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장애인의 날까지 고속터미널 이동권 투쟁 및 집중결의대회 진행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다 돼가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의 권리가 여전히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1일 ‘23회 세계 장애인의 날(12월 3일)’을 맞아 장애인 이동권의 현실을 알리고자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장애인 시외이동권 확보를 위한 기자회견 ‘멈추시오! 여기 표가 있소이다!’를 열었다.

전장연은 2박 3일 고속터미널 점거 노숙농성에 들어간다.

미국 몽고메리 버스 승차 거부 운동, “장애인도 대중교통 시설에 차별이 있어선 안돼”

미국 흑인 민권운동의 도화선이 됐던 지난 1955년 몽고메리 버스 승차 거부 운동은 보편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대중교통 시설에 인종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요구로부터 시작됐다.

1981년 데니즈 메크에이드라는 휠체어 이용 장애여성은 맨하탄행 버스를 타려고 했으나 리프트 열쇠가 없다는 이유로 버스기사가 승차를 거부하자 7시간이 넘게 버스를 점거했다. 이를 계기로 교통약자가 편리하고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기 위한 미국사회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있어 인종과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장애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장연 조현수 정책국장은 “메크에이드는 7시간동안 버스를 점거하며 결국 버스터미널 관계자가 사과하고 버스에 탑승에 탑승할 수 있었다.”며 “이 사건으로 미국내 버스에 편의시설이 확충되는 계기가 됐다. 우리도 그런 취지로 버스타기 운동을 시작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나 독일은 저상버스 도입률이 높다. 그들은 장애인을 고객으로 바라보고 저상버스 뿐만아니라 장애인편의시설을 설치한 버스의 운영을 늘리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혀 그렇지 않다. 특히 고속버스같은 경우에는 단 한 대의 버스도 장애인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질타했다.

내년 고속버스 휠체어리프트 설치 시범사업 무산 위기, “약속 지켜라”

내년 정부는 고속버스 1대당 4,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총 40대에 휠체어리프트를 설치하는 시범사업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정부예산안에 편성되지 못하며 국토교통부 상임위원회가 시범사업 16억 원을 재편성 하기위해 정부예산안에 다시 올려놓은 상태다.

전장연 박경석 대표는 “장애인들이 탈 수 있는 버스 몇 대 마저도 기획재정부에서 막는데 대체 법으로 정한 교통약자에 대한 약속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며 “정부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얘기하는데 이런 것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운운하는건 웃긴거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강민 사무총장은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법이 있음에도 정부는 무시하고 이렇게 장애인 이동권을 거부하고 있다.”며 “시범사업 예산이 올라간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조차 지켜지지 않는다면 장애인의 이동권 이라는 당연한 권리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유엔 장애인인권협약 선택의정서를 비준하지 않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강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현 소장은 “유엔 장애인인권협약이라는 세계적인 약속을 베트남도 했다고 한다. 베트남보다 선진국이라고 하는 한국은 아직 그 협약에 사인하지 않았다.”며 “우리나라는 인권이라는 말을 한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변하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장애계단체는 정부가 고속버스에 장애인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예산 편성을 촉구했다.

박 대표는 “정부는 고속버스 승차설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이것은 방법이 없는 아니라 마음이 없는 것.”이라며 “예산으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정부를 향한 비판이 이어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애계단체는 ▲시내저상버스 100% 도입 ▲시외·고속버스의 저상버스 등 도입 의무 명시 ▲특별교통수단 광역 단위 이동지원센터 설치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의 개정을 요구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뒤 강남버스터미널 1번 승차홈에서 오후4시와 5시에 출발하는 부산행 고속버스를 타기 위해 각각 3장씩 예매해 버스를 타려고 시도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이어 장애계단체는 장애인도 타요버스라는 현수막을 고속버스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박 소장은 “오늘의 추위는 우리의 마음속에 느끼는 추위와 같다. 장애인도 안전하고 편리하게 버스를 타고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한다.”고 외쳤다.

전장연은 오는 2일 강남 고속터미널에서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며, 3일 오후 1시 보신각에서 집중결의대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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