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보조기 기존 이용자들에게 확대 지원 예산 떠넘기는 꼴”

“숨을 쉬어야 살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것마저도 돈을 지불해야 한데요.  참 뭐라고 말해야 할지…….”

서울 도봉구 함께가자도봉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센터) 대표 서혜영 씨와 서 씨의 동생 서보민 씨는 희귀난치성질환 중 하나인 근육병을 앓고 있다.

근육병은 발병 이후 전차 근위약, 심기능, 호흡기능 등이 악화되는 진행성 질환이다. 최선의 기능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재활치료 등을 병행해야 한다. 특히 호흡기능 악화로 호흡부전이 생길 수도 있는 근육병 환자들에게 호흡보조기는 생명 유지 장치나 다름없다.

이런 서 씨 자매에게 고민거리가 생겼다. 기존에는 국고보조로 호흡보조기 대여료 전액을 지원 받았는데 앞으로는 돈을 내야해 경제적인 부담이 발생하게 됐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국민의 형평적 건강보장을 위한 의료비 부담 완화와 건강수준 향상을 목표로 2014-2018 건강보험 중기보장성 강화 계획(이하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은 보장성 강화 과제 추진 등 3대 방향과 32개 세부과제로 구성됐다.

정부는 중증질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발표했고,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정부는 계획에 따라 가정 내 호흡보조기 치료가 필요한 대상자에게 호흡보조기 임대비용을 건강보험 요양비로 전환하는 계획을 오는 11월부터 시행한다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기존 국고보조로 호흡보조기 전액을 지원받던 희귀난치성질환자 94%가, 요양비 본인부담 10%인 월 7만 원~8만 원의 본인부담금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

복지부는 이같은 계획 결정에 대해 ‘호흡보조기가 필요하지만 희귀난치성질환이 아닌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한 6%의 대상자까지 모두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서 씨에 따르면 이 계획은 6%에 속한 대상자들도 원하지 않고 있다. 그들 또한 지원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은 좋지만 기존 이용자에게 자부담을 부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흡보조기 이용 대상자에게 호흡보조기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의료장치다. 대상자의 기본적인 이해 없이 단순히 ‘장애인 보장구’로 획일화 시켜 버린 정부의 계획으로 이제는 공기를 돈을 주고 사는 꼴이 되고 만 것이다.

“현재 호흡보조기 지원대상자의 94%가 근육병 환자에요. 그런데 급여화가 되면 6%의 대상자, 즉 척수장애인 등 호흡보조기를 사용하지만 희귀난치성질환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람들도 11월부터는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돼요.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은 저희도 환영이에요. 하지만 그 부담을 기존 이용자들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거죠. 우리 숨통을 조이는 거잖아요. 정말…….”

▲ 서혜영 씨 자매 투쟁 모습. ⓒ장애인신문DB
▲ 서혜영 씨 자매가 활동지원 24시간 보장을 촉구하며 투쟁하고 있는 모습. ⓒ장애인신문DB
서 씨 자매가 가장 걱정되는 것은 바로 경제적 부담이다. 24시간 도움이 필요한 근육병 환자의 특성상 가족들이 항상 옆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근육병 환자 가족들은 집을 비운 채 노동할 수 없다.

또한 활동보조지원서비스 자부담과 의료용품, 보조기구 구입비용 등 근육병 환자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대부분 비급여 품목 등이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상당하다. 그런데 호흡보조기가 자부담이 시행된다면 그 부담은 더욱 커진다.

뿐만 아니다. 한번 선택한 호흡보조기를 평생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매달 혹은 매년 근육병 환자는 호흡보조기 처방을 받을 수 있는 병원에 방문해 자신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호흡보조기를 다시 선택해야 한다.

아울러 호흡보조기 부품에 수리가 필요할 경우 짧게는 2일에서 길게는 한 달도 넘게 자신에게 맞는 부품을 공급 받아야 한다. 현행은 국고보조로 인해 호흡보조기를 지원하는 회사에서 수리 등 부품교체 비용 등을 부담하고 있다.

서 씨는 “이 같은 세부적인 문제들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지침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10% 자부담이 시행된다면 호흡보조기 이용 대상자의 경제적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복지부나 질병관리본부는 해당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채 자부담 10%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서 씨의 경우 지난 봄 미세먼지 등으로 인해 호흡기 질환인 폐렴이 발생해 2주 이상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이때 서 씨는 다행히 호흡보조기가 있어 일반병실을 이용했지만 여러 다른 치료와 약 값 등을 포함해 약 120만 원 정도를 썼다.

만약 서 씨보다 상태가 나쁜 사람이나 호흡보조기가 없는 사람이 중환자실을 이용했다면 2배 이상의 병원비가 소요되는 셈이다.

“비장애인들은 희귀난치성질환이라고 하면 뭐든지 다 지원받아서 무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비급여 항목들이 많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은 정말 상당해요. 당사자나 가족이 아닌 이상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부분들이죠. 그런데 정부는 단 한 번도 우리 이야기를 듣지 않았어요. 실제 호흡보조기를 사용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중요한 게 아닌가요? 사람 목숨을 돈으로 환산한 이 정책은 호흡보조기 이용 대상자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죠.”

지난 6월 복지부는 이번 계획과 관련해 간담회를 열었다. 서 씨는 ‘소통’이 아닌 ‘불통’의 간담회였다고 설명했다.

간담회 전 호흡보조기 판매 회사를 대상으로 호흡보조기 단가 등 현황 자료 등을 요청한 반면, 호흡보조기를 사용하고 있는 근육병 환자들에 대한 그 어떤 자료도 복지부는 요청한 적이 없었다.

이날 간담회는 ‘우리 이런 계획 실행할거니까 알고 있으면 됩니다’식의 일방적인 통보였다고 서 씨는 말했다.

이같이 호흡보조기를 사용하고 있는 당사자와 환자의 가족들의 상황은 전혀 파악되지 않은 채 정부는 호흡보조기 자부담 시행 계획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에 서 씨 자매가 운영하고 있는 자립생활센터를 비롯해 근육병 환자 관련 단체들은 ‘인공호흡기 사용 장애인 생존권 보장 공동대책 연대’를 결성해 집단 투쟁을 선포했다.

현재 연대는 온라인 서명운동(me2.do/5lUZBaKz) 등을 진행하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대로 계획이 시행된다면 자부담 비율이 계속 늘어날 수도 있다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자부담이 부담스러운 당사자들은 호흡보조기를 사용하지 않은 채 참고 참다가 최악의 상황이 오게 되겠죠. 그때는 누구에게 잘못을 따져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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