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법 “일상생활 차별은 태산”
장애인차별금지법 “일상생활 차별은 태산”
  • 황현희 기자
  • 승인 2017.06.2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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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10주년 열린 토론회, 일상에서의 차별 경험 쏟아져 나와

‘장애인 인권 향상’, ‘권리 증진’ 등을 내세우며 처음으로 ‘사회 약자의 차별을 법으로 금지하기 위해 만든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 10년을 맞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10년 동안 장애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법의 효력·효과를 장애인 당사자가 실생활에서 체감하기에는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을 앞두고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가온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지난 2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2017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10주년 개정 의견수렵 열린 토론회’를 열었다.

▲ 2017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10주년 개정 의견수렵 열린 토론회가 열렸다.
▲ 2017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10주년 개정 의견수렵 열린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당사자들은 실생활에서 겪는 차별 사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생활 전반에 적용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포괄적으로 개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소리만 나오는 승강기 비상호출 버튼, 구분 안되는 전기레인지 터치 방식… “장애인 차별입니다”

먼저 참가자들은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함을 토로했다.

청각장애가 있는 한 참가자는 “회전문을 지날 때, 사람과 문이 닿게 되면 경고음이 울린다. 문에서 떨어지라는 의미의 경고 소리다. 그러나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 회전문이 순간 멈추게 되면 왜 멈추는지, 알지 못하고 당황한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이어 “승강기를 탈 때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 승강기가 갑자기 멈추면, 사람들은 승강기 안에 있는 비상호출 버튼을 누르고, 관리자와 연락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겐 그것이 무용지물이다. 긴급상황발생시 청각장애인들이 연락할 수 있도록 전화번호를 써 놓는다면 문자로 소통할 수 있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이런 일상생활에서의 편의 제공에 관한 규정이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에 꼭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다른 참가자는 시각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가전제품을 지적했다.

그는 “요즘 가전제품은 모두 터치 방식으로 운영된다. 특히 전기레인지의 경우 전원 버튼과, 불이 나오는 곳, 온도를 올리고 내리는 곳이 모두 평평한 판에 터치하도록 돼있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은 구분이 불가능하다. 자칫 손을 잘못대면 화상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냉장고도 터치로 온도를 조절하거나, 문을 여닫는다. 시각장애인이 사용하기엔 불편한 구조다. 최신 기술로 가전제품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이 부분에 장애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가전제품을 만들 때 장애인 접근성이 얼마나 보장됐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외국으로 수출되는 가전제품의 경우 감각 장애인을 고려한 장치가 구비돼있다.”며 “외국은 한국의 KS인증 마크처럼, 품질 인증을 할 때 장애인의 접근성이 얼마나 보장되는지 꼼꼼히 따진다. 한국은 그런 면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 이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에 충분히 고려돼야 할 사항.”이라고 전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민간기관·기업에 대한 강제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참가자가 전한 사례에 의하면, 청각장애가 있는 대학생의 경우, 지원 기관에 수화통역사와 자막서비스를 요청했지만, 관련 기관은 수화통역사 제공이 고용노동부학교와 관련 정부 기관 모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답을 받았다. 결국 학생은 개인 사비로 통역비를 지불하면서 학교 교육을 받고 있다.

또다른 사례의 경우, 국가에서 운영하는 직업교육으로 제빵기술을 배우고 있는 청각장애인은 수화통역사를 요청했지만, 교육을 제공하는 개인 사업자는 ‘우리가 제공할 이유가 없다’고 거부했다. 이에 수강생은 개인 수화통역사와 함께 제빵교육장을 다녔다. 그러나 교육장에서는 수화통역사도 돈을 내야 한다고 답했고, 청각장애인은 돈을 지불하지 않겠다고 말해 결국 둘다 교육에서 거절당했다.

참가자는 “제빵 기술을 배우는 수강생이 수화통역사 교육비를 내지 않는 다는 이유로 교육을 거절당했다. 억울하지만, 이것에 대한 부당함을 제기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근거법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희망을 만드는 법 김재왕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고용차별의 경우 상대방에게 구체화된 의무를 명시하지 않는다. 사업주가 ‘나에게는 그러한 의무가 없다’고 주장할 시 대응할 수 없는 것이 법의 허점이다. 법이 개정된다면, 구체적으로 차별을 가하는 사업주, 고용주에게도 정당한 요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차별 사례를 전하고 있는 참가자.
▲ 차별 사례를 전하고 있는 참가자.

기본 욕구 충족 바랐던 장애인차별금지법, 이제는 즐기고 누릴 수 있는 권리 등도 고려돼야

지하철, 버스의 경우 정류장 안내가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참가자는 “출·퇴근 시간처럼 혼잡한 시간의 경우 의자에 앉아 있으면, 지하철안이 사람으로 가득차, 출입문 위에 있는 정류장 안내 화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목적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화면 밖에 없는데 그마저 보이지 않으니, 지하철을 탈 때는 내릴 때까진 계속 이리저리 둘러보며 긴장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여행을 다니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 지면서 대중교통에 대한 문제점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다.

김 사무국장은 “대중교통에 장애인 편의 제공 미흡은 우리가 계속해서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KTX내 목적지 안내 화면에 수화를 제공하는 등 이부분은 꾸준히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아동에 대한 ‘놀 권리’ 또한 법이 보장해줘야하는 중요한 권리라는 의견이 나왔다.

장애물없는 생활환경시민연대 김남진 기획실장은 “놀이터 종류도 많고 지자체 혹은 아파트·시설에서 운영하는 놀이터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이곳에 장애가 있는 어린이의 접근권은 거의 보장이 안된다. 대규모 놀이공원, 유원지는 관련 법에서 편의 증진을 하도록 돼있지만, 놀이터는 포함이 안된다. 그렇다 보니 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이 놀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것. 이부분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다뤄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김 사무국장은 “과거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경우에는 먼저 장애인의 의·식·주에 대한 차별을 금해야 한다는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당사자들이 의식주와 함께 장애인의 놀 권리, 여행할 권리, 쉴 권리 등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다. 당사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충분히 고려해 법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