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앞둔 자들에게 ‘시한부 선고’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앞둔 자들에게 ‘시한부 선고’
  • 최지희 기자
  • 승인 2019.08.14 2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령 제한에 따른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전환… 장애계 ‘죽으라는 말과 다름 없다’ 단식농성

평균 수명이 길어지며 이른바 ‘100세 시대’,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누군가는 만 65세에 가까워지는 시간을 ‘시한부’라고 표현한다.

바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는 중증 장애인이다.

만 65세가 되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수급심사를 받아야 하고, 장기요양 등급이 나오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아닌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받기 때문이다. 만 65세 생일이 있는 달까지만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장애계가 생존권을 외치며 투쟁 끝에 이뤄낸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였지만, 지금의 제도는 그 의의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당시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시행시 신청 자격을 만 6세~만 65세로 연령에 제한을 뒀다. 뿐만 아니라 장애등급과 턱없이 높은 서비스 제공 판정기준, 하루 24시간을 보장하지 못하는 급여(시간)도 문제였다. 2008년부터는 신청 제외 대상으로 ‘노인장기요양급여 등 동일한 또는 유사한 재가서비스를 받고 있는 자’를 규정했고, 2009년에는 만 65세 도래시 해당 연말이 아닌 생일인 달까지만 지원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장애계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장애등급과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부족한 급여로, 또는 만 65세여서 중단됨에 따라 목숨을 잃는 사건이 잇따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를 점거하는 등 장애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2011년 정부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지침에 ‘활동지원 수급자가 만 65세가 도래했으나 장애특성상 활동지원급여가 적절하다고 판단해 활동지원급여를 계속 희망하는 경우’를 포함 시켰다.

그러나 이는 2012년까지만 적용된 채 2013년 ‘노인장기요양 등급 외 판정을 받은 경우’만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신청 자격을 주도록 했다.

그렇다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중증 장애인이 노인장기요양 등급 외 판정을 받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옷 갈아입기, 목욕하기, 식사하기, 자세 바꾸기, 옮겨 앉기, 걷기, 화장실 사용하기 등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와 노인장기요양서비스 판정 기준 항목 대부분이 비슷하다. 다시 말해 노인장기요양 등급 외 판정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이야기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에서 노인장기요양서비스로 넘어갈 경우 ‘자립생활 지원’에서 ‘일상생활 지원’으로 목적과 성질이 달라진다는 것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급여가 대폭 줄어든다는 점이다. 급여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경우 월 최소 60시간~최대 480시간, 노인장기요양서비스는 최소 63시간~최대 108시간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추가 급여를 받아 하루 24시간 가까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는 최중증 장애인이라면, 노인장기요양서비스는 절망과 두려움 그자체가 된다.

남은 시간은 47일, 그리고 147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4일 서울특별시 충청로 국민연금공단이 있는 건물 1층을 기습 점거하고, 단식 농성에 들어갈 것을 선포했다. 이날은 같은 건물 11층에 자리한 사회보장위원회를 상대로 ‘예산 반영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진행한지 45일째 되는 날이기도 했다.

이번 단식농성은 동조 단식 참여 등으로 이어진다.

단식농성을 시작하는 사람은 송용헌 씨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명애 상임공동대표다. 이들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각각 47일과 147일 밖에 남지 않았다.

서울시 송파구에 살고 있는 송용헌 씨는 지난 10일 생일을 맞아 만 65세가 됐다. 지방자치단체 추가 지원을 포함해 월 850시간, 거의 하루 24시간을 이용하고 있는 그에게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전환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국민연금공단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을 직접 찾아가기도 하고 보건복지부 등에 연락도 해봤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고작 ‘9월 말까지’ 뿐이었다.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살았던 송 씨에게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자립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자 자립생활 그 자체였다.

송 씨는 “자립한지 8년 조금 넘었다. 어느날 갑자기 국민연금공단에서 전화가 왔다. 만 65세가 됐으니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신청하라고 했다. 국민연금공단 송파지부를 찾아 하루씩 단식투쟁도 했다. 보건복지부에 전화해 ‘노인장기요양서비스로 하루 4시간 받고 죽으란 말입니까?’라고 물었더니 ‘그렇습니다’ 했다. 다들 아무 권한이 없다고만 했다.”고 비참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국회에 가서도 (투쟁) 할 것이다. (만 65세여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로 머물고 있다고 알고 있다.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받으라는 것은 죽으라는 이야기다. 장애인거주시설이 어떤 곳인지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그곳으로 가느니 여기서 죽겠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송용헌(오른쪽) 씨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명애 상임공동대표.
송용헌(오른쪽) 씨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명애 상임공동대표.

박명애 상임공동대표는 발언하던 가운데 끝내 눈물을 보였다. 그는 2006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제도화를 촉구하던 현장에도 있었다. 그리고 그해 단식투쟁으로 생긴 당뇨병으로 현재 약을 먹고 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두 살 때 소아마비로 장애인이 됐다. 제때 학교에 가지도 못했다가 47세가 되고 장애인야간학교에 다니면서 사회의 불합리함을 깨달았고, 내 장애가 어머니의 업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두고 투쟁할 때 악착 같이 싸웠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삭발하고 길바닥에 내팽겨쳐져도 힘들지 않았고 부끄럽지 않았다. 그 전까지 내가 결정하는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23일 동안 단식하고 최대 180시간이란 합의를 이뤘을 때, 부족하지만 그래도 좋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어머니께서 마음 편하게 눈 감고 가실 수 있게, 안 계셔도 살 수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다. 또 내 자녀들에게도 짐이 아닌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동지들이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나와 옆에서 서로의 얼굴을 보며 살 수 있는 제도.”라며 “인간답게 살아가려고 하는 가운데 ‘장애인거주시설에 가라’, ‘요양원에 가서 누워라’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 내가 꼼짝 못하고 누워야 하는 그날까지 내 삶은 내가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살아야 한다. 여기서 절대로 나갈 수 없다.”고 결의를 다졌다.

나이로 인한 노인장기요양 전환 ‘절반’가량

보건복지부의 최근 5년간 만 65세가 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수급자와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전환 현황을 살펴보면 ▲2014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수급자는 774명, 이 가운데 노인장기요양서비스로 전환된 수는 417명 ▲2015년 737명 가운데 377명 ▲2016년 708명 가운데 353명 ▲2017년 1,079명 가운데 480명 ▲2018년 1,025명 가운데 363명이다.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회장은 “이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시행 이후 우리는 애타게, 정부를 향해 계속 애원했다. ‘차라리 만 65세가 되고 노인장기요양서비스로 넘어가서 장애가 없어지면 정말 좋겠다’, ‘그 방법을 알려 달라’고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노인장기요양 급여 판정에서 탈락하면 되지 않나’였다. 피눈물이 난다. 10년 넘게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시행하며 이 지경까지 만든 것을 놔둘 수 없다.”고 규탄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준우 공동대표 또한 “이 땅의 많은 만 65세 중증 장애인이 장애인거주시설에 가지 않도록,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받다가 죽지 않도록 지켰으면 좋겠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부족해서, 활동지원사가 없어서, 가난해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주변에 많은 동지들이 우리의 곁에서 없어졌다. 더 이상 곁에 있는 동지를 잃고 싶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