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정책실 배병준 실장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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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이 발표되고 청와대가 직접 당사자와 부모를 초청하면서 환영과 주목을 받았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의 꾸준한 외침으로 민관협의체가 꾸려졌고, 이번 발표는 그 결과물이었다. 그럼에도 그동안 정책 불이행 또는 미이행 곁에는 늘 ‘예산 부족’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걱정과 우려는 여전하다.

이에 웰페어뉴스는 종합대책 수립 실무 총괄과 발달장애인정책실무협의체 책임을 맡고 있는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정책실 배병준 실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발표하게 된 가장 큰 계기·배경은 무엇인가.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될 때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국회에서 관심을 갖고 통과를 위해 노력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발달장애인법은 수립됐지만 구체화 된 정책으로 개발되거나, 예산이 수반되는 노력은 상당히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이번에는 교육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측 모두 예산이 따르는 다양한 서비스로 확대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고, 함께 참여하고 협조했다. 앞으로 후속조치와 새로운 정책 개발·발굴을 위해서 발달장애인정책실무협의체를 구성·합의했다. 관계부처와 긴밀하게 소통하겠다.

현재 등록 발달장애인 수는 약 22만 명, 그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보인다.

그동안 학령기 방과후와 방학기간 서비스 부재, 성인기 서비스 제공 기관 부족으로 일어나는 문제를 봤다. 특히 중증 발달장애인 돌봄의 어려움부터 심지어는 자살에 이르는 소식도 접했다. 장애인정책국과 함께 조사·연구하기 시작했는데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전체 장애인 33%, 지적장애인 78.9%, 자폐성장애인 98.5% ▲부모의 도움을 받는 비율 전체 장애인 21%, 지적장애 73%, 자폐성장애 98.5%)에서도 알 수 있듯 큰 고통을 받고 있다.

경제에서도 장애로 인한 월 추가비용이 전체 장애인은 17만 원 정도인데 지적장애인은 28만7,000원, 자폐성장애인은 60만 원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소득 보장, 사회서비스 사각지대 해소 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11일 초청 및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사회가 이분들의 아픔에 얼마나 다가가려고 노력했는지 부끄럽다’고 이야기한 것처럼, 범정부적으로 나서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지난 5월 5일 대통령이 발달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대책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지시했고, 그에 따라 범정부 대책 수립 지시를 받았다. 이에 거점병원, 평생교육센터, 장애계 등과 각 부처 직원을 만나면서 대책을 수립했다. 수립 과정에서 예산 당국의 적극 지원이 있었다. 미흡하지만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린다.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 발달장애인 통계. ⓒ보건복지부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 발달장애인 통계. ⓒ보건복지부

▶ 이번 종합대책에서 가장 주력한 부분은 무엇인가.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방과후와 방학, 성인기에 도래했을 때 당사자뿐만이 아니고 그 부모도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현장에서 봤다. 장애인활동지원이 있지만 최중증 발달장애인에게는 우선 (기존) 프로그램 자체가 적절하지 않고, 주간활동서비스를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2022년까지 최중증 발달장애인 1만7,000명에 대한 주간활동서비스를 전면 확대하는 방침을 세웠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도 의미 있게 생각한다.

현장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토대로 방과후 돌봄서비스 바우처를 신설했다. 학교가 부모가 퇴근할 때가지 문을 여는 게 아니기 때문에, 미흡하지만 두 시간 정도 비어있는 시간동안 적절하게 돌봐줄 서비스를 만든 것이다.

다음은 발달장애인 거점병원이다. 한 대학교병원을 갔는데 발달장애인은 일반 의료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사를 굉장히 두려워한다던지, 안정을 요하는 상태에서 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발달장애인 거점병원은 2개소에 불과해 권역별로 확충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검진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장애인검진기관을 2022년까지 100개소로 늘리는 것을 대책에 담았다.

특히 발달장애를 조기진단은 성인기 도전적 행동 등이 줄어드는 데 영향을, 경계성의 경우 비장애어린이와 같이 사회생활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어 대책에 담았다.

▶ 주간활동서비스의 경우 대상이 너무 적다 등의 지적이 있다(웰페어뉴스 ‘환영’으로 시작한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환상 아닌 ‘현실화’ 내야 참조). 예산을 따질 수밖에 없겠지만 보건복지부의 계획 또는 입장을 듣고 싶다.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 배병준 실장.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 배병준 실장.

우리나라 사회복지지출이 GDP(국내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4% 정도 된다. OECD 국가들은 21.5% 정도다. 조세와 사회보장부담률을 합한 국민부담률이 26% 정도인데, 선진국은 35% 정도다.

국민부담 대비 복지로 받는 비중이 우리나라는 4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국민이 조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을 합쳐 1년에 만 원을 지불했다면, 4,000원 정도를 복지혜택으로 받는다는 이야기다. OECD 국가들은 평균 부담 수준이 높지만 지출도 높기 때문에 대략 61%대다. 만 원을 부담하면 6,100원을 복지혜택으로 받는다. 우리나라보다 20%p 가량 더 많은 복지혜택을 받는 셈이다.

이 20%p가 바로 우리사회가 갖고 있는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세계11위 경제대국이고 올해 국민소득 3만 불로 진입하게 되지만, 복지는 그렇지 못하다. 노인빈곤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고,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복지 수준도 그렇게 높은 수준이 아니다. 또 비수급 빈곤층, 소득이나 재산은 기초생활수급에 해당되지만 생계급여나 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수가 93만 명이다. 이런 모든 문제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복지지출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이번 정부에서는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100대 국정과제 아래 포용적 복지국가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런 측면의 일환으로 국회에 제출된 내년 보건복지예산이 14.6% 증액됐다. 63조2,000억 원에서 72조4,000억 원, 고용노동부 등을 포함한 보건복지 고용은 144조6,000억 원에서 162조2,000억 원으로 11.2%가 증액됐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예산은 2조2,000억 원에서 2조7,000억 원으로 23%가 증액됐다.

발달장애인 예산은 보건복지부 예산이 85억 원에서 346억 원으로 300%가 증액됐고, 고용노동부와 교육부 포함 400억 원대에서 1,200억 원대로 300% 증액됐다. 대통령이 이야기한 것처럼 이번 종합대책은 출발이고, 재임 중에 좀 더 번듯한 종합대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제약된 예산 범위 안에서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부모의 제안을 충분히 검토했다. 우선순위에 새로운 사업을 반영했고, 이는 2022년까지 예산계획을 모두 확정한 것이다. 따라서 ‘돈이 없다’는 이유로 중단 될 일은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번에 발달장애인에 특화된 예산이 내년 1,200억 원으로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올해 기준 일반 전체 장애인예산 가운데 1조 원을 발달장애인 예산으로 배분한 데에다가 새로 추가한 사업들이 결합된 것이다. 정부가 사각지대에 대한 보완 정책으로 서비스의 총량과 질을 확대한 것이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작은집을 지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생애주기별 지원서비스 현황. ⓒ보건복지부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생애주기별 지원서비스 현황. ⓒ보건복지부

▶ 종합대책의 주력 서비스 외 사례 발굴 또는 새로운 모형 개발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지금 발달장애인 정책의 완성은 이번에 발표한 종합대책이 아니고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커뮤니티 케어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인거주시설에 입소해 있는 발달장애인 또 중증장애인이 탈시설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거주시설 서비스 수준이 낮기 때문에 연구하는 게 아니라 인권 측면에서 ‘본인이 원하는 일상생활을 영위하겠다’는 것이다. 수많은 다른 나라에서는 대규모 시설에 입소시켜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30명 이상 장애인거주시설은 더 이상 설치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탈시설-자립생활의 출발은 적절한 지원주택이라고 본다. 국토교통부, LH공사와 지원주택 확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비슷한 사례로 위례·분당 같은 지역에 노인실버주택, 공공임대아파트단지에 노인이 입주하면 1~2층에 사회복지관 같은 것을 배치해서 커뮤니티생활과 보건복지 케어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모형이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의 경우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전문가들과 이야기해보니 탈시설 했을 때 정원 15명 안팎, 인력 3~4명으로 구성된 지원주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인 1실이나 2인 1실의 생활공간을 확보하고, 소통과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공간과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위치 또한 도시의 외곽에 동떨어진 게 아니라 보건소, 국·공립병원, 재활의료기관 등 인근에 위치한 자리여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지원주택에 보건복지서비스가 제공되는 대규모 기관을 붙이는 게 쉬운 건 아니기 때문에, 관련 기반이 구축돼 있는 지역 인근에 배치하는 방향으로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을 펼치는 게 좋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런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일상생활로 돌아기기 위해서는 자립정착금 같은 것도 필요하고,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쓸 수 없었던 활동지원도 필요로 하게 된다. 활동지원 예산이 내년 30% 이상 증액됐지만 부족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우선 전국 장애인거주시설 3만 명 가운데 발달장애인 2만4,000명, 또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지역사회에서 이웃들과 어울려 살길 원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경우도 커뮤니티 케어를 완성하는 데 30년이 걸렸다. 당장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1단계로 장애인거주시설 자체에서 지원주택 등으로 기능 전환을 할 수 있도록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 A라는 장애인거주시설이 다섯 개의 소규모 지원주택으로 분화한다면 A를 운영하는 사람의 재산 대체도 가능해야 하고, 인력의 고용 승계도 가능해야 한다. 장애인거주시설에 많은 전문 인력이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전문성과 경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장애계, 장애인거주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계와의 협의가 필수다. 또 특별한 특례조항 신설 등 법상 지원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 시간이 좀 걸리는 작업이다.

아울러 시설 안에서 생계급여에 대한 당사자의 통제권 확보, 일상생활에 대한 자율성 확보, 바깥에서 경제활동 할 수 있는 공간도 늘어나야 할 것 같다.

그런 단계를 거쳐서 완전한 탈시설로 갈 수 있다고 본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탈시설 했을 때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민관협의체를 가동하고 있다. 연말까지 열심히 의견을 모아서 좋은 방안을 도출하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

지난해 8월 25일 ‘장애등급제, 부야의무자 기준, 수용시설 폐지’를 외치며 5년간 진행된 광화문농성장에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방문해 간담회를 갖고 장애인 등급제·수용시설 폐지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위한 두 개의 위원회 구성을 약속했다. 사진은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박능후 장관(왼쪽)과 배병준 실장(왼쪽에서 두 번째). ⓒ웰페어뉴스DB
지난해 8월 25일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자 기준, 수용시설 폐지’를 외치며 5년간 진행된 광화문농성장에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방문해 간담회를 갖고 장애인 등급제·수용시설 폐지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위한 두 개의 위원회 구성을 약속했다. 사진은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박능후 장관(왼쪽)과 배병준 실장(왼쪽에서 두 번째). ⓒ웰페어뉴스DB

▶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에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가 빠졌다는 지적도 있다. 앞으로 많은 과제에 대한 논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에 대한 생각 또는 계획이 있다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한국장애인부모회, 한국자폐인사랑협회, 한국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등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는 상태다. 부모가 아닌 당사자의 목소리는 또 다른 측면에서 봐야 한다. 특수학교에서 받는 교육의 질, 직업훈련에 대한 적절성, 직업훈련이 소득활동으로 충분히 이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평가, 주간활동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등이다.

주간활동서비스, 방과후 돌봄서비스, 맞춤형 직업훈련, 근로지원인 등 발달장애인 당사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정책이 어느 정도는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실행하는 과정에서 반영하도록 하겠다.

▶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이라고는 하지만, 복지의 문제는 모두 연결돼 있다. 결국 ‘보편적 복지’ 실현이 최종일 것이다. 이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입장을 밝혀 달라.

장애계에서 장애등급제 폐지, 장애인연금 지급대상의 확대,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 관련 요구가 굉장하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장애계와 전문가를 포함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서 함께 가고 있다. 예산의 제약이 있어서 원하는 수준만큼 일시에 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또 커뮤니티 케어 추진 본부장을 겸직하고 있는데 어려운 과제 가운데 하나다. 노인, 장애인 등이 지역사회에서 이웃과 어울려서 살아가면서 필요로 하는 보건·의료, 요양·돌봄, 주거 관련 기반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기존 사회복지서비스정책 발전 과정에서 보면 새로운 패러다임이기 때문에 정책 수단과 기반이 많이 필요하다.

또 비수급빈곤층을 대폭 줄이고, 노인빈곤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소득보장체계를 개선·보완해 나가는 것이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함께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제도의 발전, 개선·보완, 이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한 핵심이다.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존엄성을 보장 받으면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정책 수단이 맞물려 돌아가야 실현 가능한 부분이다.

사회복지 공무원 등과 같은 인력을 살펴보면 2022년까지 1만5,000명 늘리도록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어떤 분야에 몇 명의 인력을 배치해 중앙의 모든 정책이 가장 잘 집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거시적인 것은 결국 ‘포용적 복지국가정책’인 것 같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 산하 전문위원회에 장애계 대표, 전문가와 상시 협의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했다.

민관협의체를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 화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공식자리가 열렸다. 함께 고민하고 길을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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