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도 없는 중증장애인 “우리는 모두 전태일이다”
‘최저임금’도 없는 중증장애인 “우리는 모두 전태일이다”
  • 황현희 기자
  • 승인 2017.12.1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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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에서 3대 노동권 쟁취 위한 농성 22일차 접어들어… 전태일재단, 민주노총 등 투쟁 지지 밝혀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2일 평화시장 앞 전태일 다리에서 ‘우리는 모두 전태일이다-노동·시민사회단체 중증 장애인 노동권 농성 투쟁지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2일 평화시장 앞 전태일 다리에서 ‘우리는 모두 전태일이다-노동·시민사회단체 중증 장애인 노동권 농성 투쟁지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1970년 11월 평화시장 앞에서 강도 높은 노동과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 저임금을 받으며 열악한 노동을 해야 했던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를 외치며 분신 자살했던 전태일.

47년이 지난 현재, 전태일이 분신했던 장소에 장애계와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노동권 보장’을 외쳤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등은 12일 평화시장 앞 전태일 다리에서 ‘우리는 모두 전태일이다-노동·시민사회단체 중증 장애인 노동권 농성 투쟁지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전태일 동상 앞에 장애인 노동권 3대 요구안이 담긴 팻말이 놓여있다.
▲ 전태일 동상 앞에 장애인 노동권 3대 요구안이 담긴 팻말이 놓여있다.

전장연은 지난 11월 21일부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에서 노동권 3대 요구 쟁취를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이 요구하는 3대 정책 요구안은 ▲중증 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 개 보장 ▲최저임금법 ‘중증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 삭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개혁 등이다.

헌법 제32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경제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해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한국은 최저임금법을 제정, 근로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법 제7조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는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며, 중증 장애인을 최저임금에서 제외하고 있다.

최저임금 제외 조항이 지난 2005년 140명에 적용되기 시작해, 지난해는 8,108명으로 확대됐다. 8,108명의 장애인 노동자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으며 노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조항은 지난 2014년 UN장애인권리위원회로부터 ‘삭제’ 권고를 받은 바 있다.

전장연 박경석 공동상임대표는 “생산성 기준·비장애인 중심으로 근로환경 만들어 놓고, 장애인은 근로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노동환경에서 배제시키고 있다.”며 “최저임금 제외 조항으로 장애인은 보호 작업장에서 하루 8시간 일해도 겨우 5만 원 받는다. 그들은 헌법에 명시된 근로의 의무와 권리 조차 무시하고 대한민국은 ‘보호’라는 이름으로 제외시켰다.”고 전했다.

이에 전장연은 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노동’이 비장애인 중심의 ‘생산성’ 개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노동할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동료상담, 권익옹호활동, 차별상담, 인권교육강사 등 공공일자리 1만 개 창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즉 중증 장애인 공공일자리는 중증 장애인의 특성과 요구에 맞게 특성화된 새로운 일자리로, 기존의 공무원이 아니라 비영리민간기관이나 공공기관 등에서 중증 장애인의 권리를 실현하고 공익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노동’을 말한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진철 조직국장은 “문재인 정부는 공공일자리 81만 개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한국에 살고 있는 장애인은 전체 인구의 약 5%다. 산술적으로 81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면 장애인 몫은 4만 개(5%)가 돼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고작 1만 개를 요구한다. 이 요구가 과한 것인가? 최소한의 요구조차 반영되지 않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장애계의 노동권 확보 투쟁에 노동·시민사회단체도 연대의 힘을 보탰다.

▲ 전태일재단 박계현 사무총장.
▲ 전태일재단 박계현 사무총장.

전태일재단 박계현 사무총장은 “전태일 동지는 노동의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특히 ‘시다(13세~16세 어린 소녀들로 극심한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애썼다.”며 “전태일 동지가 분신하며 외친 근로기준법 준수는 단순히 법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고, 그렇게 살고자 하는 바람이었다.”며 “즉, 장애가 있다고 해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외친 것이다. 그러나 47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장애인 차별은 계속되고 그들은 노동에서 배제되고 억압 받았다. 전태일 재단은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이 사라지고, 노동이 존중되며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될 때까지 함께 할 것을 다짐한다.”고 지지를 보냈다.

이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이상진 부위원장은 “전체 노동자 중 절반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하루하루를 살아내기 힘들다며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장애인은 노동권 조차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그동안 장애인 동지들은 인권활동가, 자립생활센터 동료 상담 등 많은 활동을 했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노동을 모두 국가가 책임진다. 즉, 장애인 동지들은 공공부문이 해야 할 수많은 일들을 대신 해온 것이다. 차별 방지하고, 노동을 확장시킬 의무가 있는 국가는 여전히 적극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우리 민주노총은 일자리 위원회에서 장애인 노동권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1만 개 일자리 창출을 분명히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장연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이 쓰인 종이를 불에 태우며 노동권 확보를 위한 그들의 확고한 의지를 전달했다.

▲ 불에 타 사라지고 있는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
▲ 활동가들은 전태일 동상 앞에서, 중증 장애인 노동권 보장에 걸림돌이 되는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이 쓰인 종이를 불에 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