.”이라며 “기표대를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넓이와 편의를 추가한 공용 기표대 형태로 제작한다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하고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장추련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신형 장애인 개표대 제작에 있어 중앙성관위는 전동스쿠터와 전동휠체어를 이용해 접근 가능성 여부를 확인했다는 답을 했다. 하지만 접근이 된다 하더라도 장애유형에 따라 오른쪽에 있는 기표탁자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들이 다수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는 간과 됐다.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정두리 기자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정두리 기자
▲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현수 활동가ⓒ정두리 기자
▲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현수 활동가ⓒ정두리 기자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현수 활동가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구체적 증언을 이어갔다.

김 활동가는 “전동스쿠터와 전동휠체어 모두 장애인 기표대에 접근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경우에 따라 중증장애인이 주로 이용하는 전동휠체어는 기표대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다.”며 “전동스쿠터는 팔걸이를 올려 기표탁자 쪽으로 몸을 돌릴 수 있다고 하지만, 전동휠체어는 팔걸이가 올라가지 않고 몸을 돌려 앉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새롭게 제작되는 신형 장애인 기표대는 ‘전동스쿠터 기표대’일 뿐 장애인 기표대가 아니다. 아직 선거까지는 기간이 남아있는 만큼 장애인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표대 제작을 다시 해달라.”고 촉구하며 “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고 싶다.”고 호소했다.

장애인·비장애인 나눈 기표대 ‘장애인 차별’… 문제 제기 무시한면 ‘소송할 것’

새로 제작되는 신형 장애인 기표대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누고 분리하는 ‘장애인 차별’적 요소가 담겨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김재왕 변호사ⓒ정두리 기자
▲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김재왕 변호사ⓒ정두리 기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김재왕 변호사는 “중앙선관위가 신형 기표대를 제작하면서 장애인 기표대를 별도로 제작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장애인을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배제·분리 해서는 안된다’는 차별금지 조항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기표대 폭을 넓히고 높낮이가 조절되는 기표대를 제공한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나뉘지 않고 함께 투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앙선관위는 기표가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미리 지정한 사람과 함께 기표대에 들어가 투표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것은 비밀투표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 국민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당연히 제공해야 할 물적 편의제공을 무시하고 최후의 방법인 인적 편의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무마하는 것.”이라며 “만약 중앙선관위가 기표대 제작을 수정없이 개존대로 추진한다면, 신형 장애인 개표대의 문제를 지적하고 계획을 중지시키기 위한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뒤 장추련 대표단은 중앙선관위 관계자와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에 동행했던 장추련 김성연 활동가는 “면담을 위해 들어간 중앙선관위에 신형 장애인 기표대가 시범 설치돼 있어 살펴보니, 역시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나 이용이 가능한 ‘전동스쿠터 용 기표대’일 뿐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들은 접근이 불가능했다.”며 “제작도안과 마찬가지로 실제도 사용이 불가능한 장애인 기표대의 문제점을 중앙선관위 관계자에게 제기하며 수정 제작을 요청했지만, 제작 기간 등의 문제로 수정이 어렵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의견수렴을 했다고는 하지만 말도 안 되는 형태의 장애인 기표대를 만들어 놨고, 장애유형에 대한 이해도 없어 보였다.”며 “장애인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기표대 제작을 용납할 수 없다. 다음주 중 소송을 바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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