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행위 강제 금지’에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또 반대 목소리
‘종교행위 강제 금지’에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또 반대 목소리
  • 최지희 기자
  • 승인 2018.09.1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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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종교계 “종교의식을 통한 봉사심·사명… 철회해야 마땅” VS 장애계 포함 34개 시민사회단체 “보편적 가치 지향, 종교행위 강제는 적폐”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발의 될 때마다 요란하다. 지난 2007년 ‘공익이사제 도입’을 담은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에 일부 종교계가 반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종교행위 강제 금지’로 또다시 종교계가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달 6일 사회복지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해당 개정안은 제35조의3(사회복지시설을 설치·운영하는 자 및 시설의 장은 시설의 종사자, 거주자 및 이용자에게 종교상의 행위를 강제하여서는 아니 된다)을 신설해 종교행위 강제 금지를 명시했다.

이와 함께 제35조의3을 어길시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제55조(벌칙)를 개정했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김상희 국회의원 등 11명(조정식, 정춘숙, 권미혁, 유은혜, 서삼석, 이규희, 소병훈, 백혜련, 최인호, 진선미)은 ‘사회복지시설은 사회복지사업을 수행할 목적으로 설치된 시설임에도 특정 종교법인이 종사자에 대해 종교의식이나 행사에 참여할 것을 강제하고, 이를 거부한 경우 정직·해고하거나 사직을 권고함으로써 종사자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개정안 제안이유를 밝혔다.

이와 같은 개정안이 발의되자 일부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입법예고 기간인 6일~17일까지 2,578건의 의견이 올라왔고, 대부분이 반대한다는 의견이었다.

지난 8일 청와대 홈페이지-국민청원 및 제안에는 ‘반대합니다 민주당의원 11인의 사회복지법 일부 개정 법률안 봉사도 못하게 하는 나라는 누구의 나라인가?’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에는 9월 12일 오후 5시경 기준 697명이 참여했다.

“개정은 한국교회의 정체성 부정과 탄압의 수단”

한국교회언론회는 지난달 21일 ‘사회복지법 일부 개정, 한국교회 탄압의 수단이 된다’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이들은 논평을 통해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단체 가운데 상당수는 기독교가 운영하는 곳이다. 보건복지부의 종교별 사회복지법인현황을 보면, 기독교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기독교 251개, 불교 125개, 천주교 105개, 원불교 16개, 기타 10개로, 전체 507개 가운데 절반이 기독교가 운영하는 곳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규모로 봉사하는 시설까지 따지면, 한국교회가 담당하는 복지영역은 훨씬 넓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종사하고 자원봉사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기독교의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국가가 감당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많은 사회적 기여와 봉사를 했다. 기독교에서 운영하는 복지 법인에서 직원들에 대해 종교적 색채를 지우려는 것은 기독교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되며, 더 나아가서는 기독교를 탄압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스스로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봉사이기에, 종교적 의식을 통한, 봉사심과 사명에 대한 높은 의식의 고취는 필연적이다. 이를 악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일부 종교인은 언론 기고 등을 통해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은 미국연방대법원의 2011년 ‘월드 비전(World Vision)’ 판결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해당 소송은 월드 비전이 기독교 신앙이 없다고 판단한 세 명에 대한 고용을 종료함에 따른 것으로 약 4년간 치러졌다. 그 결과 재판관은 ‘월드 비전이 종교적 조직’이라고 판단, Civil Rights Act of 1964 Title II(호텔, 모텔, 식당, 극장과 같은 주간 상거래에 종사하는 기타 모든 공공 편의 시설에서 인종, 피부색, 종교 또는 국적에 근거한 불법 차별 금지)에서 면제 됐다.

“사회복지 아닌 종교라고 생각하는 행태, 논리에 맞지 않아”

개정안 철회 요구 대해 사회복지계는 ‘종교와 사회복지를 분별하지 못하고 있는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동조합 사회복지노동조합 김진용 사회복지사는 ‘종교자유 보장하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통과돼야’라는 제목의 기고를 냈다.

그는 먼저 “법인격을 갖춘 종교법인은 법적으로 비영리법인으로서 법인이 해산이 될 때에 그 자산이 국가에 귀속되거나 해산하는 비영리법인의 목적사업을 수행하는 다른 비영리법인으로 귀속하도록 돼 있다. 즉, 법적으로는 종교법인은 사유자산이 아닌 국가에 귀속이 되는 공익자산.”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사회복지사는 “종교법인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에서 법적으로 인가된 사회복지시설 대부분은 국가로부터 사무를 위탁을 받아, 운영비와 인건비가 국가의 세금으로부터 교부받는 위탁 복지시설이 많다. 인건비는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인건비가 적고 많음의 차이 일뿐, 법적으로 사회복지시설로 등록이 된 대부분의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종사자들의 급여가 국민이 납부한 세금으로 교부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교법인에서 사회복지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반대한다면, 종교법인은 보조금을 부분 또는 전액 지원 받는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지 말고, 종교법인과 종교시설에서 교회 헌금으로 사회복지사업 예산을 편성해 자체적으로 사회복지사업을 실천하면 된다.”고 말했다.

웰페어뉴스-사회복지 불법 '고발합니다'에 올라온 사례.
웰페어뉴스-사회복지 불법 '고발합니다'에 올라온 사례(2018).
웰페어뉴스-사회복지 불법 '고발합니다'에 올라온 사례(2018).
웰페어뉴스-사회복지 불법 '고발합니다'에 올라온 사례(2018).

 

사회복지사들 역시 ‘종교’ 차별·침해로 고통

사회복지 관련 기관·시설·단체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국가인권위원회 ‘사회복지사 인권상황 실태조사(2013)’에 따르면 사회복지사 5.7%(전체 2,454명 가운데 140명)가 ‘종교로 인한 차별·침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차별·침해가 높은 항목이 고용형태, 연령, 학력, 성, 종교, 출신 학교, 혼인 여부, 지역, 성적지향, 인종 또는 피부색 순이었음을 감안할 때 주목할 만한 수준이다.

근무하는 기관의 법인 형태가 종교일 경우,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침해 경험이 가장 높았다.

사회복지사 차별·침해 경험-법인형태 ⓒ국가인권위원회 ‘사회복지사 인권상황 실태조사(2013)’
사회복지사 차별·침해 경험-법인형태 ⓒ국가인권위원회 ‘사회복지사 인권상황 실태조사(2013)’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침해를 자세히 살펴보면 직장생활과 노동환경에서 본인의 경험 여부와 상관없이 목격한 부당처우나 강요받은 경우로 ‘직장 내 종교활동에 참여하도록 강요받은 경우’가 두 번째로 높았다. 특정 종교를 갖도록 강요받은 경우는 6.6%, 사회복지사들이 종교와 관련한 강요를 목격한 수치는 21.3%였다. 이는 기관 내 개선 요구사항에 대한 개방형 답변에서 종교적인 행사 참여 강조에 대한 불편으로 드러났다.

기관으로부터 직접 받은 부당처우와 강요는 ‘특정 종교를 갖도록 강요받음’ 6.6%(전체 2,497명 가운데 165명), ‘직장내 종교활동에 참여하도록 강요받음’ 14.7%(전체 2,502명 가운데 368명), ‘종교 때문에 승진누락 등 부당처우 받음’ 2.8%(전체 2,497명 가운데 69명), ‘종교 때문에 따돌림 받음’ 1.2%(전체 2,493명 가운데 31명)였다.

문제는 이러한 차별·침해가 생겨도 제대로 문제를 제기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사회복지시설 내부 특성별 의사소통과 참여기구의 실질 운영 여부에서도, 절반이 넘는 종교법인과 재단법인은 ‘공식회의체’ 실질 운영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충처리위원회’의 경우도 종교법인 76.5%, 사단법인 72%, 재단법인 67.2% 등 2/3가량 실질 운영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회원권익본부 박진제 본부장은 종교행위 강요 또는 종교행사 동원, 종교를 이유로 한 승진 등 인사에서의 차별, 후원금 강요 등의 사례가 오래전부터 현재까지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사회복지사업법 등 관계법령에 따라 설치·운영되는 사회복지시설은 국가복지정책 중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달체계다. 그래서 정부(중앙, 지방)가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한다. 대부분 사회복지법인 등이 위탁운영하고 있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사회복지시설은 공공재로서 기능한다. 따라서 사회복지시설과 직원들은 서비스의 공공성과 민주적인 운영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위탁운영법인의 종교적인 성격은 중요하지 않고, 시설운영과 분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는 지난 5월 전국 사회복지법인과 사회복지시설에 윤리경영과 직원의 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한국사회복지사협회는 지난 5월 전국 사회복지법인과 사회복지시설에 윤리경영과 직원의 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시설 내 거주인·이용인은 강제 종교활동으로 ‘인권침해 수준 심각’

중증장애인 거주시설과 정신요양시설도 마찬가지로 종교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2017)’에 따르면, 먼저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종교행사에 참석의무가 있는 경우가 24.7%(전체 418명 가운데 103명)에 달했고, 특정 종교를 강요받은 경우도 18.2%(전체 526명 가운데 96명)였다.

종교행사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독방으로 이동’, ‘생활재활교사가 뭐라고 한다’, ‘불이익 또는 구박을 받는다’, ‘훈계한다’, ‘혼난다’, ‘헌금을 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정신요양시설에서는 종교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우가 21.8%(전체 596명 가운데 130명), 특정 종교를 믿으라고 강요받은 경험 17.1%(전체 695명 가운데 119명), 종교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은 경험 14.4%(전체 201명 가운데 29명)였다.

아울러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환경 조사에서도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활동을 하는 종교시설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 보고서는 “종교시설에서 운영하거나 이사장·원장이 종교인일 경우 종교활동을 시설 안에서 진행하고 있었다. 강당 등으로 구분돼 있지만 실제로는 정기 예배활동을 하고 있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시설측에서는 ‘종교활동을 강요하지 않고 희망자만 참여한다’고 했지만, 시설 전체 프로그램이 정해져 있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을 비롯한 전국 34개 시민사회단체는 함께 ‘사회복지시설의 종교 강요, 이제는 끝내야’라는 제목의 성명을 12일 발표했다.

이들은 “사회복지시설 내 종교 강요 행위를 금지하는 개정안 입법을 통해 헌법 제20조1항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는 보편적 가치를 확인하고자 한다.”며 “사회복지시설의 종교적 강요 행위, 이제는 끝내야 할 종교적 적폐.”라고 못박았다.

또 “사회복지시설은 운영자의 종교적 신념과 운영상 편리와 이익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복지시설은 이용인의 인간다운 삶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위해 존립한다. 개정안이 국고 지원을 받으며, 국가로부터 위탁 받아,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수행하는 사회복지법인에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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