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지자체의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추가 지원에 대한 정부의 규제 규탄 기자회견 가져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촉구하는 청원서 제출은 경찰에 의해 무산돼

 “저는 활동지원 24시로 자립생활에 성공해 혼자 생활하고 있습니다. 활동지원 시간이 120시간밖에 안 됐을 땐 우리 가족은 지옥과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밤새 잠 잘 때도 자세를 바꿔줘야 해 어머니와 동생은 항상 잠이 부족하고 피로가 누적됐습니다. 피곤이 극에 달했을 땐 어머니와 동생을 깨워도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인공호흡기가 새거나 오작동 할 때에는 죽음의 공포가 엄습합니다. 119를 부른다 해도 최소 5분, 나는 항상 불안에 떨어야만 했습니다.
이제야 부모님도 드디어 무거운 짐을 조금이나마 덜게 돼 깊은 잠을 잘 수 있게 됐고, 우울증도 나아져 경제활동도 가능해졌습니다.
그런데 복지 과잉이라뇨?
우리 어머니와 동생은 나 하나 때문에 자신의 인생도 없이 모든 걸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요?
활동지원 24시로 사람도 만나고 친구도 만나고 서울도 가고 했는데. 창살 없는 감옥으로 저를 집어넣지 마세요.
제발 약자를 외면하지 마세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수급자 장익선 씨-

▲ 광주시에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을 보장 받고 있는 장익선 씨.
▲ 광주시에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을 보장 받고 있는 장익선 씨.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등 장애계가 10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하루 24시간 보장을 규제하는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의 행동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혼자서는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활동지원급여를 제공해,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가족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그 의미처럼 장애인의 사회활동을 지원함은 물론 신체활동 지원, 가사활동 지원, 사회활동 지원, 방문목욕, 방문간호 등 모든 생활에서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는 서비스들을 활동보조인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최중증의 장애가 있는 경우, 잠시라도 혼자 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위험상황이 많기 때문에 항상 활동보조인이 곁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행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지원 시간은 활동지원 등급 중 가장 높은 1등급의 경우 월 약 118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최중증장애인의 경우 하루 최대 약 13시간만을 지원 받을 수 있다.

지난해 6월 1일 숨을 거둔 故 오지석 씨. 그는 평소 근육병으로 인공호흡기를 쓰고 있었고, 20년가량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았다. 그는 4월 16일 활동보조인이 퇴근하고 어머니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인공호흡기가 빠지는 사고로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

故 오 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머니와 누나에게 연락하는 것뿐. 전화기 너머 인공호흡기에서 나는 비상경보음을 들은 오 씨의 누나가 119에 신고했지만, 결국 故 오 씨는 6월 1일 숨을 거두고 말았다.

당시 故 오 씨는 한 달에 정부 118시간, 서울시  100시간, 송파구 60시간을 합친 278시간을 받고 있었다. 이를 하루로 계산하면 약 9시간, 故 오 씨는 하루 9시간만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셈이었다.

故오 씨처럼 활동보조인의 부재로 인한 인명사고가 속출하자 몇몇 지자체는 의지를 갖고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전라남도, 경기도, 서울시 내 21곳의 지자체에서는 최중증장애인 등에게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추가 지원을 통해 24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특히 장익선 씨가 거주하고 있는 광주광역시의 경우, 윤장현 시장은 당선된 뒤 최중증의 장애가 있는 열 명에게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하루 24시간을 지원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지자체의 과도한 지원은 ‘부적정한 사례’?

하지만 복지부는 이러한 지자체의 추가 지원에 대해 썩 달갑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1월 26일~3월 13일까지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를 바탕으로 지자체의 복지사업 재정지원 실태에 대한 결과를 지난 7월 발표한바 있다.

감사원은 결과 발표를 통해 복지부와 사전 협의하지 않은 '과도한 복지'라는 이유로,지자체의 장애인활동지원과 기초연금 유사수당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3월 기준으로 광주시를 포함한 지자체 21곳에서 시행하고 있는 최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 24시간 지원사업에 대해 ‘복지부 제공 시간인 하루 13시간 외의 지자체가 추가로 지원하는 서비스 지원은 부적절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또한, 활동지원서비스 추가 지원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중증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하루 24시간 지원했을 경우, 한 명당 1억 원 이상의 예산이 지출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말고도 다른 서비스를 통해 지원할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중증장애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화재·가스 등 응급사고 발생 시 응급안전서비스를 제공해 생활위험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고, 지역사회기반의 상시 보호체계인 ‘응급안전서비스’나 주·야간보호, 단기보호 등을 통해 현재 부족한 활동지원서비스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자기결정권을 갖고 다양한 방식으로 사는 사람에게 근본적인 생존권 보장이 될 순 없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는 “가스, 화재 등의 재난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사후대처 서비스 성격이 짙은 응급안전서비스는 상시보호가 필요한 중증장애가 있는 사람의 24시간 지원사업과는 유사 사업이라 볼 이유가 없다.”며 “주·야간보호, 단기보호 등 상시보호 체계를 준비한다고 하나, 이는 시설 보호정책과 다를바 없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와는 전면적으로 다른 양상을 띤다.”고 비판했다.

장애계는 ‘복지부에서 지원하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하루 24시간 보조가 필요한 최중증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54%의 시간만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질타하고 있다.

또 정부가 책임지지 않고 있는 나머지 시간 11시간을 지방정부의 재정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은 결코 중복 지원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규제 철회와 정부 차원의 24시간 보장을 촉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청원서를 청와대 민원실에 제출하려했으나, 경찰 측은 기자회견을 마치기도 전에 이동경로를 전부 차단해 장애계의 청원서 제출을 막았다.

경찰과 장애계는 약 한 시간 반 가량 대치 했고, 결국 장애계는 청원서 제출을 하지 못한 채 오후 4시경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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