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전 요양병원에서 사망… 형제복지원대책위 “잘못 모르는 가해자, 허망하고 허탈”
최악의 인권유린 사건으로 불리는 부산 형제복지원의 박인근 전 대표가 두달 전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1960년 형제육아원을 시작으로 3,000여 명을 수용한 대규모 시설이었던 부산 형제복지원 박 전 대표가 지난 6월 27일 전남의 한 요양병원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운영했던 형제복지원은 ‘부랑인을 교화한다’는 미명아래 장애인과 고아, 일반시민 등을 불법으로 감금해 수용한 뒤 강제노동과 폭행, 감금, 성폭행 등으로 인권유린을 자행했다.
기록으로 확인된 사망자만 531인, 피해자도 수천 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악의 인권유린 사건으로 알려진 부산 형제복지원 대표였던 박 전 대표는 지난 1987년 수많은 사람들을 숨지게 하고도 감금혐의는 무죄, 공금횡령 혐의만 유죄로 인정 돼 징역 2년 6개월만 수감 생활했다.
이후 그는 1989년 출소해 부산 형제복지원 부지를 매각 해 자산을 축적 해 왔고, 지난 1991년 ‘욥의 마을’로 재단이름 변경해 계속해서 이사장직을 유지했다. 또한 지난 2001년 형제복지원재단으로 재단명을 바꾼 뒤 중증장애인 시설인 ‘실로암의 집’을 운영하고, 지난 2014년 2월에는 또 다시 ‘느헤미야’로 재단 명을 변경했다.
같은 해 5월 그는 셋째 아들과 함께 법인 자산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아들만 횡령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 받아 법정구속 되고, 그는 검찰을 통해 뇌경색 등의 의료기록을 재판부에 제출한 후 법원에 출석하지 않아 재판은 중지된 상태다.
결국 그가 운영했던 ‘욥의 마을’, ‘형제복지원재단’, ‘느헤미야’까지 꼬리에 꼬리를 이어온 형제복지원은 설립 55년만인 지난 해 허가가 취소됐다.
피해자들의 삶은 송두리째 사라지고 가해자의 ‘사과’는 없었다
박인근 전 대표의 사망 소식에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 왔던 이들은 ‘허망’하다는 분위기다.
형제복지원사건진실규명을 위한대책위원회 여준민 사무국장은 “피해자들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리고 가해자는 사과도 반성도 없이 떠났다. 허망하고 허탈하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하지만 형제복지원은 끝나지 않았다.”며 “이것은 국가가 한 개인의 의식과 부패를 알고도 바로잡기는커녕 정당화했던 국가의 탓으로, 결국 가해자도 국가도 자신들의 잘못을 모르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편, 내무부 훈령 등에 의한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 규명 법률안이 지난 19대에 발의 된 바 있지만 회기가 종료되며 자동 폐기,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 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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