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대표 인권위에 진정 “장애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마라”
이해찬 대표 인권위에 진정 “장애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마라”
  • 정두리 기자
  • 승인 2020.01.1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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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장애인은 의지 약해” 비하… ‘무의식중에 한 발언’이 더 기막혀
진정인 박현 ”나는 열심히 살아왔고, 내 아이에게 부끄럽게 살지 않았다“
ⓒ박성용 기자
“이해찬 대표가 말한 ‘의지 없는’ 선천적 장애인이 나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현 활동가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박성용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말한 ‘의지 없는’ 선천적 장애인이 나다. 나는 한 번도 비장애인으로 살아본 적이 없었고, 어렸을 때는 학교도 가지 못하고 제도권 교육을 받지 못했다.

스무살에 자립을 했다. 일자리를 구하려 지방을 돌아다녔지만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고, 서울로 올라와 살기 시작한 것이 20년 전이다.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살다 장애인 야학에 들어가 검정고시도 봤다. 장애운동을 하면서 활동지원제도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지는 역사적 순간도 함께했다. 내가 의지가 없었느냐.

장애인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마라. 나는 열심히 살아왔고, 내 아이에게 부끄럽게 살지 않았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현 활동가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난 15일 ‘선천적인 장애인은 후천적인 장애인보다 의지가 약하다’라는 이해찬 대표의 발언에 대해, 박현 활동가는 자신의 삶을 하나하나 꼬집어 설명했다.

그리고 박현 활동가는 이해찬 대표의 비하 발언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긴급 진정하는 첫 번째 진정인으로 나섰다. 또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선천적 장애가 있는 당사자 한명 한명이 참여하는 추가 진정도 예고했다.

17일 오후 3시 전장연는 인권위가 위치한 나라키움 저동빌딩 1층에 모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국가인권위원회 긴급진정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해찬 대표는 2018년 12월 ‘정치권을 보면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이 많다’는 비하 발언으로 인권위에 진정이 제기된 바 있고, 또 다시 피진정인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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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3시 전장연는 인권위가 위치한 나라키움 저동빌딩 1층에 모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국가인권위원회 긴급진정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박성용 기자

비하하고 문제되니 영상 삭제… 사과는 “상처를 줬다면 죄송”

이해찬 대표는 비하 발언 자체부터 사과와 해명하는 과정 모두 문제를 지적받고 있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씀TV’에 올라온 ‘2020 신년기획 청년과의 대화’ 영상에 출연한 이해찬 대표는 “선천적인 장애인은 후천적인 장애인보다 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며 “사고가 나서 장애인이 된 분들은 원래 자기가 정상적으로 살던 것에 대한 꿈이 있다. 그래서 그들이 더 의지가 강하다는 얘기를 심리학자한테 들었는데 대화를 해보니까 의지도 강하면서 선하다.”는 발언을 했다.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는 비하 발언을 한 것. 영상은 생방송이 아닌 녹화 방송이었고, 자막까지 포함돼 있었지만 그 누구도 해당 발언의 문제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영상이 공개됐다.

이후 문제가 되자 영상을 삭제하고 당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심리학자의 말을 인용했다. 장애인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부적절한 말이었다. 송구하게 생각하며 차후 인용이라 할지라도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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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인 지난 16일에 참석한 신년기자간담회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무의식적 발언’이었다고 답했고, 이 마저도 계속되는 질문에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사과였지만 그 사과를 받아야 할 장애인 당사자들에게는 아니었다. ‘상처를 받았다면’이라는 가정 역시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우롱하는 것’이냐는 질타를 받았다. 무의식중의 발언이었다는 말은 인권의식을 의심하게 했고,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회피밖에 되지 않는 것이 장애계의 지적이다.

더욱이 이해찬 대표의 발언에 비판 성명을 낸 자유한국당은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장애인이 아니다. 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장애인’이라는 비하 발언을 더하고 말았다.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정치인들의 비하 발언에, 장애계는 정치인들의 혐오와 비하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우리나라 정치인의 현실인가 기가 막혀… 우리의 키 만큼 반성문을 쌓아놓고 사과하라”

17일 기자회견에 모인 장애인 당사자들은 분노의 외침을 이어갔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공동대표. ⓒ박성용 기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공동대표. ⓒ박성용 기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공동대표는 이해찬 대표를 향해 “당신에게 장애가 있는 사람은 어떤 존재인가.”라며 질문을 던졌다.

문애린 공동대표는 “집권 정당을 이끄는 대표라면 늘 사람에 대한 감수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무의식적으로 한 말이라고 했는가. 이 또한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장애인은 여전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불쌍하고 도와줘야 하는 존재로,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구분지어지고 배제당해 왔다.”며 개탄했다.

비하 발언은 장애인 당사자 뿐 아니라 가족들의 마음에도 비수가 됐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김종옥 대표는 “내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말을 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열 살이 되던 해에 ‘장애는 네가 가진 여러 가지 특성 중 하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준비가 안 돼서 불편하고 어려움이 있다. 그게 장애란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말 속에 수많은 어려움을 생각하며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며 “어쩌면 이 나라는 한 치도 나아가지 못했다. 어떻게 집권 여당의 대표가 한두 번도 아닌 비하 발언을 하고, 무의식중에 나온 말이라고 변명을 하느냐. 우리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고, 우리나라 정치인의 현실인가 기가 막혔다. 얼마나 장애에 대한 비하와 편견이 자리 잡고 있으면, 그런 말을 불쑥 불쑥 하는 정도의 인격을 가졌느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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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김종옥 대표. ⓒ박성용 기자

이어 “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고, 우리들의 키 높이만큼 반성문을 쌓아놓고 머리를 숙여라. 더불어민주당이 집권 여당으로 정당한 지지를 받으려면 깊은 반성을 날마다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반성을 그만해도 된다고 할 때까지 반성하라.”고 촉구했다.

충분한 반성과 사과 없이 이번 문제가 묻혀 버릴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이원교 회장 “나는 이해찬 대표에게 당 대표에서 물러나지 말라고 요구한다.”며 “그것으로 면죄부를 받겠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선거 운동을 할 때마다 자신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감히 말하지만 ‘천박한’ 발언이었다. 정치인들이 이야기 하는 수준이 이정도로 저급하다는 것을 절대 묵과할 수 없다.”며 “선거법에 장애인식개선 교육과 성인지교육 등을 반드시 이수해야 만 자격을 주는 제도가 만들어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별을 차별이라 부르지 않았던 인권위… 이번에는 빠르고 강력한 권고 나오길”
선천적 장애인 한명 한명의 진정 접수… ‘이해찬 대표, 반성문 제출하라’ 기자회견 예고 

특히 계속되는 비하 발언에 대한 책임은 인권위를 향하기도 했다.

장애계는 지난해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정치인 6명을 인권위에 진정했고, 1년여 만인 지난달 30일 인권위는 ‘각하’ 결정을 내놓았다. 인권위법 상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국회의원들의 장애인 비하와 차별적 표현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 표명이 전부였다.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고, 17일 기자회견에 앞선 오후 2시 30분 장애계 대표단과 인권위 최영애 위원장이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에 참석했던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에 따르면, 인권위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면서도 인권위 권한의 한계에 대한 이야기를 되풀이 했다. 다만 이번 진정에 대해서는 빠르게 조사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면담에 함께 참석했던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경석 이사장은 인권위와 정치권을 향한 투쟁 계획을 밝혔다.

박경석 이사장은 “인권위는 그동안의 진정을 정치인들의 비하 발언이 언론을 통해 한 발언이고 피해 받은 사람을 지명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각하했었다.”며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오늘 진정의 당사자인 박현 활동가는 이해찬 대표가 언급한 선천적 장애인이다. 박현 활동가를 시작으로 선천적 장애가 있는 한명 한명의 이름으로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다음주 더불어민주당을 찾아가 이해찬 대표의 반성문 제출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설 명절이 시작되는 오는 23일 서울역에서의 장애인 비하 발언 퇴치 서명운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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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정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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