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원장의 조건’ 토론회 개최

▲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인권위원장의 조건’ 토론회가 열렸다.
▲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인권위원장의 조건’ 토론회가 열렸다.

개인이 가지는 인권을 보호·증진하기 위해 세워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오는 8월 인권위 현병철 위원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장애계 단체는 새로 선임될 인권위원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장애계 단체는 오는 8월 인권위 헌병철 위원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새로 선임될 인권위원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남인순·서기호·장하나·천정배 의원 주최로 열린 ‘인권위원장의 조건’ 토론회에서는 현재 인권위의 문제점, 새로 선임되는 인권위원장의 조건과 인권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권위 ‘정책권고·권리구제 기능’ 약화… 현재 ‘위기’

인권위는 준국제·준사법적인 인권전담기구로서 정책, 조사·구제, 교육·홍보, 국내·외 협력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인권위는 주역할인 ‘정책권고’나 진정사건 권고를 통한 ‘권리구제’ 기능이 저하된 것.

인권위 공식자료에 있는 ‘연도별 정책교육국 정책권고 등 건수’ 표에 따르면 현재까지 인권위의 정책권고 건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지난 2008년 정책권고 수가 총 40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지난 2009년부터는 34건, 2010년 22건, 2011년 22건으로 점점 줄어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도별 침해사건 처리현황’ 표에 따르면 합의종결 수가 지난 2009년 118건, 2010년 122건, 2011년 117건, 지난해는 229건으로 큰폭 상승했다.

합의종결 건수가 높다는 의미는 인권위 직원들의 입장에서 권고결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 사건은 처리해야 하기 떄문에, 가급적 소위에 안건을 상정해 처리하는 것 보다 당사자들 간 합의에 의해 끝낼 수 있는 합의종결을 선호한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조사과 김원규 조사관.
▲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조사과 김원규 조사관.

인권위 차별조사과 김원규 조사관은 “합의종결 건수가 높은 것이 긍정적 측면으로서 인권위가 분쟁해결을 위해 강제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당사자들간의 합의에 의해 종결시킨다는 의미도 있다.”며 “하지만 합의종결 형태가 권고결정 전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인권위 권고가 분쟁을 해결하는데 기여도는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고 밝혔다.

이어 김 조사관은 현재 인권위의 상황을 ‘위기’라고 표현했다.

김 조사관은 “현재 인권위의 정책권고기능이 양적·질적으로 미흡하고 그나마 어렵게 한 권고 등도 피권고기관에 의해 경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피해자 구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인권기준을 제시하는 조사권고기능도 많이 약화돼 있다.”고 전했다.

또한 김 조사관은 인권위가 시기별 주요인권 문제에 대한 개입도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MBC피디수첩사건(2009년) ▲국정원의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손해배상사건(2010년) 등 재판부에 대한 의견제출건 기각을 비롯해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자살 등 연쇄적인 사망사건(2011년~2012년) ▲대통령에 대한 비판글 작성자에 대한 구속사건 ▲세월호 사고(2014년) 등에 대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김 조사관은 인권위가 주요 인권문제에 대해 적절한 방식으로 개입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전했다.

이에 김 조사관은 현재 인권위의 문제로 △인권위원 선발체계 △시민단체 및 비정부기구와의 관계 약화 △피권고기관의 인권위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을 꼽았다.

장애계 출신 인물 단 한 명도 없는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기구로서 아직 부족”

한편 이날 참석한 장애계 단체는 인권위에 대해 장애인 차별을 시정하는 기관으로서 그 역할을 다 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해 인권위에 장애를 이유로 제기한 차별진정 건수는 1,140건으로, 전체 차별진정 건수 2,198건 중 51%를 차지할 만큼 인권위가 ‘장애인차별시정기구’로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강력한 처벌조항을 담고 있지 못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선 인권위가 갖고 있는 조사권을 활용해야 한다. 강제력이 없는 권고라 할지라도 차별 가해자에게 최대한 책임을 묻는 과정이 필요한 것.

하지만 인권위가 ‘장애인차별시정기구’로서의 역할을 다 했는지에 대해 장애계 단체는 아직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먼저 인권위를 장애계를 배제한 위원들로 구성한 점을 지적했다.

인권위는 장관급인 위원장 1인과 차관급인 상임위원 3인, 비상임위원 7인 등 11인의 인권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인권위 위원들은 국회에서 4인, 대통령이 4인, 대법원장이 3인을 지명해 임명된다.

하지만 현재 상임위원회 3인과 비상임위권 7인 중 7인이 현직 변호사, 판사, 법학자로 구성돼 장애계 위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
김 사무국장은 “장차법 제정 당시부터 끊임없이 장애계에서 제기해오던 상임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현재까지도 장애계를 배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절반이 넘는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 진정 사건 제기 건수를 볼 때, 상임위원 중 장애계의 참여는 당연한 절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인권위 위원 모두 장애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이 부족한 인물로 구성돼 장애유형과 장애인의 특수성을 고려한 차별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실제 차별조사과의 담당조사관은 차별로 판단해 권고의견을 제시했지만 인권위에서 조사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인권적 판단이 아닌 법리적 판단으로만 치우칠 수 있다는 것.

김 사무국장은 “인권의 기본원칙 중 인권이 실정법보다 더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법이 정치적인 이유로 권력을 유지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또한 법은 최소한의 의무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약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판단기준이 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인권위의 인권교육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요즘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권교육에 대한 요구가 점점 증가함에 따라 인권위는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인권교육이 인권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해 볼 수 있는 교육으로 진행되기 위해 소규모 참여형교육 위주로 이뤄져야 하지만 인권위는 집체교육을 실시한다는 것.

김 사무국장은 “인권교육의 바람직한 표준이 돼야 하는 인권위가 집체교육을 통해 주입식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교육의 질보다는 교육참여인원의 수와 교육횟수에 중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여 우려가 된다.”고 전했다.

또한 올해 인권위에서 장애인권교육양성과정 심화반 수강생을 모집하면서 ‘사회복지시설장’의 참여를 표시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가 제기됐다.

김 사무국장은 “사회복지시설의 장은 장애인의 인권침해와 관련해 많은 고민이 필요한 대상자.”라며 “인권위에서 진행하는 장애인권교육양성과정을 수료하고 스스로 인권 교육을 진행할 경우 시설에서의 교육이 시설장의 관점에서 진행돼 인권적으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계, “장애인 인권감수성 있는 인권위원장 선임 원해”

한편 장애계 단체는 임기만료를 앞둔 인권위 현병철 위원장에 대한 평가와 임기 3년에 대통령의 지명으로 임명되는 새로 선임될 인권위원장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장애계 단체는 현 위원장에 대해 ‘장애인 인권감수성이 부재한 인원위원장’이라고 평했다.

특히 지난 2010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권리보장을 위한 공동투쟁단이 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인권위 11층 배움터에서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이에 인권위는 직원들을 통해 장애인 활동가들의 농성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엘리베이터 운행을 중단하고 난방을 차단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한 것.

뿐만아니라 인권위는 장애인활동지원법의 관련해 인권적 관점에서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농성만을 문제삼았다.

또한 당시 인권위는 인권침해시설의 장을 비상임위원에 선임하는 등 장애계의 분노를 샀다.

이에 장애계는 끊임없이 현 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해왔지만 지난 2012년 연임됐다.

장애계 단체는 ‘장애인 인권감수성이 있는 인권위원장’이 선임돼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김 사무국장은 “장차법이 제대로 된 실효성을 위해 일해야 할 인권위가 인권도 장애도 모르는 인권위원장으로 인해 긴 세월을 법에서 정해진 역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6년이나 봐야 했다.”며 “이제 제대로 장애를 바라보고 인권을 바라보는 인권위원장을 만나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남영 변호사는 “인권위원장을 임명하는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인권에 대해 어떠한 입장과 인식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그에 맞는 인권위원장이 임명되고 인권위가 그러한 기조 아래 운영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인권위원장은 정치적 임명과정을 거치더라도 최소한 우리 사회 영역인 장애, 여성, 아동, 노동, 이주민 등에서 인권활동 경험을 조금이라도 맛본 사람이 임명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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