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유형 고려 없는 평가도구… “심지어 장애유형간 갈등만 부추겨”

지난 3일 보건복지부는 장애등급제 폐지 관련 장애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토론회를 마련했다.
지난 3일 보건복지부는 장애등급제 폐지 관련 장애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토론회를 마련했다.

내년 7월 장애등급제 폐지가 시행됨에 따라 돌봄지원 필요도 평가가 마련됐지만, 기존 장애등급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날선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지난달 23일 장애등급제를 폐지함과 동시에 ▲활동지원서비스 ▲응급안전서비스 ▲장애인거주시설이용 ▲보조기기 교부 등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통해 수급 자격과 급여량을 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에는 △기초상담 △복지욕구 △돌봄지원 필요도 평가 등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점수를 부여하는 돌봄지원 필요도 평가에 대해  '또 다시 하나의 평가도구로 서비스를 지원하겠다'는 것은 또 다른 장애등급제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3일 복지부는 장애계의 의견을 듣고자 서울시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35개의 장애계 단체와 토론을 가졌다.

돌봄지원 필요도 평가. ⓒ보건복지부
돌봄지원 필요도 평가. ⓒ보건복지부

복지부의 돌봄지원 필요도 평가는 ▲기능제한 ▲사회활동 ▲가구환경으로 나뉜다. 기능제한은 옷 갈아입기, 목욕하기, 옮겨앉기와 같은 △일상생활 동작과 전화 사용, 청소, 빨래하기와 같은 △수단적 일상생활동작으로 다시 나뉜다.

기능제한 항목은 평가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29개 문항, 최대 532점), 신체기능에만 치우쳐 있어 시각·청각·정신장애인 대부분은 점수가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홍순봉 상임대표는 “모든 장애유형을 하나의 평가 도구로 판단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복지부는 장애인 당사자의 욕구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종합조사를 내놨지만, 이는 장애등급제와 다를 바 없다.”고 질타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돌봄지원 필요도 평가에 대해 비판하며, 팻말을 들고 의견을 전하고 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돌봄지원 필요도 평가에 대해 비판하며, 팻말을 들고 의견을 전하고 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영일 부회장 또한 “개인별 맞춤서비스를 다양한 장애유형에 맞게 제공해야 하는데, 동일한 문항, 하나의 평가도구로 판단할 수 있느냐.”고 반발했다.

홍 상임대표는 “뿐만 아니라 돌봄지원 필요도 평가를 시각장애인 또는 청각장애인에게 모의 진행한 결과, 등급이 하락돼 서비스가 줄었다.”며 “이것은 장애등급제 폐지가 아닌 등급이 새로 생기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 관계자는 “정신장애인은 사회활동에 큰 제약을 받는데, 이에 해당하는 항목은 사회활동(직장생활, 학교생활) 두 개 문항 뿐.”이라며 “복지부의 돌봄지원 평가로 따진다면 정신장애인은 서비스를 지원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애계는 등급이 아닌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외치며 장애등급제 폐지를 주장했지만, 정작 복지부가 들고 나온 돌봄지원 필요도 평가 내용은 명목과 달리 또다시 차별과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같은 비판에 복지부 '장애유형간 갈등 유발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15가지 장애유형별로 평가도구를 만들어 판단한다면, (예산 배정에 따른) 형평성 등의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장애인정책과 이상진 과장과 김현준 국장은 “충족을 최대한 시키고 불이익을 최소하 시키는 방안으로 고민하고 있다. 장애계 단체와 꾸준히 논의하고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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