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씨아버지 “학교 이미지 생각말고 진정한 사과 원해”
학교측 “미연 방지 못한점 변명 여지 없어… 수사결과 따라 가해자 조치 취할 것”

▲ 가해자 5인이 피해자 ㄱ씨에게 폭행을 가한 도구 ⓒㄱ씨 제공
▲ 가해자 5인이 피해자 ㄱ씨에게 폭행을 가한 도구 ⓒㄱ씨 제공

경상북도 한 대학교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학생이 3일간 학교 내 기숙사에서 학우들로부터 감금·폭행 당한 사건과 관련 피해자 ㄱ 씨 아버지가 학교측의 미온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지난 21일 한 누리소통망에 올라온 글을 통해 알려진 이 사건은 지난 14~17일 3일간 동기 학생 5인이 피해 학생 ㄱ 씨를 감금한 채 폭행과 성추행을 했다는 것. ㄱ씨는 전치 3주 판정을 받고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다.

ㄱ 씨는 지적장애 판정을 받지는 않았지만 중학교 1학년 때 뇌종양 제거 수술을 한 뒤 지난해 받은 지능지수 검사에서 '15세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ㄱ 씨 부모는 가해자 5인을 경찰에 신고, 현재 경산경찰서는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가해자 5인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악몽같은 시간…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입으로 ‘딱’소리를 내면 그게 저를 때리라는 신호였어요. 그 소리가 나면 가해자들이 옷걸이와 테이프로 만든 도구를 가지고 내 등을 내려쳤어요. 나는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잘못했다고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딱’소리가 여지없이 나왔거든요.”

지난 24일 폭행 사건의 피해자인 ㄱ 씨는 병원 침대에 누워 당시 폭행 당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ㄱ 씨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힘들어보이는 듯 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가해자들이 자신의 실수를 꼬투리 잡아 ‘맞을래? 치킨살래?’라며 말하는 모습은 여느 친구들과 다를 게 없었다. 그때까지도 ㄱ 씨는 그들을 친구라고 믿고 있었다.

가해자들의 행동이 거칠어진 것은 기숙사 안에서의 폭행이 시작된 14일 전 주부터다. 가해자들의 요구가 ㄱ 씨의 용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장난은 협박이 되고 갈취가 되기 시작했다.

14일 ㄱ 씨는 가해자들이 자신들에게 빌려갔다고 주장하는 금액 6만 원을 만들기 위해 아르바이를 다녀오는 길이었다. 가해자들은 ㄱ 씨가 생각한 금액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받자, ㄱ씨가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를 들며 기숙사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폭행은 나흘동안 지속됐다. 폭행 둘째날인 지난 15일 오전은 학교 시험이 있는 날로 가해학생들은 ㄱ 씨가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한 뒤 다시 기숙사 안으로 끌고 들어가 때렸다.

“제가 아프다고 그러니까 수건을 돌돌말아서 제 입에 물리고 때렸어요. 그리고 두 팔을 테이프로 고정시키고 무릎을 꿇게 한 뒤 때리고요. 제가 아파서 몸을 웅크리면 제 성기를 잡아당겨서 강제로 일으키게 한 뒤 때렸어요.”

ㄱ 씨는 눈을 뜨기가 무서웠다. 참을 수 없는 통증이 밀려왔다. 17일, 가해자들이 없는 틈을 타 무작정 기숙사 밖으로 나왔다. ㄱ 씨는 아버지에게 그동안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털어놨다.

ㄱ 씨는 병원에 입원하고도 사흘간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했다. 통증 때문에 제대로 누울 수 조차 없었다. 아직도 통증은 없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움직일만하니 괜찮다고 애써 말했다.

ㄱ 씨가 바라는 것은 가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다. ㄱ 씨는 폭행 당시 기절했던 상황은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지만 자신을 때리던 가해자들의 모습은 생생히 기억했다.

ㄱ 씨는 “애들한테 맞고 있다가 잠시 기절한 뒤 정신을 차렸는데 애들이 저를 발로 차고 있었다. 아프다고 말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정말 죽고 싶었다. 그 애들이 꼭 처벌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가 필요해”

ㄱ 씨의 아버지는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아들이 걱정된다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아들이 맞았다는 말에 처음에는 남자들끼리 치고박고 싸운 정도로만 생각해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아들이 보내 온 사진은 생각과 달랐다. 시퍼렇게 멍이 든 아들의 사진을 보고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

“방학이 끝나고 대학교를 다시 다닐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아들이 창문으로 그냥 뛰어내릴 것이라고 답해서 깜짝 놀랬어요.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은 얼마나 다쳤을지 나는 아들의 마음을 가늠할 수 없습니다. 몸에 난 상처는 없어지지만 마음의 상처는 어떻할 것인지.”

▲ ㄱ씨가 경찰 관계자와 진술하는 과정에서 폭행 당한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ㄱ씨아버지 제공
▲ ㄱ씨가 경찰 관계자와 진술하는 과정에서 폭행 당한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ㄱ씨아버지 제공

ㄱ 씨가 입원하고 이틀 뒤인 19일에야 학교측은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ㄱ 씨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와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ㄱ 씨의 아버지는 학교측의 태도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ㄱ 씨의 상태보다 학교측 이미지 관리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ㄱ씨의 아버지는 ㄱ 씨가 학교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사람이 있는데도 초동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했다.

나흘간의 폭행 기간 중 시험을 보기 위해 나왔던 15일, 시험 관리·감독 교수는 ㄱ 씨가 폭행 당한 상태를 봤음에도 아무런 조취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 더구나 23일 학교측 관계자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피해자 ㄱ 씨가 맞을 행동을 해서 맞았다’고 말한 것을 알게 됐다.

이에 ㄱ 씨의 아버지는 학교측 관계자에게 항의하기 위해 24일 학교를 찾았다. 그러나 학교측은 ‘우리에게 무슨 목적으로 방문했느냐’, ‘절차도 없이 이렇게 찾아오면 어떡하냐’고 따지듯 물었다고 전했다.

ㄱ 씨 아버지는 해당 영상을 보여주면서 “학교 관계자가 이런말을 했으면 절차부터 묻는 게 아니라 나한테 사과부터 해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고, 그때서야 마지못해 나에게 사과를 하더라.”고 분개했다.

이어 “교육기관이라는 학교에서 가장 중요시 돼야 할 것이 인성교육인데 오히려 약자를 괴롭히는 곳이 됐다. 내 아들이 다친  것은 신경도 안쓰고 학교 이미지만 신경쓰고 있는 관계자들을 보면서 화가 났다. 총장이 직접 와서 사과한다고 해도 이제는 필요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해자 엄중 처벌할 것”

이번 사건과 관련 학교측은 지난 24일,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을 살펴보면 ▲피해학생의 지속적 상담과 지원 제공 ▲가해 학생들에 대한 기숙사 퇴실 조치 ▲가해 학생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엄중한 조치(퇴학 등) ▲기숙사 사감 관리 소홀에 대한 강력한 조치 ▲추후 기숙사생에 대한 사고 예방 교육과 상담 강화 등을 조치사항으로 담았다.

학교측 관계자는 “우리 또한 사건을 인지하고 곧바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조속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향후 이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기숙사 운영 등에 있어 학교 관리 지침 등을 변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맞을 짓을 해서 맞았다’고 말한 사람은 대책위 소속이 아닌 일반 관계자로 발언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15일날 ㄱ씨의 상태를 봤다는 사람은 시간강사로, 그는 ‘학생이 넘어져 다쳤다는 말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해명했다고 밝혔다.

또한 학교측은 대책위원회를 통해 ㄱ 씨가 초반에 진술한 내용과 다른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는 점을 설명하며 사건 파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경산경찰서는 가해자 5인을 폭행·감금 등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이번 주 안으로 수사를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산경찰서 박신종 수사과장은 “가해자들은 의도적으로 ㄱ 씨의 실수를 유발하게끔 만들어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때 죄질이 나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 조사가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해자들의 행위는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피해자 진술한 내용과 가해자 진술과 상당히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피해자의 진술내용이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 이를 토대로 엄중히 처벌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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