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폐지와 장애인연금제도 개선 토론회…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불참

▲ 지난 29일, 이룸센터에서 장애등급제 폐지와 장애인 연금제도 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 지난 29일, 이룸센터에서 장애등급제 폐지와 장애인 연금제도 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장애계 활동가와 복지 전문가들이 모여 현재 장애인복지의 기준선인 장애등급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장애등급제 폐지와 이에 대한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29일 이룸센터에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장애인권리보장법제정연대,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 등의 공동주최로 ‘장애등급제 폐지와 장애인연금제도 개선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참가자들은 현행 장애등급을 결정하는 기준이 의학적인 측면에만 의존하고 있어 이로 인해 정당한 복지혜택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회환경까지 고려한 장애판정체계와 장애인연금 제도 ‘필요’

▲ 충북대학교 윤상용 교수.
▲ 충북대학교 윤상용 교수.
충북대학교 윤상용 교수는 “의학적 손상의 정도를 나타내는 장애등급을 장애인연금, 장애인의무고용제도,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장애인거주시설 등 장애인복지의 핵심제도의 신청자격으로 활용함으로써 각 제도에서 목표로 하고 있는 표적집단의 선정 가능성이 매우 취약하다.”고 말했다.

현행 장애등급제는 의학적 손상만을 기준으로, 여기에 자산규모에 의해 급여 수급 여부와 급여 수준이 정해지고 있다는 것.

윤 교수는 “장애등급제는 장애 개념의 개별적 모델과 사회적 모델을 통합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보건기구의 ICF개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여전히 의학적 손상만으로 장애를 규정하고 장애 정도를 확정하는 후진적인 시스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ICF(기능, 장애 및 건강 분류체계)는 기능과 장애 뿐만 아니라 기능과 장애에 영향을 미치는 배경적 요인들로서 외적 요인인 환경적 요인과 내적 요인인 개인적 요인을 분류체계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윤 교수는 장애등급제 폐지이후 ICF 핵심 항목을 활용해 복지서비스와 연금 등이 지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 ⓒ ICF 한국번역출판위원회(2003)
▲ ⓒ ICF 한국번역출판위원회(2003)

공적연금 수급 조건에 ‘근로능력’ 포함… 방법론에 대한 다양한 의견

대부분 국가가 공적연금에서 근로능력평가를 수급조건으로 넣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근로능력평가를 수급조건으로 보고 있지 않고 있다.

이에 윤 교수는 “장애인연금에서 장애의 정의는 근로 능력 또는 소득 능력의 손실에 기초해야 한다.”며 “공적연금에서의 장애를 판정할 때는 다양한 측면에서 건강상태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지체계 또는 과거의 경험이나 근로능력에 따라 노동시장에 진입이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해서 연금이 지급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손상 중심 접근법을 중심으로 하는 스페인처럼 의학적 장애기준을 토대로 사회적 요인들을 고려한 근로능력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손상 중심 접근법에서 고려하는 사회적 요인은 ▲가족 요인 ▲경제적 요인 ▲직업 요인 ▲문화적 요인 등으로 구성되며, 가족 요인은 △가족의 지원 정도 △가족 관계 △가족 기능을 의미하고, 경제적 요인은 가구소득을 접근하고 있다.

반면, 대구대학교 조한진 교수는 근로능력평가 적용에는 긍정적 입장을 보였지만, 장애인연금은 국가의 책임이라는 취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장애인연금의 경우에 소득과 재산만 보면 된다는 것이 기본적 입장이지만, 근로능력을 추가로 봐야 한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며 “하지만, 장애수당에서 왜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평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더 이상 가족의 책임이 아닌 국가의 책임이라는 인식에서 복지서비스와 장애인연금 등이 재출발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류정진 국장은 윤 교수가 제시한 손상 중심 접근법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표했다.

류 국장은 “장애종합판정체계를 재편하자는 논의에서 손상 중심 접근법을 적용하게 되면, 다시 장애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기준에 둬야 한다.”며 “본질적으로 현행 장애등급제와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의 개념을 의학적 손상 기준에서 벗어나 근로능력이 있다면 독립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류 국장은 현 시점에서 근로능력평가가 장애인연금과 관련한 항목으로 추가된다면 보건복지부 뿐 아니라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가 함께 협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더했다.

류 국장은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앞으로 장애종합판정도구로서 근로능력 기준이 추가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며 “하지만 고용과 연계되는 부분에서 복지부가 단독적으로 진행하는 것보다는 관련 부처와 함께 머리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소관부처 ‘복지부’의 불참… “장애등급제 폐지와 대안 마련에 의지는 있는가”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복지부 관계자가 참석해 장애등급제의 실질적 대안에 대한 논의를 기대했으나, 복지부 관계자의 참석 거부로 무산됐다.

이에 대해 장차연 박경석 대표는 “복지부는 예산의 문제만 고려하면서 장애등급제 폐지를 고려하는지 의문스럽다.”며 “앞으로 보편적인 소득보장제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토의해보자.”고 복지부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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