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장애인 근로자 “여전히 일하기 힘들어요”
뇌병변장애인 근로자 “여전히 일하기 힘들어요”
  • 손자희 기자
  • 승인 2018.07.0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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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권 보장 또한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자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
뇌병변장애인 고용률은 전체 장애인 고용률 1/3에도 못 미쳐

“학교를 나와서는 선택할 수 없이 '인권단체'에 들어갔다. 당장 돈을 벌어야 했고, 오라는 곳은 그 곳밖에 없었다. 거의 매일 야근을 했고, 업무강도가 꽤 높았다. 안정된 정규직은 처음이었고 일을 시작한지  5년 즈음 됐을 때 허리와 목이 아프기 시작해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병원비 등 돈을 마련해야 했기에 어쨌든 노동시장에 다시 들어가야 했고, 아르바이트 등 닥치는대로 일을 해야만 했다.

업무가 많을 때는 운동할 시간도 없어 몸이 상당히 안 좋아진다. 장애인이 노동을 제대로 하려면 여러 가지 보장구가 필요하지만 현재의 노동환경에서는 그런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

과외, 인권단체활동가, 도서관 사서보조를 거쳐 지금은 프리랜서로 원고를 수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뇌병변장애인 이희연 씨의 경험이다. 

이 씨가 언급한 바와 같이, 뇌병변장애인들이 힘들게 노동시장으로 진입을 해도 직업생활을 유지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미흡한 장애인의 이동권과 열악한 편의시설, 임금 차별, 동료들과의 문제 등의 어려움을 이유로 꼽았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이 실시한 2017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5월 기준 뇌병변장애인의 고용률은 11.6%로 전체 장애인의 고용률 36.5%의 1/3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각종 노동차별을 뚫고 노동현장에 진입한 뇌병변장애인의 현실을 파악하기 위한 논의 자리가 마련됐다.

새벽지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중증장애인 노동실현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중증장애인 노동실태파악 및 대안모색 연구’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16년 뇌병변장애인 실태조사와 2017년 질적조사 등으로 2년에 걸쳐 이뤄졌다.

뇌병변장애인 노동실현과 자립생활 토론회 발표자들. (왼쪽부터, 인터뷰 참여자 이희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처장,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 서기현 소장, 비마이너 김도현 발행인,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김용탁 연구위원)
뇌병변장애인 노동실현과 자립생활 토론회 발표자들.

편의시설 불편, 눈치 보여 요구조차 못해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직장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점은 근무조건보다 '취업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뇌병변장애인들이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이 매우 어렵다는 것으로, 어렵게 드러간 직장에서도 불편은 이어지고 있었다.

근무지에서의 장애인편의시설에 대해서는 38%가 불편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불이익이 생길까봐’, ‘사업주가 거절할 것 같아서’, ‘담당자와의 면담이 부담스러워서’ 등의 이유로 장애인편의시설을 요구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근무지까지 가는 데에도 많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장애인 근로자들은 절반이 넘는 60%가 대중교통을 이용했지만, 혼잡한 출근시간을 피해 일찍 출근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장애인 콜택시가 있지만 불규칙한 배차와 퇴근 시에는 예약제가 적용되지 않아 이용이 쉽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답변이다.

가장 괴로운 것은 비장애인 직원들과의 갈등... 직장 내 차별도 만연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 서기현 소장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 서기현 소장

장애인 근로자가 직장 내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요인으로는 ‘대인관계 문제’를 꼽혔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 서기현 소장은 “20대 중후반 일반 기업에서 일했던 시기가 어렵고 힘든 기간이었다.”며 “활동보조인이나 자원봉사자 조차 없어 힘들기도 했지만 정작 가장 괴로웠던 것은 비장애인 직원들과의 갈등이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오는 직장 내 동료들과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조사 참여자 중에서는 장애로 인해 통증 등으로 병가나 조퇴를 사용하려 해도 동료나 상사들의 장애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몸 관리를 못한다는 질책'을 당하기도 했으며, 근무평가에서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다.

2016년 조사결과에 의하면, 직장 내 일방적 해고통지를 받은 경험도 20%나 됐다. 

장애인근로지원인제도를 이용하는 지에 대한 질문에는 82%가 이용하지 않고 있다고 대답했다. 옆에서 업무지원 하는 것이 불편한 경우도 있었지만, 직장 내 입지가 좁아지는 것을 염려해 신청하지 않고 있었다. 또한, 활동지원을 신청할 경우 장애 재판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등급하락을 우려해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처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처장

이에 대해 장애인근로자들은 노동권 개선과 자립생활 유지를 위해 ▲인턴제 고용 활성화 통한 동등한 취업 기회 부여 ▲장애인 교육기회 확대 ▲장애인 의무고용률 준수와 근무직종 확대 ▲동일업무 동일임금 적용 ▲장애인 노동의 질 확보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더불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처장은 “장애에 대한 편견 제거와 장애계 단체 등 한정적인 근무처에서 벗어나 일반기업에서도 많이 근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김용탁 연구위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김용탁 연구위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김용탁 연구위원은 “질적으로 보장된 장애인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2018년 5월 29일부터 법정 의무교육으로 강화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의무화’에 대해 장애 유형 특성에 맞는 정보를 제공해 정보접근성 즉, 정보의 배리어프리를 실현해야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 날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사업팀 조재범 활동가는 추가질문을 하는 자리에서 “토론회장에 책임있는 답을 줄 수 있는 분들이 오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며 “구직할 때에 누구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 시골에 직업훈련교육을 2년씩 받고 와도 그 이후 어떤 직업에 대한 보장을 받지 못해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