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협 직원 사칭해 카드영업?… 한사협 ‘묵묵부답’

지난 21일 강릉시청에서 열린 ‘2014년 제22차 사회복지사 보수교육’ 현장에서, 청각장애인 차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보수교육 휴식시간에 이뤄진 한국사회복지사협회(이하 한사협) 후원카드 홍보에서, 홍보 담당자가 ‘청각장애인은 가입할 수 없다’고 거부한 것.

한사협과 협약이 돼 있는 카드는 국민카드(I am Remember-I am Social Woker, 아이 엠 리멤버-아이 엠 소셜 워커)로, 지난 2006년 한사협과 업무 제휴를 맺은바 있다. 사회복지사 주유 할인 및 무이자 할부 서비스 등이 제공되며, 카드 사용기금의 0.2%가 사회복지사 발전기금으로 적립된다.

강원도 정선군농아인협회 부설 정선군수화통역센터 전성우 센터장은 할인혜택 등 여러 가지 좋은 것들이 많이 있다는 이야기에 가입을 결정하고, 홍보 담당자에게 신청했으나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정 센터장은 “후원카드 가입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통화내용을 녹음해야 하는데, 청각장애인이라서 위험하다고 했다. 무엇이 위험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이뤄졌지만, 그에 대한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 정선군농아인협회 부설 정선군수화통역센터 전성우 센터장의 진정서 일부.
▲ 정선군농아인협회 부설 정선군수화통역센터 전성우 센터장의 진정서 일부.
당시 현장에는 정 센터장 말고도 여러명의 청각장애인 당사자가 있었다. 강원도 지역 수화통역센터의 센터장들이 상근직으로 전환된 데 따라, 올해부터 보수교육 대상에 포함됐다. 처음으로 사회복지사 보수교육에 참여한 이들은 이같은 차별 발언에 큰 충격을 받았다.

정 센터장은 “보수교육에 참가한 수화통역센터 센터장들은 분노했다. 후원카드를 설명한 사람에게 명함을 요구했으나 ‘없다’고 했다. 그리고는 사과도 없이 자리를 떠나버렸다.”며 “이후 강원도사회복지사협회에서 사과하는 연락이 왔지만, 한사협의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다. 카드회사와 협약을 맺은 것은 중앙회인 한사협이기 때문에, 한사협 회장의 공식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홍보를 담당한 사람은 자신을 소개할 때 ‘한사협에서 나왔다’고 말했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은 더욱 불거졌다.

보수교육 강의를 맡았던 비영리컨설팅 웰펌(welfirm) 표경흠 상임대표는 “홍보 담당자가 ‘한사협 직원으로 후원자원개발쪽 부서에서 일한다. 협조해서 나왔다’며 휴식시간에 잠시 홍보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한사협 직원이고 협조해서 나왔다고 하기에 동의했다. 단순 카드회사 직원이라고 말했다면 동의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표 상임대표는 “홍보내용에 카드 수수료 등 한사협 수익으로 4,800만 원정도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럴 바에는 저런 직원 안 쓰고 일 잘하는 게 훨씬 낫다고 이야기할만큼 홍보내용도 불편했다.”고 덧붙였다.

강원도농아인협회 관계자는 “문제가 생겨 교육을 진행한 강원도사회복지사협회의 한 관계자에게 홍보 담당자의 신원을 묻자 ‘우리 소속이 아니다. 아마 카드회사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홈페이지 ‘현장의 소리’에 올라온 한국사회복지사협회의 답변.
▲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홈페이지 ‘현장의 소리’에 올라온 한국사회복지사협회의 답변.
한사협 직원이어도 아니어도 ‘문제’… 명백한 입장정리 있어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7조(금융상품 및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의 차별금지)는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제공자는 금전대출, 신용카드 발급, 보험가입 등 각종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제공에 있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 센터장은 지난 24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고, 한사협 홈페이지 ‘현장의 소리’에 이번 사건에 대한 글을 올렸다.

한사협은 25일 정 센터장의 글에 대한 답변으로 입장을 밝혔다. 한사협은 “우려를 끼친 점 사과드린다. 카드 발급신청은 해당업체에서 담당하고 있다. 제기한 내용과 관련해 해당 업체에게 엄중 경고 조치 및 추후 유사한 문제 예방을 위한 조치사항 등을 포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홍보 담당자가 한사협 직원이 아닌 카드회사 직원이라고 해도, 신원을 밝힐 때 ‘한사협 직원’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사칭한 것이 된다.

정 센터장 역시 홍보 담당자의 신원과 관계 없이, 카드회사와 직접 협약을 맺은 한사협 중앙회의 공식 입장표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웰페어뉴스는 한사협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담당자 부재중’이라는 이야기만 들을 수 있었다.

논란에서 나아가 금융권의 청각장애인 차별 문제 돌아봐야

이에 대해 한국농아인협회는 26일 성명서를 발표, “이번 사건이 한사협 직원의 잘못인지 한사협 직원을 사칭한 카드회사 직원의 영업방침이었는지에 대한 명백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농아인협회는 “장애의 유무에 따라, 청력 활용의 정도에 따라 인간의 가치를 구분하는 뿌리깊은 장애인에 대한 ‘분리와 배제’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라며 “더구나 이번 사건은 한사협으로부터 촉발된 사건이라 충격이 더 크다.”고 비판했다.

정 센터장은 “이번 사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한사협의 문제에서 나아가 은행 등 금융권에서 이뤄지는 차별이 개선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청각장애인은 금융권에서 거절을 많이 당한다. 수화통역사가 통역하는 내용은 인정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직접 답하라고 한다. 그럴 경우 멀리까지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직접 만나지 않고 녹음으로 대신 가입절차를 밟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화통역사를 배치하고 화상통화를 녹음하는 방식을 도입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농아인협회는 해당 사건을 지속적으로 주시할 예정이며, 추후 필요다하면 관련 업체 등에 공문 발송 및 차별 진정 제기까지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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