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65세가 두렵다” 장애인활동지원 연령제한 폐지 요구
“만 65세가 두렵다” 장애인활동지원 연령제한 폐지 요구
  • 박성용 기자
  • 승인 2020.02.10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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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긴급구제 요청에 인권위 “받아들이기 어렵다”
전장연, 인권위 전면위원회 회의 맞춰 긴급구제 시정결정 촉구
10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위치한 나라키움 저동빌딩 1층에서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10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위치한 나라키움 저동빌딩 1층에서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중증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참여를 지원해 삶의 질을 증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다만 만 65세 이상이 되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전환되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자립생활에 중점을 둔 지원은 요양과 보호 위주의 지원으로 서비스 목적이 변경되고, 서비스 시간마저 대폭 하락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를 비롯한 장애계는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폐지’를 정부와 국회 등에 촉구해 왔고,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도 긴급 구제 진정 등을 진행해 왔다.

발언 중인 장애인 당사자 권오태 씨
발언 중인 장애인 당사자 권오태 씨

10일 전장연은 인권위 전원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긴급구제 시정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활동지원서비스에서 장기요양보험으로 전환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가 나왔다.

장애인 당사자 권오태 씨는 “만 65세 전까지 활동지원을 받아 좋아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자서전을 출간했다. 내가 쓴 자서전을 국립재활원에 기증해 척수환자들에게 나 같은 사람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이어 “하지만 만 65세가 넘어가면서 내게 주어진 시간은 장기요양 서비스는 4시간에 불과했다. 일주일에 3번씩 병원에 가서 음식물을 잘 삼킬 수 있도록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이 일을 집사람 혼자 감당하기에 힘든 실정이다. 지금은 집사람이 직장을 관두고 전쟁처럼 살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권위 “활동지원 중단, 긴급 지원 마련해야”… 4개월 뒤 “긴급구제 받아들이기 어려워”
인권위의 달라진 결정에 장애계 “장애인의 삶을 위기에 빠트리고 있다”

지난해 9월 4일 만 65세가 된 중증 장애인 4명이 활동지원 중단으로 일상생활 유지가 어려워졌다며 서울시와 부산시를 피진정인으로 하는 긴급구제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이어 9월 25일 인권위 상임위원회는 긴급구제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결정하고, 서울시와 부산시에 ‘활동지원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에 대한 긴급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몇 달 뒤인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 자리에서 활동지원과 관련한 질의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해법을 찾아나가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예산에는 5억 원의 연구용역 예산만 책정 됐을 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전장연은 다시금 활동지원 중단으로 어려움이 있는 중증 장애인 당사자 14인과 함께 긴급구제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그런데 지난달, 인권위는 상임위원회의에서 긴급구제 사안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결정을 내렸다.

전장연 측은 “4개월 전 내렸던 결정을 번복하면서, 장애인 당사자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법리적 판단으로 장애인의 삶을 위기에 빠트리고 있다.”며 인권위 전원위원회가 열리는 10일 긴급구제 진정 결과에 대해 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발언 중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경석 이사장
발언 중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경석 이사장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경석 이사장은 “인권위 상임위원회는 ‘이것은 제도의 문제’라는 이유로 진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도가 바뀌려면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먼저 사람을 살리지 않는다면 인권위는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인권위가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의 긴급진정을 통해 활동지원이 장기요양으로 강제 변경돼 격리당하고, 수용당하는 현실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시정결정을 촉구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 역시 “인권위는 독립된 기관이다. 국민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고, 생존권 위협을 받지 않도록 권리를 보장해야한다.”며 “인권위가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고, 장애인의 생존과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권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활동지원서비스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예산 마련 노력도 촉구됐다.

발언 중인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
발언 중인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

최용기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평생 시설에 살다가 자립생활을 위해 나온 사람들이 연령제한으로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해 다시 요양기관으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의 권리로써 보장하고 있음에도, 만 65세가 됐다는 이유로 노인장기요양서비스로 전환돼 우리의 권리를 위협하고 있다.”며 “여전히 예산의 눈으로만, 활동지원서비스가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우리의 인권을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한편 2018년 국정감사에서는 서비스 전환으로 인한 서비스 시간 하락 문제가 언급되기도 했다.

2018년 10월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최근 3년간 만 65세 도래로 활동지원수급에서 노인장기요양수급자로 전환된 802명 자료’를 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필요한 활동지원 1등급 장애인 344명 모두가 노인장기요양서비스로 전환됨에 따라 월 평균 77시간이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중증 장애인의 경우는 월 300시간의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다가 월 100시간 정도의 방문요양서비스를 받게 되는 등 실질적인 서비스가 하락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전장연은 인권위 전원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10일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폐지’ 긴급구제 시정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장연은 인권위 전원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10일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폐지’ 긴급구제 시정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