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종합판정 도구 2016년 적용… “저울을 바꾼다고 장애등급제 없어지지 않아”

▲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기 위한 장애계의 외침은 '조삼모사'식 발표를 내놓은 정부를 향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웰페어뉴스DB
▲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기 위한 장애계의 외침은 '조삼모사'식 발표를 내놓은 정부를 향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웰페어뉴스DB
정부가 장애등급제를 대신할 장애종합판정 도구를 개발하겠다는 발표에 대해 장애계가 구체적 계획 없는 조삼모사(朝三暮四) 식의 발표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지난 28일 제14차 장애인 정책 조정위원회에서 ▲장애등급제를 대신할 종합적 판정도구 및 모형을 개발해 빠르면 2016년 적용 ▲발달장애 조기 발견·치료지원과 발달장애인법 제정 ▲특수교육 기반 확대 ▲장애인연금법 개정으로 지원대상과 지원 수준 확대 ▲장애인 고용의 확대와 이동편의 증진 ▲장애인 인권 보호 강화 방안 등을 심의·확정했다.

개인별 서비스 지원체계 없는 개편, “정작 핵심이 없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달부터 ‘장애종합판정체계 개편추진단’을 구성해 현행 장애등급제를 대신할 종합적 판정 도구 및 모형을 개발하고 있으며, 빠르면 2016년부터 적용하겠다는 것.

하지만 장애계는 구체적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종합적 판정도구’ 라는 구상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은 “정부 발표는 구체적 내용이 없는 계획으로 복지계획이라기보다는 정치적 발표이자 선전일 뿐.”이라며 “복지발표라면 구체적 추진계획과 예산 수반 등 내용이 있어야 하지만 이러한 사안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 심의·확정 내용의 가장 주요된 사안은 장애등급제 폐지와 종합적 판정도구 개발이다. 반면 장애종합판정체계 도구가 어떤 방향으로 개발되고 쓰여질지에 대해서는 발표되지 않았다.

장애계가 그동안 장애등급제 폐지를 외쳐왔던 이유는 장애등급이 의료적 기준에만 의존하고 있어 개별적 욕구와 사회적 환경이 전혀 고려되지 않아왔기 때문.

이를 위해 장애계는 획일적 판정도구가 아닌 개인별 서비스 지원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데서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해 왔다.

남 실장은 “정부가 발표한 종합적 판정도구는 장애등급제의 이름만 바꾸는 것으로 정확히 말하면 저울만 교체하는 것.”이라며 “결국 정부는 ‘장애계가 요구하니 장애등급제 폐지하겠다’는 발표로 개인별 서비스 지원계획이라는 핵심을 빼고 판정 기준만 바꾸는 조삼모사 식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예를 들어 현행 1~6급으로 나뉜 장애등급이 폐지된다 해도 종합적 판정도구가 1~100점이라는 기준을 세운다면 장애등급이 100급으로 나뉘는 것이랑 다를 바 없다.”며 “장애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판정 절차는 필요할 수도 있지만, 이를 바탕으로 다시 획일적 기준의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단순히 ‘저울’만 바꾸는 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는 현행 장애등급제처럼 예산 계획에 맞춰 의학적 기준에 맞춘 행정편의적으로 차별과 차등화를 둬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진정으로 정부가 장애등급제를 폐지할 생각이 있다면 장애인 개개인별 지원계획을 세우는 체계와 이에 따른 예산 계획을 세우고, 이와 별도의 소득보장 계획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인정조사표 등 기준 때문에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하거나, 받는다 해도 최소한의 시간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생명의 위협속에 외침을 이어가고 있다.  ⓒ웰페어뉴스DB
▲ 인정조사표 등 기준 때문에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하거나, 받는다 해도 최소한의 시간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생명의 위협속에 외침을 이어가고 있다. ⓒ웰페어뉴스DB
“활동지원제도 신청자격 폐지해도 인정조사표가 가로막을 것”

이와 유사하게 정부의 발표에는 구체적 내용이 빠진 ‘공허한’ 계획들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장애인 활동지원제도 개편으로 기존 1·2급 장애인으로 제한돼 있전 활동지원제도 신청자격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1만5,000여 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1,140억 원을 추가로 지원하겠다는 것.

반면 장애계는 신청자격을 확대한다 해도 활동지원서비스 필요도를 조사하는 인정조사표가 바뀌지 않는다면 장애인들은 여전히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2011년 장애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 중 35만 명 이상이 일상생활에 타인의 도움을 전적으로 또는 대부분 필요하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반면 현재 활동지원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장애인은 1급 5만여 명과 2급 8,000여 명을 포함한 5만8,000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가 1급에게만 한정돼 있는 활동지원제도 신청자격을 2급으로 확대시켰지만 실제 이용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활동지원제도 확대의 어려움으로 정부측은 예산 부족을 이야기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예산이 쓰이지 않아 환수된 금액이 9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 실장은 “장애인들은 활동지원을 필요로 하지만 정부는 적은 예산에서 돈을 남기고 있다.”며 “이유는 인정조사표라는 활동지원서비스 필요도 조사를 하면서 장애인들의 접근을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청자격을 폐지한다 해도 실제 활동지원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기준을 그대로 둔다면 결국 정부의 발표는 장애인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활동지원서비스 확대를 계획한다면 신청대상과 지원 예산, 그리고 실질적으로 장애인들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준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더불어 남 실장은 “이번 발표에 포함된 내용 중 이동편의 증진을 위한 저상버스와 장애인콜택시 확대, 장애인연금 확대 등은 정부의 ‘교통약자 편의증진 계획’과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비해 후퇴하고 있다.”며 “장애계에 산적해 있는 문제들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실질적인 계획을 고민하길 바란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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