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거주인 부모 ‘아이들을 살려달라’… 같은 외침, 다른 요구

▲ 기자회견 뒤 인강원 박필숙 원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인강원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으나, 인강원 학부모들이 이를 막았다.
▲ 장애계단체가 기자회견 뒤 인강원 박모 원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인강원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자, 인강원 학부모들이 이를 막고 있다.
6일 인강원 정문 앞에는 인권유린행위를 자행한 인강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장애계단체의 외침과, 인강원에 있는 59인의 자녀들이 인강원에 계속 다닐 수 있게 해 달라는 부모들의 호소가 뒤섞였다.

이날 장애계단체는 인강원이 의도적으로 지난달 29일과 지난 3일 서울시와 도봉구의 현장실태조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계단체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강원 박모 원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려고 하자, 인강원 거주인의 부모들은 인강원 정문을 잠갔다.

나중에 박 원장이 나와 항의서한을 받으면서 대치상황은 일단락 됐지만, 박 원장은 끝까지 “나는 부끄러운 게 없는 사람이다. 지금 이렇게 행동하는 것에 대해 명예훼손 고소절차를 밟겠다. 공식적으로 서울시장과 인강원 학부모 대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모여 면담을 갖자.”며 갈등을 예고했다.

‘시설 아니면 갈 곳 없는 현실’, 거주인 부모들 불안감 고조

지난 8월 12일 인강재단 산하 시설 안에서는 장애인을 폭행하고 보조금과 임금 등 수십억 원을 횡령하고, 이 같은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거짓 진술서를 강요하는 등 2차 피해까지 이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같은 혐의로 사회복지법인 인강원 실질 운영자 이모(63) 씨를 비롯한 3인이 구속되고, 이사장은 불구속 기속됐다. 지난달 16일 이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으며, 지난달 29일 2차 재판은 거주인을 폭행해 아동복지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생활재활교사 1인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가 인권유린을 당하기도 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서울시는 인강재단 법인 이사진에 대한 전원해임명령을 내렸다. 현재 인강원 폐쇄조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박 원장을 비롯한 인강원 관계자들은 서울시의 행정조치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 인강원 폐쇄 푯말을 들고 있는 인강원 거주장애인 학부모들.
▲ 인강원 폐쇄 반대 팻말을 들고 있는 인강원 거주인의 학부모들.

이에 대해 서울장애인부모회 박인용 대표는 “거주시설 인권침해 사건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바로 장애인 당사자.”라며 “나도 장애자녀를 둔 아버지다. 난 내 딸의 권리를 위해 싸워왔다. 지적장애가 있다고 해서 왜 시설에 가야하느냐.”고 설득했다.

이어 “이미 서울시에서 인강재단 이사진 해임, 인강원 폐쇄조치 및 인강원 거주장애인 전원조치 등을 명령한 상태기 때문에, 인강원은 신속히 이를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의 폐쇄조치에 대해 인강원 거주장애인 보호자들은 폐쇄에 따른 올바른 후속조치가 제시돼 있지 않아,  이에 대한 불안함을 내비치고 있다.

인강원 학부모 대표인 최모 씨는 “이번 재판을 통해서 법적으로 문제되는 인강재단 이사진이나 인강원 관계자 측의 교체 등 법적 처벌에 대해서는 전혀 반대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무죄추정의 원칙(피고인 또는 피의자는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원칙)이 있듯이 아직 이에 대한 확실한 판결이 내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인강원의 폐쇄가 논의 되고 있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지금 인강원 장애아동들 59인 중 무연고 장애어린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장애어린이의 학부모들은 인강원의 폐쇄를 반대하고 있다. 인강원 페쇄 시 이들에 대한 학교 이전이나 학습 지원 등에 대한 마땅한 대책도 없이 폐쇄만 논의하는 것 역시 인권을 묵살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장애계단체는 거주인에 대한 인권유린 행위가 확인된 이상,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처벌과 함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계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방침 그대로 인강원의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하고 ▲무단으로 사용한 국고금 12억 원을 환수조치할 것 ▲인강재단 해임 뒤 새로운 재단 구성을 통한 정상화 추진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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