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공투단, ‘장애인 이동권 보장 촉구 및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송국현 동지 3차 추모결의대회’

▲ 한 장애인 활동가가 고속버스의 닫혀 있는 문을 열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한 장애인 활동가가 고속버스의 닫혀 있는 문을 열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에서 올라올 때 고속버스를 타고 왔습니다. KTX는 한 시간마다 있는데, 고속버스는 10분마다 있어 참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고속버스를 타기 시작한 것은 20세가 훨씬 지나서였습니다. 고속버스 승차장과 좌석을 볼 수 없어서 뒤늦게 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광주의 터미널 등은 그나마 익숙해져서, 위치를 묻고 얼추 찾아 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개인의 노력이잖아요. ‘모두가 나름대로의 비법을 갖고 버스를 타야 한다’ 이것은 아니잖아요.

세월호 참사와 故 송국현 동지의 죽음에 안타깝고 분노해야 하는 이유는 아직 인생을 꽃 피워보지 못한 학생들이 같은날 죽어서가 아니라,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살았던 사람이 자립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죽어서가 아니라,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할 수 있고 막을 수 있었던 이들이 책임을 다하지 않아서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과 같지 않은 사과를 했습니다.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은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책임을 명확하게 물어야 합니다.”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도연 활동가-

‘장애인 이동권 쟁취와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430-노동절 1박 2일 집중행동’이 시작됐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420공투단)은 30일 오후 2시 20분경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광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 촉구 및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 송국현 동지 3차 추모결의대회’를 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명애 상임공동대표는 여는발언을 통해 “지난 20일 버스표를 사고 가겠다는 데 경찰은 우리를 막았다. 우리를 힘 없는 사람으로, 동정과 시혜의 눈으로 보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 선택하며 살고 싶다.”고 규탄했다.

이어 “대구광역시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 엘리베이터를 몇 번이나 타고 왔는지 모른다. 돌아갈 때는 버스를 타고 갈 것.”이라고 정당한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박명애 상임공동대표는 장애등급제 폐지 또한 촉구하며 “지난 세월이 너무 억울해 권리를 찾고 싶다. 故 김주영 동지와 故 송국현 동지 말고도 수많은 동지들이 죽어갔다. 나도 ‘내일’을 모른다. 살아있는 동안 당당하게 내 권리를 찾으며 살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연대발언에는 통합진보당 김미희 국회의원과 노동당 이용길 대표가 나섰다. 김미희 의원은 “평소 고속버스를 이용하면서 장애인 이동권은 생각하지 못했었다. 지난 20일 상황을 보니 장애계단체의 말이 맞았고,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이 있음에도 보장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으로서 고속버스가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을 실었다.

이용길 대표는 세월호 참사 및 노동자의 죽음 등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안전보다 이윤을 위한 국가와 지역은 우리를 위한 정부가 아니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2,600인 중 25인이 자살했다. 세월호 참사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故 송국현 씨는 불길에 휩싸여 죽었다.”며 개탄했다.

그는 “故 김선일 씨 피랍사건 때 당시 현역의원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는 국가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 말이 본인을 향해 화살처럼 날아갈 것.”이라고 날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모든 ‘속도’가 존중 받는 사회를 원한다”

▲ 경찰측은 ‘각자 정해진 승차장으로만 이동하라’며 승차장 열 곳까지만 길을 터주며 다른 곳으로의 이동을 막았다. 또 ‘범죄 예방을 위해서’라고 말해 비난을 샀다.
▲ 경찰측은 ‘각자 정해진 승차장으로만 이동하라’며 승차장 열 곳까지만 길을 터주며 다른 곳으로의 이동을 막았다. 또 ‘범죄 예방을 위해서’라고 말해 비난을 샀다.
닫는발언에 나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사람들이 ‘장애인은 왜 고속버스를 못 타느냐’ 또는 ‘장애인이 고속버스를 많이 타느냐’고 물었다. 국토해양부는 대책 마련에 앞서 장애인의 고속버스 이용률을 확인하겠다고 한다. 접근조차 못하게 해놓고 이용률을 확인하겠다는 게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몇몇 장애인은 고속버스를 탄 경험이 있긴 하겠지만, 기다렸다가, 누구를 불렀다가, 휠체어를 어떻게 넣나 고민하며 탔을 것.”이라며 교통약자 이동권에 대한 실태를 지적했다.

그는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된지 10여년이 흘렀는데도 저상버스 100% 도입은커녕 있어도 제대로된 이용을 못한다. 특별교통수단도 마찬가지다. 있으면 뭐하나,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지도 못한다. 그나마 서울시는 이용이라도 할 수 있지만, 재정이 열악한 지역은 엄두도 못 낸다.”고 질타했다.

또 “법이 있으면 뭐하나, 중앙정부는 제역할도 못하고, 전부 지자체의 책임이라고 떠넘기고 있다. 정부는 매번 ‘예산이 없다’며 지금 당장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언제 당장 시행하라고 했는가. 2001년부터 촉구해 왔다. 이만큼 참았으면 됐지 얼마나 더 참아야 하는가.”라고 개탄했다.

▲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박홍구 부회장이 예매한 고속버스표가 인쇄된 종이를 들고 탑승을 요구하고 있다.
▲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박홍구 부회장이 예매한 고속버스표가 인쇄된 종이를 들고 탑승을 요구하고 있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이동권 투쟁할 때마다 ‘왜 시민들의 발목을 잡느냐’고 한다. 누가 누구의 발목을 잡고 있는가. 세상이 우리의 발목을 잡았고, 우리의 손목을 잡았으며, 우리의 목숨을 가져갔다. 이 땅에서 장애인의 삶이 언제까지 비장애인의 자본 논리에 동정 받고 시혜 받으며 죽어가야 하는가.”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장애인의 속도로 가자. 빠른 사람만 가고, 권력을 가진 사람만 사는 게 아닌 모든 속도가 존중 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승차장만 터준 경찰 ‘범죄 예방 차원’? 장애인 한 명도 태우지 못한 채 떠나

▲ 고속버스 문은 열렸지만, 단 한 명의 장애인 활동가도 태우지 못했다.
▲ 고속버스 문은 열렸지만, 단 한 명의 장애인 활동가도 태우지 못했다.
420공투단은 모든 발언을 마친 뒤 오후 3시 40분경 고속버스를 타기 위해 승차장으로 자리를 옮겨 ‘제2차 장애인차별철폐 희망고속버스 탑승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420공투단은 200좌석의 표를 예매, 여주·용인·인삼랜드(하)휴개소·안성·평택·경주·고대홍대·동해·조치원·대전·김해·천안아사역·공주·대전청사·세종시·세종청사·금산·내서·마산·동대구로 가는 고속버스에 오를 예정이었다.

이는 장애인의 날인 지난 20일 진행한 ‘희망고속버스 행사’를 잇는 것으로, 당시 경찰은 탑승을 막아서는가하면 최루액을 난사해 장애계·인권단체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제2차 장애인차별철폐 희망고속버스 탑승 행사’는 큰 마찰은 없었지만, 경찰측은 ‘각자 정해진 승차장으로만 이동하라’며 승차장 열 곳까지만 길을 터주며 다른 곳으로의 이동을 막았다.

420공투단은 ‘버스를 기다리며 터미널 안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은 승객의 권리’라며 항의했지만, 경찰측은 ‘범죄 예방을 위해서다’라고 답해 비난을 샀다.

420공투단은 ‘우리도 승객이다. 돈 주고 표 샀다. 우리를 태워라. 경찰은 막지 말고 우리를 태워라’라고 계속해서 요구했지만, 고속버스는 단 한 명도 태우지 못한 채 떠났다. 한 고속버스회사 직원은 ‘표를 냈으니 타면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편, 420공투단은 오후 5시경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 송국현 동지 촛불 추모문화제’와 함께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의 사과를 촉구하기 위해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