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 건강권 확보를 위한 기자회견’ 열어

지난 2011년 보건복지부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이 국가에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사항은 의료 보장(30.1%)인 것으로 조사됐다. ‘장애인권리협약’ 제25조는 장애인은 장애로 인한 차별 없이 건강을 향유할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수많은 장애인들은 여전히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화상장애인에게 필요한 약품이 비급여 품목으로 구분돼 비싼 값을 치러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끼고, 신장장애인은 병원에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는 교통 수단이 제공되지 않는 등,  장애인 건강권에 대한 지원이 미약해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이다.

9일 서울정부청사에서는 열악한 장애인 의료제도에 피해를 본 사람들과 서울장애인연구소가 모여 장애로 인한 추가 진료과목의 의료보험 적용과 공공의료체계 구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호견 참가자들은 한국의 의료보험 적용 수가는 장애라는 특수성을 배제한 획일적인 체계로 격차가 매우 심하며, 의료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 화상장애인자조모임 해바라기 오찬일 대표.
▲ 화상장애인자조모임 해바라기 오찬일 대표.
화상장애인자조모임 해바라기 오찬일 대표는 “나는 9년째 25회의 수술을 거쳤으며, 지체장애 4급 판정을 받았다. 화상장애인들의 치료는 비급여부분이 많아서 경제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급여의 의료보험 적용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약품으로 사용하는 보습제의 경우에도 미용제품으로 분류돼 5ml 용량에 10만 원이 넘는 등, 의료비 부담이 매우 심각한 상황.

부적절한 의료 서비스 지원으로 건강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도 끊임 없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정신장애자립생활센터 김락우 대표는 “정신장애인들은 OECD 국가의 평균 입원 기간 보다 훨씬 많은 시간동안 입원을 하고 있다.”며 “지난 2013년 4월 발표한 OECD보고서에서는 한국의 정신보건의 문제점으로 OECD 평균보다 극도로 높은 입원횟수와 높은 입원률, 지역사회 의료 부재로 인해 입원만이 유일한 치료방법인 점 등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사회구조는 증상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정신장애인의 상태를 악화시킬뿐더러 치료의 효과가 있기는커녕, 정신장애인 대부분의 회복불능 상태로 빠트리고 있다.”고 전했다.

▲ 한국정신장애자립생활센터 김락우 대표.
▲ 한국정신장애자립생활센터 김락우 대표.
한국의 의료법 역시 장애인의 의료 사각지대를 넓히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의료법 제 27조 3항에는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 알선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러한 조항으로 인해 병원에서 운행할 수 있는 차량이 있음에도, 장시간 혈액투석을 받는 신장장애인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환자에게 차량을 지원하지 않아, 의료법 테두리 안에서도 장애인의 건강권 보장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서울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이처럼 장애인의 열악한 건강권 현실에서도 아직까지 정부조직 내에 장애인 보건의료 담당 부처가 없고,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정부 측에 지속적으로 의료법 개정 및 의료보험 적용 확대 등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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